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최악의 시민재해 살인기업’으로 삼성서울병원이 선정됐다. 질병관리본부와 옥시레킷벤키저(옥시)를 비롯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들도 '시민재해 살인기업 특별상'을 받았다.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은 15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시민의 안전과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한 기업을 선정하는 ‘2016 최악의 시민재해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었다. 시민재해 살인기업 선정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이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OECD 국가 중 한국은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가장 많이 죽는, 하루 2000명 노동자, 시민이 죽는 나라다. 이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여전히 총량 속에서 규제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산업안전법을 개악하는 조치들을 행하고 있다”면서 “세월호 2주기가 다가오는 오늘, 우리는 진실 규명을 통해서 다시는 비극적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참사를) 환기하고 시민재해 살인기업 선정을 통해 다시 한 번 (실태를) 자각하는 자리가 오늘의 자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은 4월15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2016 최악의 시민재해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지난 2014년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연대발언을 통해 행사 취지를 강조했다. ‘준영엄마’ 임영예씨는 “참사 이후 안전한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고 너나없이 외쳤지만, 2년 동안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지 묻고 싶다. 살 수 있었던 304명, 그 아까운 목숨 구하지 못해 참사로 만들고 정부·병원의 무력한 대처로 확산된 메르스 사태, 의정부 화재 참사, 가습기 참사 등 참사가 계속되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세월호인 것 같다”면서 “국민 안녕을 책임지는 사회가 될 때까지, 피해자와의 굳은 연대로 진실을 밝히는 세상이 될 때까지 모두의 감시와 고발, 항의, 투쟁은 계속 돼야 할 것”이라 발언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1번 환자를 최초 확진한 병원이자 2차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삼성서울병원은 사태 당시 미비한 보호·예방 체계, 사후 무책임한 수습 태도 등과 관련해 비판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은 1번 환자와 함께 병원에 있었던 14번 환자를 아무런 감염 예방 조치없이 응급실에 입원시켜 2차 확산을 조장했다. 당시 병원은 감염 예방을 위한 격리시설이 없었고 감염 환자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장구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등은 삼성서울병원이 지난해 5월29일 14번 환자가 확진된 후 상황을 은폐하고 전면적 역학조사와 환자의 안전을 위한 폐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삼성병원은 정부의 역학조사를 거부했다. 정부는 삼성병원이 자체적으로 역학조사를 하도록 방치했고, 6월2일까지도 격리자 명단 전수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이러한 삼성서울병원의 역학조사 방해와 늑장대처는 3차 감염과 4차 감염을 발생시켜 또 다른 환자가 감염되고 죽음에 이르는 상황까지 만들었고, 대구 메르스, 김제 메르스 등 환자를 전국으로 확산시켜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고 비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특별상을 받은 이유도 메르스 사태 때 보인 부적절한 대응 때문이다. 김애란 공공운수노조 사무처장은 특별상을 시상하며 “질본은 질병을 관리해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전염병에 대한 역학조사를 하는 기관인데도,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재벌의 삼성서울병원에 역학조사를 자체적으로 맡겼고 삼성병원을 포함한 민간병원 영업에 방해가 될까봐 정보 공개를 하지 않아 2만 명에 육박하는 환자, 보균자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받게 했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책임진다는 흉내를 내면서 사퇴했지만 이후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낙하산 이사장으로 갔다”면서 “메르스 사태의 제1주체는 삼성서울병원이지만, 악화시켰던 주범은 질본이기에 선정했다”고 말했다.

▲ 2016년 ‘최악의 시민재해 살인기업’으로 삼성서울병원이 선정됐다. 질병관리본부와 옥시레킷벤키저(옥시)를 비롯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들도 '시민재해 살인기업 특별상'을 받았다. 사진=손가영 기자

또 다른 특별상은 옥시, 애경, 롯데쇼핑, 홈플러스, 세퓨, 신세계 이마트, 엔위드, 코스트코, GS리테일, 다이소 등 지난해에만 5명의 추가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기업에게 돌아갔다. 기자회견문은 “2016년 4월4일 현재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사망자만 모두 239명”이라 주장하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기업살인’으로 규정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에 대해서는 2011년 12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실험결과가 도출됐고 정부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를 146명으로 인정한 바 있다. 검찰은 사망사건이 알려진 지 5년이 지난 올해 1월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10여 개 제품 중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 ‘롯데마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 ‘세퓨 가습기 살균제’ 등 4개 제품의 유해성을 확인했다.

강찬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안방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건이다. 세월호 가족들처럼 우리도 자기 탓하면서, 대한민국엔 기댈 곳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견디고 있다”며 “얼마나 피해자들이 무능했으면 6년이 지나가는데도 가해기업들에게 ‘잘못했다.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과가 이렇게 된 것에 진정으로 사과하고 늦었지만 수습하겠다’라는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와 사망의 인과관계를 확인한 연구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하지 않았고, 2001년부터 고객 상담 게시판의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 등 후유증을 호소하는 게시글을 삭제해 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낳았다.

강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를 도우려고 작년 한국에 왔던 영국 변호사가 ‘이런 일 벌어지면 영국은 정부가 바로 기업을 고발하고 검찰은 수사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한국 검찰은 5년 지나고 뒤늦게 수사를 한다고 한다”면서 “20대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진상조사, 청문회를 제대로 진행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끔 철저히 조사하고, (대책이) 입법되는 것을 지켜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의료민영화·영리화를 중단하고, 전염병 관리와 방역체계 전반에서 의료기관의 공적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며 “환경·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 함께 시민의 알 권리가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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