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 진보정당 중 가장 큰 당세를 가진 민중연합당이 언론의 외면을 받으면서 20대 총선에서 더 고전을 겪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중연합당은 지난 2월27일 창당됐다. 창당 당시 당원은 경기 3276명, 전남 4701명, 광주 5044명 등 전체 2만346명이었고 광역시도당은 7개였다. 민중연합당은 창당대회에서 “1%의 수구 기득권 정치꾼이 아닌 99% 민중이 정치의 주인으로 나서 연대하고 단결하겠다”고 밝히며 노동자·농민·청년 등 서민을 위한 진보정치 기조를 밝혔다.

현재 2만7천여 명의 당원이 모여있고 11개 광역시도당으로 구성된 민중연합당은 노동당, 녹색당 등 원외 진보정당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20대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도 56명으로 노동당 9명, 녹색당 5명에 비해 더 적극적인 총선 대응을 보였다.

▲ 지난 9일자 토요판 한겨레 커버스토리 ‘정당 투표, 어느 당 찍으시렵니까?’ 1면 사진.

민중연합당은 지난 11일 ‘한겨레신문 보도 관련 민중연합당의 입장’을 통해 “지난 4월 9일 자 보도된 귀사의 ‘정치BAR피티쇼(1면, 3면, 4면)’ 관련 기사에 대해 민중연합당은 깊은 유감을 전한다”면서 “선거 관련 보도에 있어서 노동당, 녹색당 등 다른 원외정당과 비교해 관련 기사에서 차별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제기된 9일 자 ‘정당 투표, 어느 당 찍으시렵니까?’ 보도는 각 정당의 비례후보가 나와 정책·공약을 발표하며 ‘자신의 당을 지지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는 ‘한겨레 정치BAR 피티쇼’를 다룬 기사였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6개 정당이 참석한 가운데 원외 진보정당 중 민중연합당이 제외됐다.

민중연합당은 이에 “공직선거법 제8조의 입법 취지가 ‘언론기관의 취재·보도라 할지라도 공직선거에 있어서 선거운동의 기회균등과 선거보도의 공정성은 준수되어야 할 것이므로 후보자에 관한 특집기사 등을 보도하는 경우 특정 후보자를 지지·선전 또는 부각되게 함으로써 선거운동에 이르러서는 아니 될 것이며, 후보자를 초청하여 대담·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중계방송·보도하는 경우에는 공정하게 하여야 할 것’임을 비추어 볼 때 위 기사는 공정성을 현저하게 일탈하였음이 명백하다”고 비판 입장을 밝혔다.

송명숙 민중연합당 공보담당은 입장문에 대해 “지난 2일자 한겨레 기사도 민중연합당만 제외하고 노동당, 녹색당만 다룬 게 있다. 창당 이래로 보도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계속해서 반복됐기 때문에 이번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민중연합당은 위 기사에 대한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민중연합당의 문제 제기를 일방의 주장이라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실제로 이들이 언론 보도에서 배제된 정황이 다수 발견되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9개 주요 전국종합일간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중연합당이 창당된 2월27일부터 3월15일까지 18일 동안 민중연합당은 언론 지면에 보도된 적이 없다.

창당 후부터 총선거 이틀 전인 4월11일까지 이들을 다룬 인터뷰 기사는 지난달 16일 한국일보 ‘전국 지면’에 보도된 남수정 민중연합당 경북 구미갑 후보 기사 한 건이다. 송명숙 민중연합당 공보담당은 “신생정당이면 ‘허니문 기간’이라고 해서 언론에서 일정부분 신경써주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이 전무했다”고 말했다.

정수연 민중연합당 대변인은 지난 4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정당 보도에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언론들도 유독 민중연합당을 배제하는 보도 태도를 보인다”면서 “진보적 성향의 언론의 외면이 두드러졌다”고 주장했다.

진보적 성향의 언론이라 분류되는 종합일간지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경우 창당 이후 지난 11일까지 민중연합당을 단독으로 다룬 보도를 낸 적이 없다. 총선 46일 전이라는 민중연합당의 급박한 창당 시점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지난 2012년 3월4일 19대 총선을 39일 앞두고 창당된 녹색당에 대한 보도와 현격한 차이가 난다. 당시 두 언론사는 녹색당 창당 시기부터 총선이 끝날 때까지 창당 소식, 정강·정책 소개, 인터뷰 기사 등을 다양하게 실은 바 있다.

▲ 3월21일자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성향의 언론은 민중연합당 당원에 구통합진보당 당원이 상당수 있으며 김재연, 김성동, 이상규 전 의원 등 통합진보당 출신 의원들이 차례로 입당했다는 이유로 ‘민중연합당이 재건 통합진보당 아니냐’는 색깔론 중심의 보도를 해왔다. 정수연 민중연합당 대변인은 “해산 결정 당시 당원만 10만 명이었고, 헌재에서도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정치적 배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면서 “진보언론마저도 왜 그렇게 보도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 (통합진보당 관련해서) 물어보면 담백하게 답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정치BAR 피티쇼’를 주관한 김태규 기자는 1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오프라인 행사라 많은 인원을 초청하는데 제약이 있었지만, 소수정당 목소리를 포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원외 녹색당, 노동당을 포함한 것”이라며 “이들 같은 경우에도 ‘일정 기간 존속하고 의미있는 활동을 한 정당’이라는 내부 기준을 만족했다. 민중연합당은 창당된 지 얼마 안 돼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우리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색깔론’과 관련해 김 기자는 “민중연합당이 몇 번 아쉬움을 전달했는데 (한겨레가) 당이 창당할 때마다 기사를 써온 것도 아니고, 원내정당, 원외정당을 두루 소개하는 기사를 계속 써오면서 민중연합당을 같이 보도해왔다”며 “선입견을 가지고 배제하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고 그런 분위기도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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