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에서 이틀 연속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써 올해에만 노동자 5명이 현대중공업에서 산재로 목숨을 잃으면서 해당 사업장의 작업안전 환경을 전면적으로 점검·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울산 현대중공업 선실생산1부에 소속된 지브크레인 신호수 이모씨(44)는 19일 오전 11시 20분경 A3셀타장 앞에서 지브크레인 블록탑재 신호 작업을 하던 중 5톤 지게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해 병원으로 옮겨 졌고 오후 12시 10분경 사망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자체 조사를 통해 △5톤 지게차는 지정된 운전자가 운행해야 하지만, 필요시 누구나 운전하고 있다는 점 △아웃소싱 및 조직개편으로 인해 현장이 안정되지 못했고 경력이 짧은 신호수가 대부분인 점 △통로에 자재가 쌓여있어 지게차 통로가 협소하고 보행자 안전통로가 없었다는 점 등을 사고 원인으로 지적했다.

▲ 사고 현장 사진.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제공

이형진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노조의 자체 조사 결과, 사고를 낸 운전자가 5톤 지게차 운전 미자격자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본적인 안전 기준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과 하루 전인 지난 18일에도 산재로 노동자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하청업체 노동자 노모씨(37)가 지난 18일 건설장비 굴삭기를 생산하는 조립2공장에서 굴삭기 시험운행 중 갑자기 들여 올려진 굴삭기 붐대에 가슴과 머리가 압착돼 사망했다.

선행도장부에서 일하는 또 다른 하청업체의 송모씨(45)는 지난 11일 2야드 도장 1공장 작업장에서 블라스팅 작업을 진행하던 중 컨테이너 스툴과 고소차 바스켓 사이에 협착돼 사망했다. 블라스팅은 연마재를 이용해 제품 표면의 스케일, 녹, 도막 등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지난 3월18일에는 하청업체 노동자 서모씨(44)가 야간작업 중 교대를 해주기 위해 작업장으로 이동하다 안전펜스가 설치되지 않았던 해양 6안벽과 바지선 사이 바다로 추락해 사망했다. 지난 2월20일에는 해양사업부 소속 정규직 노동자 조모씨(31)가 4톤 규모의 리프팅 러그 구조물에 깔려 사망했다. 리프팅 러그는 해양 플랜트 모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철제 구조물이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각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 기본적인 안전작업표준을 간과한 결과라고 주장한 바 있다. 노조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2월20일 사망 참사는 당연히 넘어짐 방지조치가 취해져 있어야 할 리프팅 프래임이 넘어지면서 발생했고 3월19일 사망참사는 안전가이드 미설치에 따른 추락재해”라면서 “4월11일 사망참사는 위험기계인 고소차 작업을 작업 지휘자도 없이 단독작업을 수행케 하면서 발생했다. 4월18일 사망참사는 정비작업 중에 굴삭기 붐대가 갑자기 작동하여 작업자가 협착됐다”고 비판했다.

연이은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해 이형진 사무장은 “안전조치를 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가진 하도급 체계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물량은 적고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더더욱 생산과 공정에만 쫓기는 식으로 작업이 진행되고, 각자 자기 일하기 바쁜 것이 하도급 현장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장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용노동부와 원청이 나서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에 대한 사업주에게 더이상 솜방망이 처벌을 해선 안된다”면서 “노조는 원청에 산업안전보건 문제와 관련해 계속 시스템적으로 협의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을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예정하는 등 이번 사망사건에 엄중히 대응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부산지방 고용노동청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25일부터 5월4일까지 현대중공업에 대해 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황종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 과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담당자들이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책임자에 대한 처벌 등 사법처리, 작업중지명령, 개선계획 수립 등 구체적·공식적 조치는 바로 해 나갈 것”이라면서 “더 큰 범위의 안전관리시스템에 대한 조치도 생각하고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테지만 사업장에 (안전관리에 대한) 요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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