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야권이 압승함에 따라 정부가 선거 직전 내놓은 북풍 이슈가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군사지역이 밀집된 서울 이북의 경기·인천·강원 지역의 선거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등 야권이 지난 19대 총선 때 보다 오히려 의석을 늘렸다. 막판 북풍이 수도권 유권자들에게 더 이상 먹히는 소재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휴전선이 있는 전방지역과 군사밀집지역인 인천·경기·강원 지역 선거구에서 더민주당은 16곳을 차지했다. 경기도의 경우 파주시갑에 윤후덕 후보가 51.56%를 득표해 당선됐으며, 파주시을엔 박정 후보가 군 장성 출신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눌렀다. 

이밖에도 김포갑에 김두관 후보(59.3%)가, 양주시엔 정성호 후보(61.39%)가, 의정부갑엔 문희상(42.84%) 후보가 당선됐다. 또한 파주 바로 아래에 위치한 고양시의 경우 갑·을·병·정 선거구를 모두 더민주와 정의당 후보(각각 심상정 정의당·정재호·유은혜·김현미 더민주)가 차지했다. 남양주시 갑(조응천 더민주 40.07%)과 남양주시을(김한정 더민주 38.68%), 그 옆의 구리시(윤호중 더민주 46.58%)도 더민주 후보가 휩쓸었다.

서울보다 위도상 이북쪽에 있는 인천광역시의 계양갑은 유동수 더민주 후보가, 계양을은 송영길 후보, 서구을은 신동근 후보가 각각 차지했다. 특히 신 후보의 경우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강원도 지역의 경우 8개 선거구 가운데 원주시을 지역구에서 송기헌 더민주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
특히 백령도·대청도·소청도 등 서북 5개도서가 포함된 최북단 지역인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은 새누리당 후보가 패배했다. 이 지역구는 무소속 안상수 후보가 차지했다. 강원 동해·삼척시 지역구는 이철규 무소속 후보가 승리했다.

지난 19대 총선 보다 야당은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이번에 더민주와 무소속이 차지한 이 같은 서울 이북 쪽 지역구 가운데 7곳은 애초 새누리당의 의석이었다. 2012년 2012년 총선 당시 경기 고양덕양을은 김태원 후보가, 파주을은 황진하 후보가, 김포시엔 유정복 후보가, 중구동구옹진군 박상은 후보가, 서구강화군을 안덕수 후보가, 원주을은 이강후 후보가, 동해삼척엔 이이재 후보가 각각 차지했다.

이번에 새누리당이 승리한 서울 이북 군사지역 선거구로는 경기 포천시가평군(김영우 새누리당 후보-62.22%), 김포을(홍철호 새누리당 후보-46.77%), 의정부을(홍문종 새누리당 후보-41.51%), 동두천시연천군(김성원 새누리당 후보-52.51%), 남양주시병(주광덕 새누리당 후보-42.48%) 등이다. 이밖에 인천 서구갑과 강원도 지역구 6곳을 새누리당이 가져갔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각종 로켓발사 등과 그에 맞선 대규모 한미합동훈련 등 남북간에 이어져온 군사적 긴장상태에다, 선거 직전 터진 여종업원 집단 탈북사건과 북한군 출신 대좌 망명 사건 등을 정부와 군이 발표하거나 확인해주는 등 적극 알렸지만 선거에 끼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사건의 보도가 과거와 같이 바람을 일 정도로 영향력있지는 못한 것 같다”며 “(정부가) 비중있는 군 출신 망명이다, 집단 탈북은 처음이다 등 주장은 하지만 국민들이 눈과 귀를 쫑긋할 정도의 효과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남북간 군사 대치도 이미 익숙해져 버린 사건으로 큰 변수가 아니었다”이라며 “아마도 북한의 압박 정책이 효과를 본 성과의 하나로 망명과 탈북이 이어졌다고 홍보하고 싶었겠으나 그런 주제로는 서민들이 먹고 사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문제로 이념논쟁이나 친북논쟁으로 이어가면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으나 그런 사안이 되지도 못했고, 그렇다면 정치세력이 전략적으로 잘 대처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이슈”라고 평가했다.

▲ 경기도 행정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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