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가 세월호 2주기 추모문화제 행사를 축소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 사용을 신청하는 '꼼수'를 썼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안전처는 광화문 광장에서 원래 열기로 했던 주관 행사를 세월호 2주기 하루 전날 취소했다.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이하 416연대)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는 지난 16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기억·약속·행동 문화제’를 열었다. 몰린 인파에 비해 중앙광장이 협소해 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광화문광장 양쪽 건너편 인도를 가득 메웠다. 주최 측은 집회 참여자를 1만2000명으로 추산했다.

416연대는 많은 인파가 모일 것을 예상하고 북측광장을 포함한 광장 전체에서 문화제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북측광장을 이용하지 못했다. ‘국민 안전문화 체험전’ 행사가 16일 0시부터 24시까지 북측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는 지난 16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기억·약속·행동 문화제’를 열었다. 참가자들이 광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민중의 소리

그러나 국민 안전문화 체험전은 지난 16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내 보라매안전체험관 주변에서 진행됐다. 행사를 주관한 국민안전처는 지난 14일 오전 8시에 배포된 보도자료를 통해 안전문화 체험 부대 행사가 16~17일 동안 ‘보라매 안전체험관 및 야외 전시공간’에서 진행된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국민안전처는 세월호 추모 문화제가 열리기 적어도 이틀 전에 보라매공원을 행사장소로 정했음에도 서울시에 ‘광화문광장 사용 신청에 대한 취소 통보 시한을 15일까지 보류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화문 광장은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민안전처는 안전체험전이 열릴 장소가 아직 확정이 안 됐다는 이유로 15일까지 사용 취소 결정 여부를 보류해달라고 했다. 15일 오후에 사용 신청을 취소한다는 연락이 구두로 왔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달 8일 담당 부서인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역사도심재생과에 4월16~17일 동안 국민 안전문화 체험전을 위한 북측광장 사용을 신청했다. 서울시는 ‘광화문 희망나눔장터’ 측이 4월17일 북측광장 신청을 함에 따라 지난달 31일 국민안전처에 16일 사용만 허가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국민안전처는 보라매공원과 광화문광장을 두고 행사를 준비하다 15일 오후에 광화문광장 사용 취소 신청을 한 것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행사가 열리기 수일 전부터 관계 부처가 보라매공원을 행사장소로 정하고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4일 오전 국민안전처가 ‘제2회 국민안전의 날 국민안전 다짐대회 개최’ 보도자료를 통해 보라매공원을 안전체험전의 장소로 발표한 것이다.

▲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2주기 추모문화제에 시민들이 비를 맞으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민중의 소리

배서영 416연대 사무처장은 “416연대는 광화문 남단, 중앙, 북단에서 2주기 추모제를 진행하려고 했었다. 공식적으로 3월15일에 북측광장 사용신청을 했으나 미리 다른 행사가 예정돼있다는 이유로 반려됐다”면서 “이후에도 서울시와의 협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북측광장 사용 검토를 요청해왔다. 사용 일정이 취소되면 곧바로 이용변경신청을 할 수 있어서 매일 광화문 광장 일정을 확인했으나 16일까지 그런 공지는 없었다. 15, 16일 언제든지 (취소 사실을) 알면 북측광장 사용 신청을 했을 것”이라 지적했다. 416연대는 국민안전처가 뚜렷한 명분 없이 참사 전날까지 광화문광장 사용 신청을 취소하지 않은 데 대해 세월호 추모문화제를 방해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사용 취소 통보가 지나치게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안전처는 “광화문 광장이 ‘국민안전의 날’ 국민안전다짐 대회가 열리는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바로 앞에 위치할뿐더러 유동인구가 많고 상징성이 있어 행사 장소로 선정하고 준비했다”면서 “서울시 허가가 안 날 수 있고 관계 기관과의 협의나 교통 방해, 시민 민원, 여러 가지 안전문제 고려 때문에 광화문 광장 사용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보라매공원, 광화문 광장 양쪽을 동시에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도 “16일 국민안전처 사용 취소가 (일정 공지에) 즉각적으로 반영이 안된 것은 업무가 과중해 놓친 불찰”이라면서 “416연대가 북측광장을 사용하려 했다는 건 다른 통로를 통해 말했는진 몰라도 우리는 처음 듣는다. 세월호 관련 행사에 우리는 적극적으로 협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 안전문화 체험전은 ‘국민안전 다짐대회’의 부대 행사로, 매년 4월16일 국민안전의 날을 맞아 국민안전처의 주도로 열리는 행사다. 국민안전의 날은 지난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후속대책 담화에 따라 제정된 기념일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4월16일에 열게 돼 있다. 2016년 제2회 국민안전 다짐대회는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 인근의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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