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국민의당이 오는 20일부터 열릴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국민의당은 아직 쟁점법안들에 대해 당 차원의 결정은 내리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의 중요도에 대해 지도부 간 의견 차이를 보이는 등 벌써부터 지도부 사이에서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 15일 서울 마포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당선자 대회에서 국민의당 지도부가 웃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19대 국회에서 쟁점법안으로 꼽히는 사안은 △노동4법(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파견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사이버 테러방지법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국회선진화법 등이다.

국민의당은 노동4법과 관련해서는 파견법을 제외하고 새누리당과 같은 입장이며 서비스법, 세월호특별법, 테러방지법과 관련해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입장이다. 특히 국민의당은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적극 나섰지만 아직까지 당 차원에서 의견이 모아진 모습은 아니다.

각 쟁점법안 국민의당 입장은

새누리당에서 찬성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노동4법에 대해서 국민의당은 파견법을 제외하고는 우선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파견법과 관련해서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선 전 국민의당은 정책공약집에서 현재의 파견법도 불법파견을 방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파견법 개정안은 현재 법안에서는 금지된 55세 이상 고령자와 전문직에 파견을 허용하고 파견 가능 업종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 새누리당은 보건의료분야를 포함해 서비스 분야의 규제를 풀어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보건의료분야가 서비스법에 포함돼 산업으로 육성될 경우 보건의료가 영리를 우선시하게 되므로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사이버테러 방지법에 대해 국민의당은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당은 총선 전 내놓은 정책공약집에서 테러방지법에 대해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 국정원이 금융위원장에게 직접 금융거래 지급정지 요청권을 갖는 것은 월권이므로 삭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법안을 그대로 처리하려는 새누리당과 다른 입장이다.

▲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16 세월호참사 2주기 대학생 준비위원회 발족식. 사진=포커스뉴스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은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세당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세월호 참사 2주기 하루 전인 지난 15일 주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 특조위가 유명무실해졌다”며 “7월 말에 있을 세월호 인양 시점을 감안한다면 인양 후 더 조사할 것이 많다”며 세월호 특조위의 기간연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회선진화법은 총선 전과 총선 이후 각 당의 이해관계가 달라졌기 때문에 다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총선 전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나 현재는 입장을 밝히는 것을 보류했다. 

총선 전 안철수 대표는 지난달 29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다당제가 제도적으로 안착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선진화법이 필요 없다. 지금처럼 양당 체제가 존속하는 때 그 폐해를 막기 위해서 도입된 게 선진화법”이라며 “현재 선거법이 고쳐진 후 선진화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 후인 18일 주승용 원내대표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선진화법과 관련해서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다시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 19일 오후 국민의당 지도부가 4.19혁명 56주년을 맞아 부산 충혼탑을 방문했다. 사진=국민의당
국민의당은 이런 여러 사안들에 대해 아직 당 차원의 결정은 내리지 못했다.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여러 민생법안, 쟁점법안들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각 의원들의 개인적 차원에서였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오늘 나간 이야기들은 산발적인 부분이 있고 내부에서 더 충분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오는 20일에 예정된 19대 국회의원 오찬 자리와 26일부터 1박 2일로 진행하는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자세한 방향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서 벌써부터 의견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시급한 입법사안으로 꼽은 주승용 원내대표와 달리 안철수 대표는 18일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세월호 특별법 보다) 민생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는 세월호 참사 2주기인 지난 16일 진도 팽목항을 찾은 천정배, 주승용, 박지원 의원과 달리 추모행사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총선 이후 호남 의원들과 안철수 대표와 의견충돌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벌써부터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국민의당도 총선 이후 국민의당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는 외부의 예측을 의식하는 모양새다. 18일 오후에 있었던 JTBC 인터뷰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당 내에 마찰이 있을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염려 잘 알고 있다”며 “당 내에서는 활발하게 민주적으로 소통하지만 당 외에서는 그런 모습을 자제하고 협력하는 모습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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