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국의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가 70위로 나타났다. 2000년대부터 조사가 시작된 이래 한국이 기록한 최악의 지표다.

국제 언론감시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가 20일 발표한 ‘2016 세계 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80곳의 국가 중 70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50위, 2014년 57위, 2015년 60위를 기록한 데 이어 4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국은 언론자유지수가 처음 발표된 2002년 39위를 기록했으며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6년 31위까지 순위가 오르며 언론자유가 신장되는 듯 했으나 이명박정부 2년차였던 2009년 69위까지 추락했다. 2008년 YTN 기자 대량해고와 KBS‧YTN 낙하산 사장 논란,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 기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2009년보다 낮은 70위를 기록했다.

▲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6년 언론자유지수. 진한 색일수록 언론자유도가 낮다.

이명박정부를 거치며 주류언론이 순치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언론통제는 노골화됐다.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파동 관련 보도 당시 박근혜 정부는 세계일보를 압수수색하려고 시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윤회 문건 관련보도에 나섰던 동아일보 기자를 고소하기도 했다. 

언론통제는 외신을 상대로 확산됐다. 지난해 한국 재판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日산케이신문 가토 전 서울지국장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외신기자를 대상으로 무리한 기소에 나섰다는 비판과함께 박근혜 정부의 언론통제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사건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뉴욕타임스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강행을 사설로 비판하자, 박근혜 정부는 김기환 뉴욕 총영사를 통해 “한국정부의 주요 개혁 의제를 편향된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반박글을 보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꼭두각시 체제와 한국을 구별해주던 민주주의적 자유를 박근혜 대통령이 퇴행시키려고 골몰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점점 외신기자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익명의 외신기자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정부 관계자를 만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청와대를 통하거나 외신 대변인을 경유해도 도무지 확인되는 게 없다”며 취재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관련기사=한국일보, <불통 정부… 외신들 한국 떠난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뉴욕 주재 총영사가 박근혜 정부의 노동 탄압을 비판한 미 주간지 ‘더네이션’에 항의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연출된 13개의 질문을 받고 끝내며 한 편의 잘 짜인 각본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인터넷상에서는 ‘임시조치’라는 이름으로 수시로 의견표명이 삭제되고 있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제작 자율성을 위축시킬 수 있는 심의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朴정부는 앞으로 ‘5인 미만 언론사는 언론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두고 기자의 자격마저 국가가 정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같은 상황이 올해 최악의 언론자유지수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언론 및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전 세계 18개 비정부기구와 150여명 이상의 언론인·인권운동가 등 특파원들이 작성한 설문을 토대로 매년 순위를 정하고 있다. 설문은 △다원주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자기검열 수준 △제도 장치 △취재 및 보도의 투명성 △뉴스생산구조 등 6개 지표로 구성됐다. 언론자유지수는 언론자유침해와 관련해 장기수감자, 사망자, 피랍자, 망명자 등이 있는 경우 지수에 반영된다.

한편 2015년 언론자유지수 1위는 지난해에 이어 핀란드가 차지했다. 2~4위는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순으로 북유럽 국가가 상위순위를 차지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언론자유지수가 하락한 일본은 2016년 발표에서 한국의 뒤를 이어 72위를 기록했다. 북한은 179위로 왕정국가 에리트레아(180위)와 함께 언론자유가 없는 나라로 분류됐다. 중국은 176위를 기록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