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서비스 간접고용노동자 권리보장과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이 지난달 17일 출범했다. 삼성·SK·LG·태광·씨앤앰의 기술서비스 노동자들이 하도급 구조로 인한 열악한 노동조건을 바꾸기 위해 20대 총선에 맞춰 행동에 나선 것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만성적인 고용불안과 장시간노동, 사측의 노조 탄압 등에 시달려왔고 '진짜 사장' 원청기업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왔다.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은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자들에게 '간접고용노동자 3대의제 질의서'를 발송해 후보자에게 진지한 검토와 성실한 답변을 요청한 바 있다. 3대 의제는 △단체교섭권 보호 △단체행동권 보호 △고용안정 확립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내왔다.

삼성전자서비스 AS 노동자들이 20대 총선을 맞이해 ‘편지 한 통의 실천’을 벌였다.

“군인일 때 이후로 손편지는 처음 써보네. 무지 떨리는데‥‥.” “나는 편지 언제 마지막으로 썼는지 기억도 까마득하다.”

편지 한 통의 실천에 참여한 AS 노동자들의 대화이다. 언제 마지막으로 편지를 써봤냐는 질문에, 저마다 10년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이들은 왜 머쓱해 하면서도 편지를 쓰게 되었을까?

▲ 삼성전자서비스 AS 노동자들이 20대 총선 의원 후보자들에게 직접 간접고용 문제해결에 대한 입장을 질의하는 편지를 쓰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대한민국이 어디에 있었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를 토론하는 장이 돼야 한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조합원이 전국에 있다는 특이점을 살려, ‘편지 한 통의 실천’을 준비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전국 253개 지역구 중 148개 지역구에 조합원이 거주하고 있다. 이번 편지 한 통의 실천에 참가한 분회는 총 30개로 서울, 인천, 강원, 경기, 충남, 대구, 경남, 부산, 울산지역에 있다. 

조합원들은 손수 편지를 작성해 우체국을 찾거나, 후보사무실에 찾아가 면담을 진행하는 등 발로 뛰며 직접 요구를 전달했다. 또한, 유세현장에서 즉석으로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편지 한 통의 실천’을 통해 다양한 후보들에게 간접고용 문제에 대해 질의하고 유권자로서 입장을 전달하는 실천을 벌였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 AS 노동자의 현실과 조합원의 공동요구를 반영해 편지내용을 작성했다. 아래는 지난 2013년 7월14일 노동조합을 만든 이후, 간접고용 문제를 온몸으로 체감했던 삼성전자서비스 AS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작성한 편지 내용이다.

국회의원 후보자님,

안녕하세요. 저는 삼성전자서비스 센터에서 근무하는 수리기사입니다. 저는 삼성 제품만을 고치고 삼성 AS 센터에서 근무하지만, 삼성은 저에게 삼성직원이 아니라 하청업체 직원이라 말합니다. 저희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현실은 굉장히 열악합니다. 수십 년을 같은 자리에서 일했는데도 하청업체의 계약기간이 끝날 때마다 고용승계가 되지 않을까봐 불안에 떨어야 합니다. 점심, 휴식시간도 마땅치 않아 라면, 김밥, 편의점 음식, 배달 음식을 먹으며 일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일하면서도 관리자의 눈치와 실적 압박에 숨 막히는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수행하는 업무가 위험하고 유해할수록 간접고용으로 돌려지는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반면 예방대책은 마련돼있지도 않고 산재처리 역시 어렵습니다.

삼성 AS는 성수기 여름철과 비수기 겨울철에 업무량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납니다. 여름에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감내해야 하고 비수기에는 생활고에 시달려야 합니다. 이러한 현장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진짜 사장인 재벌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경영에 뒤따르는 위험은 외부로 돌려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 삼성전자서비스 AS 노동자들이 20대 총선 의원 후보자들에게 직접 간접고용 문제해결에 대한 입장을 질의하는 편지를 발송했다. 사진=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그러면서도 삼성은 ‘고객만족도 13년 1위’라며 1등 서비스라 자랑합니다. 그 1등 서비스는 저희 엔지니어들의 눈물과 땀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그런데 삼성은 간접고용을 통해 이윤은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챙기면서도 노동자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사용자책임조차 수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단체교섭권이 보장돼야 합니다. 단체교섭권은 마땅히 보장돼야 할 노동자의 권리이지만, 저희에게는 실질적으로 단체교섭권이 없습니다. 저희의 임금 조건, 노동환경을 결정하는 것은 삼성전자서비스 원청입니다. 그러나 정작 결정권이 있는 원청은 교섭에 나오지 않습니다. 하청업체 사장은 결정할 권한조차 없습니다. '원청에서 안 된다더라'는 말만 반복할 뿐입니다.

간접고용으로 노동자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이때, 원청에 면죄부가 아니라 책임을 부과하려면 원청이 하청노동자들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실질적인 단체행동권도 없습니다.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서 쟁의권을 행사해도 파업 시 대체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옆 센터에서도 들어오고 삼성전자서비스 원청에서도 엄청 들어옵니다. 파업권이 아무런 실효를 발휘할 수 없습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정상적인 교섭과 쟁의를 하지 못하기에 많은 노동자가 모여 요구를 하더라도 현실을 바꿔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노동자가 목숨을 걸게 되는 것입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쟁의권이 무력화되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합니다.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대한민국의 앞날에 대한 대안을 토론하고 만들어나가는 공간인 만큼, 열악한 지위에 처한 저희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후보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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