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미세먼지주의보’가 장시간 지속됐다. 지난 8일 수도권 지역으로 시작으로 발령된 주의보는 10일 20개 권역으로 늘어났고 일부 권역은 41시간 동안 장시간 주의보가 유지됐다. 미세먼지는 1000분의 10mm보다 작은 먼지로, 평균 농도가 기준치(150㎍/㎥)를 넘어서 2시간 이상 지속될 때 주의보가 발령된다.

환경단체들은 수년 전부터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미세먼지는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오염물질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심혈관계와 호흡기계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로 널리 알려졌으며, 특히 지름 1000분의 2.5mm 이하인 ‘초미세먼지’의 경우 WHO가 2013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바 있다. 그린피스가 2015년 발간한 보고서 ‘침묵의 살인자, 초미세먼지’에 따르면 한국의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로 인해 연간 최대 1600여 명이 뇌졸중, 폐암, 심폐질환으로 조기 사망하고 있다.

▲ 사진=녹색당 홈페이지

최근 우리 사회의 미세먼지 농도를 살펴보면 미세먼지 감축 노력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알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의 통합대기지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13일부터 4월11일까지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81㎍/㎥)’을 초과한 날수는 서울 6일, 경기 11일 등을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 9일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117㎍/㎥, 10일 평균 134㎍/㎥를 기록할 만큼 치솟았고 특히 9일엔 ‘매우 나쁨’ 수준의 241㎍/㎥를 기록하기도 했다.

초미세먼지 농도도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초미세먼지 일일 평균 권고기준을 25㎍/㎥로 두고 있다. 지난 3월13일부터 4월11일까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25㎍/㎥를 웃돈 날은 30일 중 24일로,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됐던 9일엔 평균 58㎍/㎥, 10일엔 평균 68㎍/㎥를 기록했다. 한 달 평균 농도는 약 37㎍/㎥이었다.

불특정 다수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문제에 각 정당은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을까. 미디어오늘은 20대 총선 정책자료집에 미세먼지 감축 대안을 제시한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녹색당, 정의당 등 다섯 개 정당의 해법을 비교·평가해 보았다.

환경단체 “두루뭉술한 대책 안돼, 구체적·구조적 정책이 미세먼지 줄일 수 있다”

환경단체들은 미세먼지 해법에서 ‘체계성’과 ‘구조적 접근’, 그리고 ‘적극적 의지’를 강조한다. 미세먼지 발생원인이 다층적이기 때문에 그에 맞춘 밀도 있는 방치책이 필요하고, 산업구조·에너지정책이 연관돼있기 때문에 구조적 접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저탄소차협력금’, ‘오염물질 배출 부담금 강화’, ‘경보 시 차량운행·조업 규제’ 등 실효성있는 정책을 시행하려면 정부의 강력한 집행 의지가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손민우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1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초미세먼지의 발생원인은 딱 하나라고 집기 어렵다. 자동차가 될 수 있고, 굴뚝, 배기구, 발전소, 비산먼지 등이 될 수 있다”면서 “두루뭉술한 대책보다는 자세하고 세부적이고 섬세한 정책이 많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 그린피스가 2015년 발간한, 한국 석탄화력발전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초미세먼지 문제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

초미세먼지의 경우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암모니아(NH3), 휘발성 유기화학물(VOCs)등의 오염물질이 공기 중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는 규모도 상당하다. 사업장 연소, 석탄화력발전소 연소 등이 초미세먼지의 주 오염원으로 지목되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해 그린피스는 “석탄화력발전의 살인적인 피해를 직시하고,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줄여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할 것”과 “석탄화력발전소 배출 오염물질에 대한 규제 강화 및 체계적 모니터링”을 주장해왔다. 손 캠페이너는 “초미세먼지는 다른 대기오염 물질 관리도 해야 줄일 수 있는 문제”라며 “전반적인 석탄화력발전 감축과 발전소, 공장 등 산업현장에 대한 즉각적인 행정명령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문제가 환경오염 의제로 등장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정부의 대책이 미흡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환경단체들은 △자동차 2부제 △저탄소차 확대 및 노후자동차 초기폐차 △도로교통 수요 관리 강화 등을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안으로 제시해왔다. 산업·발전소에 대한 규제로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 중지 △질소산화물 배출 기업 부담금 강화 △미세먼지주의보 발령 시 조업 규제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손 캠페이너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즉각적인) 행정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산업계의 반발이 두려워선지 (정부가)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1급 발암물질을 남녀노소, 빈부 차이 할 것 없이 들이마시며 모두가 다 피해입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캠페이너는 “WHO가 가이드라인을 정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WHO는 초미세먼지 권고 기준을 연평균 10㎍/㎥, 일평균 25㎍/㎥으로 규정한다. 한국은 연평균 25㎍/㎥, 일평균 50㎍/㎥이 기준으로, WHO보다 각각 2.5배, 2배씩 높다. 정부가 ‘소극적’이라 비판받는 대표적인 지점이다. 그는 “일본도 연평균 15㎍/㎥, 일평균 35㎍/㎥로 지정한다. 중국은 미세먼지 오염이 너무 심하니 APEC이 열렸던 기간에 자동차를 아예 못 다니게 하고 공장, 발전소도 잠시 멈추고 석탄사용량도 국가차원에서 줄였다”면서 “그렇게 해서 중국은 작년 미세먼지 오염도가 2014년에 비해 6% 낮아졌다고 공식발표한 바 있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 대책을 재차 강조했다.

