국민의당이 노동개혁 4법 가운데 파견법에 대해 “노사정위원회에 맡기자”는 입장을 취한 것에 양대 노총이 반대 의견을 밝혔다. 민주노총 측은 “파견법을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것은 한일정상회담 장소를 일본 야스쿠니 신사로 정하는 셈”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장병완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쟁점법안 가운데 파견법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원회)에서 협의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2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장 정책위의장은 “노동관계법은 노사정간의 협의가 되고난 후 정치권에서 합의를 하는 것이 집행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중요하다”며 “지금 노사정위원회가 깨진 상태라 정치권에서만의 분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파견법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진행되는 구조조정 전반에서 노사정 협의를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종합적으로 노사정위원회의 틀을 복원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 장병완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이 10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국민의당 2차 복지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에 대해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반대 의견을 밝혔다. 노사정위원회가 유명무실하게 된 상황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15일 노동계가 반발하는 노동5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양대 지침은 해가 넘기면 안 된다”며 시한까지 못 박았을 때, 노사정위원회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이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한 상태다.

한국노총 측은 파견법 개정안을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홍보선전국장은 2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파견법을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지도 않았고, 논의하는 것도 맞지 않다”며 “파견법 개정안이 말하는 55세 이상‧뿌리산업 등으로 파견을 확대한다는 제안 자체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홍보국장은 “이 개정안은 양극화를 줄이자는 방향과 반대이며, 대기업의 민원이나 마찬가지인 제안을 정부가 이슈로 만들어 논의하자고 한 것”이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재론할 이유가 없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 지난 1월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노사정합의 파기 선언 한국노총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사진=포커스뉴스
민주노총 측도 마찬가지로 파견법 개정안을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승철 민주노총 부총장은 “노사정위원회는 1990년대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을 처음 도입했던 기구”라며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를 만든 쌍용차 사태 등 노동자를 무덤으로 밀어 넣었던 기구인데 여기에 다시 민주노총이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승철 부총장은 “파견법 개정안을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것은 마치 한일정상회담을 하는데 일본에서 회담장소를 야스쿠니 신사로 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총장은 국민의당의 파견법 개정에 대한 입장에 대해 “국민의당이 당선 이후부터 특히 노동문제 관련해서 중재자 입장을 자처하면서 이런저런 노동문제를 풀어가려고 하는데,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며 “국민의당이 다수의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펼 것인지, 소수 재벌을 위한 정책을 펼 것인지 자기 당의 스탠스 먼저 정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밝혔다.

▲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노사정 대회의실에서 열린 4인 대표자 회의에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앞서 지난해 11월 새누리당이 발의한 파견법 개정안은 55살 이상 고령자와 전문직 종사 고소득자, 뿌리산업(주조ㆍ금형ㆍ용접ㆍ소성가공(塑性加工)ㆍ표면처리ㆍ열처리 등 6개 기술 분야)에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파견법이 허용한 파견근무가 가능한 업종은 32개로 비서, 타자원, 전화외판원, 운전원, 수금원, 건물청소원 등이다.

문제는 파견법이 개정돼 파견 업종 등이 확대되면 양질의 일자리 대신 사용자의 책임을 회피하고 인건비 절감에 초점을 맞춘 간접 고용이 확대된다는 점이다. 

파견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14일 “파견근로자가 용역근로자 보다 임금수준이 14% 높다”며 파견노동자가 늘어나면 노동조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실태자료를 분석한 결과 “용역노동자 임금이 파견노동자 임금보다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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