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MBC ‘공정방송’ 파업 이후 파업 참가 기자 상당수가 비제작 부서로 전보된 상황에서 사측이 또 ‘시사기자’ 경력 채용 공고를 내면서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MBC 기자협회(김희웅 회장)는 21일 사측의 시사기자 채용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어떠한 시사기자를 새로 채용해 제작을 맡기는 것보다 훌륭한 시사제작물을 만들어 낼 기자들이 매일 아침 서울을 가로질러, 외곽을 둘러 돌아 출근을 한다”며 “회사는 최근 수년간 70여 명의 경력기자를 뽑았는데 이들에게 시사제작물 하나를 맡기지 못한다면 그간의 채용에 중시한 경력은 무엇을 검증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MBC 뉴스데스크의 선거보도는 매우 불공정했지만 손들고 말하는 기자가 없었고, 치욕스러워야 했으나 무관심을 면죄부로 삼고자 했다”면서 “회사는 ‘시사기자’ 채용공고를 내 모욕을 더했다”고 지적했다.

MBC 사측이 지난 12일부터 원서접수 중인 경력직 ‘시사기자’는 시사제작물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이 주된 업무로, 향후 MBC ‘시사매거진 2580’ 등과 같은 프로그램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580’의 경우 소속 기자 모두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들로 구성돼 있다. 

▲ 지난 1월25일 뉴스타파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 방송 갈무리.
기자협회는 또 “구글에서 ‘MBC 경력사원’을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등의) ‘사적인’ 대화록이 나온다”며 “이러한 ‘사적인’ 대화록이 MBC의 많은 경력기자들을 욕되게 해 회사의 채용을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대화록은 지난 1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 일명 ‘백종문 녹취록’으로, 이 녹취록은 MBC 경영진이 경력사원 선발 과정에서도 출신 지역을 따져가며 인사검증을 했다는 등 그동안 얼마나 불공정하고 편향적인 채용이 이뤄졌는지 보여줬다.

백종문 본부장은 녹취록에서 경력사원 채용과 관련해 회사 말을 잘 듣는 인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10만 양병설’을 언급한다. (관련기사 : MBC 녹취록 파문, “지역차별 채용 시정하라”)

백 본부장은 “요새 우리 회사가 많이 좀 안정화 되고 있는데 대신 임진왜란 직전에 율곡 이이가 10만 양병설 주장했을 때처럼 지금 MBC도 준비하지 않으면 엉망이 된다”며 “밑에서 파업했던 사람들이 올라오고 ‘우리가 좀 사람을 키우고 준비를 해야 된다’는 큰 명제를 가지고 인사가 끝나고 올해 안에는 조직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본부장은 이어 “인사 검증을 한답시고 지역도 보고 여러 가지 다 봤음에도 노동조합이 힘이 센 거 같으니까 다 그쪽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며 “이 친구들도 자기 출세라든가, 직장생활에 눈치 보는 것 때문에 바람의 방향이 이쪽으로 확 간다면 절대로 그렇게 안 한다”는 등 경력직 채용 시 지역 등 차별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기자협회는 “한 종편 기자는 언론 지망생한테 MBC를 갈 수 있는 최단의, 최적의 코스이기 때문에 자기 회사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했다”며 “사장과 보도본부장, 보도국장을 위하는 것이 아닌 시청자를 위한 뉴스를 만들고자 한다면 신입 기자를 뽑아라”고 주문했다. 지난 2014년 안광한 사장 취임 후 MBC 신입 기자 채용은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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