녹색당 “가장 적극적, 강한 규제 주장” 정의당 “정책목표 분명하고 개혁성 뚜렷”

환경단체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정당은 녹색당과 정의당이다. 환경의제에 가장 적극적 정치행보를 보인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미세먼지 문제에 적극 대응해왔다. 녹색당은 지난 2월4일 각 지자체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은 자료를 분석해 지난해 전국 지역별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 현황이 26.5㎍/㎥로 법정 관리기준 25㎍/㎥를 초과했음을 밝혀냈다. 미세먼지 의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미세먼지원정대 선거운동본부를 가동했고 지난 6일에는 이계삼 비례대표 2번 후보가 충북도청에서 ‘충청북도 초미세먼지 실태보고 및 녹색당 미세먼지 정책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 녹색당 비례대표 이계삼 후보가 4월6일 오전 녹색당 충북도당과 함께 충북도청에서 충북 지역의 심각한 초미세먼지 현황에 대한 녹색당의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녹색당
▲ 정의당 20대 총선 정책공약집 중 미세먼지 정책 부분. 사진=정의당 정책공약집 캡쳐

녹색당은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차별적 접근 ▲초미세먼지 관리기준 25㎍/㎥ 2030년까지 10㎍/㎥로 강화 ▲배출원의 근본적 저감(석탄발전소 신규 건설 중단, 저탄소차협력금 제도 시행 유예 중단, 노후 자동차 조기 폐차 정책 강화, 질소산화물 배출에 대해 부담금 강화) ▲긴급 대처 (초미세먼지 주의보/경보 단계에서의 자동차 2부제 실시 강화) ▲초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제도 및 인프라 구축(관리기준의 강화, 측정소 확대 및 측정 높이 조정) 등을 20대 총선 정책으로 제시했다.

정의당은 △미세먼지 관리기준 WHO 기준으로 강화 조정 △자동차·석탄화력발전소 규제(차량 부제, 대형건물 교통유발부담금, 친환경 교통수단 인센티브, 석탄화력발전소 점진적 축소) △비상행동계획(경보 시 차량운행제한, 대중교통 무료운행, 경유차 도심진입금지) △위해성 관리 강화(측정체계 고도화 및 상세 예보시스템 도입) 등을 제시했다.

두 당 모두 WHO 권고 기준을 도입하고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을 중단하는 등 거시적인 접근을 도입했다. 차량 부제나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 경보 단계 시 자동차·산업 발 배기가스 규제하는 행정명령 강화 등 원인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녹색당은 저탄소차협력금제나 질소산화물 배출에 대한 부담금 정책 등을 도입한 점에서 규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8일 논평을 내 정의당의 미세먼지 정책에 대해 “WHO 수준으로 환경기준을 강화해서 정책 목표를 분명하게 하고 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개혁성과 구체성이 높은 정책”이라 평가했고 녹색당에 대해서 “미세먼지 규제강화를 공약했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더민주·국민의당 ‘미봉책’ 비판… ‘1급 발암물질’ 줄어들지 못할 것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원내 3정당은 낮은 평가를 받았다. 환경운동연합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에 “미세먼지 주요 발생원인인 석탄화력과 산업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린피스의 손 캠페이너 또한 구조적 접근 수준과 구체성 측면에서 정의당·녹색당에 비해 낮은 평가를 내렸다.

▲ 새누리당 20대 총선 정책공약집 중 미세먼지 정책 부분. 사진=새누리당 정책공약집 캡쳐

새누리당은 △2020년까지 미세먼지 예보 인프라 고도화 △미세먼지 3대 국내 배출원 지속적 감축(2024년까지 친환경차 200만대 보급, 2017년까지 자발적 감축 협약 체결, 직화구이 등 생활오염원 관리) △중국발 미세먼지 관리(중국과 대기 질 측정자료 공유, 중국 내 제철소 저감시설 설치) 등이 20대 총선에 내놓은 공약이다.

▲ 더불어민주당 20대 총선 정책공약집 중 미세먼지 정책 부분. 사진=더민주당 정책공약집 캡쳐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초미세먼지 측정망 확대 및 취약계층에 마스크 지원 △산업시설 집중지역 특별관리 △학교·학원 버스 CNG 버스로 교체 △대중교통 시설에 미세먼지 저감시설 설치 의무화 △교통량 집중지역에 학교, 유치원, 요양시설 건립 제한 등이다.

▲ 국민의당 20대 총선 정책공약집 중 미세먼지 정책 부분. 사진=국민의당 정책공약집 캡쳐

국민의당 미세먼지 정책의 골자는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 지역 초미세먼지 관측망 확충 △초미세먼지 고농도 발생 시 야외근무 노동자 마스크 착용 △한-중 간 대기환경 협력 강화 △직화구이 등 생활오염원 초미세먼지 저감시설 설치 지원 △질소산화물 낮추는 가정용 보일러 보급 추진 등이다.

녹색당·정의당은 미세먼지 관리 기준을 WHO 기준으로 대폭 강화하고 교통수요·산업계·발전소 등에 강한 규제를 도입했지만, 이들 세 정당은 이를 정책화하지 않았다. 또한, 앞의 두 진보정당이 자동차 배기, 건설장비의 배기, 발전소 배기, 사업장 배기 등 각각 오염원에 맞는 구체적인 대응을 제시한 반면, 이들 세 정당은 상대적으로 포괄적인 정책을 제시했다. 이들 정책에 대해 녹색당은 지난 10일 직접 논평을 내 “사후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접근에 불과하다”며 “긴급 대책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동시에 균형 있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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