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20대 총선에서 6석을 확보하며 19대 총선에 비해 한 발 나아간 결과를 보였으나 애초 기대치보다 낮은 정당지지율을 기록하면서 향후 진보 정치 지지 기반을 어떻게 확대해 나갈 것인지가 과제로 남겨졌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심상정 경기 고양갑 당선자, 노회찬 창원 성산 당선자 등 두 명의 지역구 의원 당선자와 네 명의 비례대표 당선자를 냈다. 정의당은 정당득표율 7.23%, 득표로는 171만9891표를 받으며 비례 의석 4석을 확보했다.

지역구 당선자의 경우 이번 총선 승리로 최초의 진보정당 출신 3선 의원 배지를 달게 돼 향후 원내 정의당의 영향력이 보다 확대될 것이란 기대도 제기됐다.

▲ 20대 총선에서 창원 성산에 출마한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가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민중의 소리

심상정 당선자는 득표율 52.97%, 득표수 7만1043표로 최다득표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그는 지난 18, 19대 총선에 이어 세 번째 리턴매치로 만난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를 2만1687표 차로 따돌렸다. 제19대 총선에서 심 당선자가 손 후보를 170표 차로 꺾으며 가까스로 승리했던 데 비해 월등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3순위 득표를 한 박준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만1726표, 신지혜 노동당 후보는 1992표를 득표했다.

노회찬 당선자는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을 배출하며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린 창원 성산에 출마해 득표율 51.5%, 득표수 6만1897표로 당선됐다. 제17, 19대 총선 승리에 이어 3번째 승리다. 노 당선자는 2007년 ‘삼성 X파일’ 폭로 당시 삼성으로부터 뇌물·향응을 받은 검사 실명을 공개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2013년 대법원이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인하면서 19대 의원 임기 1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다. 현역 국회의원으로 20대 총선에 재출마한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는 노 당선자에게 1만3561표 뒤진 40.21%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재환 국민의당 후보는 9949표를 득표했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원내에 진입할 비례대표 후보는 이정미 정의당 부대표, 김종대 전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추혜선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윤소하 전 광주전남진보연대 공동대표 등 4명이다.

이정미 정의당 부대표는 노동운동, 통일운동 등을 두루 거치며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등 진보정당 운동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정당인으로 비례대표 경선 당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정치적 대변과 한반도 평화 통일 문제 의제화 등을 공약했다. ‘민간 군사전문가’라 불리는 김종대 전 정책보좌관은 군사·안보 문제에 전문성을 가진 인물로 현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방산비리 척결, 군 인권감독관 설치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추혜선 당선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에서 언론 개혁 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경선 당시 테러방지법을 막을 정보통신인권법 발의, 언론탄압을 막고 언론의 다양성과 지역성을 보장하는 입법 추진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윤소하 당선자는 전남 지역에 기반을 둔 진보정치 활동가로 광주전남진보연대 공동대표, 학교무상급식운동본부 상임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식량자급률법제화 등 농민 정책과 원하청연대보중법, 단가후려치기방지법 제정 등의 민생 공약을 대변하고 있다.

▲ 정의당 PI

19대 총선에서 5석을 차지한 정의당은 이번 총선 결과로 1석을 더 확보하게 됐지만, 정당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해 지지 기반에 대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20~40대 투표층의 지지를 기대하며 10~12% 정당지지율 득표를 통한 비례의석 6석 이상 확보를 총선 목표로 내걸었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 부족한 의석수로 인한 한계를 느끼고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삼아온 정의당은 19대 국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6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원내 정치적 영향력을 어떻게 더 확보할 것인지가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당이 제3당의 입지를 차지하면서 정의당이 제4당으로 밀려남에 따라 19대 국회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20대 총선 정의당의 성과에 대해 14일 브리핑에서 “정의당은 적대적 선거제도와 일여야다의 혹독한 선거구도에서 어려운 선거를 치렀지만 국민들은 합리적이고 끊임없이 혁신해 온 우리당에 미래의 디딤돌을 놓아 주었다. 진보정당 최초로 3선 의원을 둘이나 만들어 더 큰 역할을 주문했다”면서 “정치 밖의 시민들을 대변하고 진정한 민생정당, 대안정당으로 발돋움하라는 격려와 응원이다. 더 넓게, 더 깊게 국민의 삶 속으로 나아가 가장 신뢰하고 사랑받는 정의당이 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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