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직전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에 이어 북한 외교관, 북한군 대좌 등 잇단 북한이탈 사건이 발표돼 그 배경에 의문이 나오고 있다. 평소 북한군의 구체적인 동향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온 국방부조차 브리핑 과정에서 “그런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이 때문에 국방부 기자들이 “평소엔 확인해주지 않다가 왜 확인해준 것인가, 총선이라 확인해준 것인가”라고 반문하는 등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에 이어 대남담당 북한 정찰총국 출신의 북한군 대좌(한국군 대령급)가 지난해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고 연합뉴스가 단독보도로 이날 오전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의 말을 빌어 “북한 정찰총국에서 대남공작 업무를 담당하던 A 대좌가 지난해 국내에 입국했다”며 “정찰총국의 대좌는 인민군 일반부대의 중장(별 2개·우리의 소장)급에 해당하는 직위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군 장성이 탈북해 국내에 입국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연합은 덧붙였다.

이 소식통은 “A 대좌는 지금까지 인민군 출신 탈북민 중 최고위급으로, 북한 정찰총국의 대남공작 업무에 대해 상세히 진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은 전했다.

연합뉴스는 “북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중 접경지역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탈북자 수는 감소했지만,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며 “북한 내 엘리트층인 외교관들이 잇따라 탈북해 국내 입국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고 썼다.

이 같은 보도가 왜 총선 직전에 터졌는지와 관련해 국방부와 통일부는 브리핑 과정에서 기자들과 신경전을 벌였다.

▲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이 11일 오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브리핑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1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정찰총국 대좌 망명’ 보도를 군 당국에서도 파악된 것이 있느냐는 질의에 “그런 사실이 있다”며 “인적사항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얘기해 드릴 수가 없다”고 밝혔다.

사전에 파악된 것인지, 이날 (연합 보도로) 파악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문 대변인은 “이 사항은 국방부가 주관하는 내용은 아니고 국정원과 통일부에서 하는 사안”이라며 “그 경위에 대해서는 제가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국방부 기자들은 확인해준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질문 공세를 폈다. 조영빈 뉴스1 기자는 문 대변인에게 “국방부에서 확인을 지금 해 주시는 이유가 거기가 북한 군인이기 때문에 확인을 해 주시는 건지… 지금 확인해 주시는 것 자체가 좀 이례적”이라며 “북한군이기 때문에 확인해 주는 건가”라고 물었다.

문 대변인은 “지금 북한 군인이기 때문에 아마 국방부에서도 질문을 하신 것으로 제가 알고 있고 그래서 그 사실을 확인해 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듣던 박병수 한겨레 기자는 “평소에는 그런 것 확인 안 해 주지 않느냐”며 “총선 때문에 확인해 주는 것이냐. 왜 확인해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 기자는 “과거에는 질문, 과거에는 그런 질문이 없었느냐. 군에서는 절대 확인해 주지 않았다. 정보 사안이라면서”라며 “이유가 뭐냐. 한번 배경을 설명해달라”고 따졌다.

문 대변인은 “배경 특별한 건 없다, 사실관계를 질문했기 때문에”라고 재차 반복했다.

박병수 기자는 “그럼 앞으로도 이런 일은 다 확인해 주는 것인가. 그런 원칙이 확립된 것인가”라고 물었다.

문 대변인은 “거기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답변할 수는 없지만 하여튼 알려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알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기자는 “이게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서 그런데, 제가 국방부 출입하면서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보통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북한 정부담당자든 간에 한국으로 망명을 하면 이것은 통일부나 혹은 만일 비공식적으로 확인하면 외교부나 혹은 그 외 정보부서에서 확인해 준 걸로 알고 있다”며 “대변인이 이렇게 공식브리핑에서 확인해 준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를 두고 탈북자 출신인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 식당 여종업원 망명보도까진 이해하겠는데, 정찰총국 대좌 망명보도는 심하다 싶다”며 “대북제재 전에 왔던 대좌는 그렇게 묵은지 김치 신세가 됐다. 새누리 지지율이 30%넘어서 다행이다. 안그럼 주성하 간첩단 사건이 터졌을지도 모르겠다”라고 썼다.

한편, 이날 오전 통일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도 왜 총선 직전에 이런 내용을 정부가 발표했느냐는 지적이 터져나왔다.

▲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이 11일 오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브리핑
김치관 통일뉴스 기자는 “왜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렇게 구체적인, 심지어는 아직도 대기자들이 있는 상태, 들어오기 위한 대기자들까지 있는 신변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을 무릅쓰고 정부가 이렇게까지 하는 데 대해 누구나 의혹을 가지고 있다”며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묶지 마라고 했는데 고위당직자가 이런 발표를 이런 식으로 답변한다는 건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게 이례적인 건 틀림없다”며 “개인적으로 볼 때도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한꺼번에 같이 왔다’ 그런 점은 누구나 흥미를 끌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공개가 ‘빠르다’, ‘늦다’ 이거는 뭐 ‘다른 여러 가지 것들을 종합했다’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러한 점에서는 ‘충분히 흥미를 끌만한 사안이다’, 나중에 다른 또 비슷한 다른 또 사례가 생길 수도 있다”며 “그때도 사실은 그런 집단의 특성을 고려할 때는 또 그것도 상당히 흥미와 이례적인 사안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이를 듣고 김 기자는 “지금 탈북자들의 인권문제도 나오고 있고 신변안전 문제도 나오고 있는데 흥미를 끌만한 것을 정부가 언론에게 던져주는 게 그게 정부의 온당한 태도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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