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외신기자가 운영하는 북한ICT 전문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인데, 이 사이트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어 부적절한 차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북한의 ICT 이슈 전문 웹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northkoreatech.org)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접속차단을 결정했다. 이 같은 사실은 오픈넷이 18일 성명을 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속차단 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알려졌다. 
 
노스코리아테크는 북한의 정보통신 기술 현황을 다루는 전문 사이트로 흔히 말하는 ‘친북성향’사이트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 광명성 발사 실패,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와 3G통신 개통 현황, 북한 태블릿 사용후기 등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이 사이트는 외신기자 마틴 윌리엄스가 6년째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껏 국내에서 차단된 적 없었다. 

▲ 노스코리아테크 사이트 갈무리.
노스코리아테크의 북한 관련 정보는 국내 언론이 자주 받아 쓰기도 한다. 이번달만 하더라도 노스코리아테크의 ‘북한의 인터넷 접속 장애’관련 포스팅을 연합뉴스, 조선일보, 매일경제, SBS 등의 언론이 인용 보도했다.

방통심의위가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되는 특정 키워드를 통해 심의를 하는 과정에서 노스코리아테크가 단순 인용한 북한의 보도를 이유로 무분별하게 차단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픈넷은 “북한의 주의 주장을 찬양, 미화, 선동하는 내용의 정보를 찾아볼 수 없는 사이트”라며 “신중한 검토 없이 심의 권한을 행사하여 운영자의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및 독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비판했다.

우회해서 접속한 결과 노스코리아테크는 방통심의위의 차단 사실을 비판하는 포스팅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노스코리아테크는 지난 2일 'North Korea blocks Twitter, South Korea blocks me'에서 “북한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사이트를 차단했고, 그동안 남한은 노스코리아테크를 차단했다. 두 국가 모두 인터넷 검열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5일 노스코리아테크는 'North Korea Tech allegedly violated South Korea’s national security law'에서  “노스코리아테크가 차단된 근거는 국가보안법"이라며 "국가보안법은 1948년에 제정됐으며 북한을 찬양하는 사이트를 차단하는 데 쓰인다. 노스코리아테크는 그러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19일부터 이틀 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질서보호팀의 입장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정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방통심의위 법질서보호팀 관계자는 “그 사안은 신중하게 처리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을 뿐 구체적인 차단 근거나 상황을 밝히지 않았다. 

▲ 노스코리아테크에 접속하면 이 같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이트 차단 알림이 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사이트 차단을 했던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3월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를 음란 사이트로 규정해 차단했다 철회한 바 있다. 2014년 파일 플랫폼 사이트인 ‘포쉐어드(4shared.com)’를 저작권법 위반 사이트라며 차단했다 지난 1월 법원에서 접속차단 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방통심의위가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사이트를 차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픈넷은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고도의 법률적 검토가 필요한 분야에서도 사법부의 판단 없이 정보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면서 “간단한 절차만으로 사이트 전체를 차단해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와 같은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통신심의 제도 자체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근본적으로는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더라도 개방적인 인터넷 공간을 차단하는 것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오픈넷과 고려대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은 지난 18일 방통심의위에 사이트 접속제한 취소처분을 요구하는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 단체는 이의신청이 기각될 경우 행정소송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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