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막말 파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인천 남구을 윤상현 무소속 후보의 지지율은 건재했다. 윤상현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보다 15% 이상 앞서는 지지율을 보여왔다. 격전지가 아님에도 남구을 선거 판세는 여론의 주목도가 높다. 윤상현 후보의 ‘자질’ 문제와 ‘비박’ 김정심 새누리당 후보 홀대론, 더불어민주당과 야권단일화를 이룬 김성진 정의당 후보의 존재감 등의 문제가 얽혀 있는 지역이다.

김성진 정의당 후보, 김정심 새누리당 후보, 안귀옥 국민의당 후보 등은 윤 후보에 뒤처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막판 선거운동에 돌입하고 있다. 사전투표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미디어오늘은 네 후보가 격돌하고 있는 인천 남구을의 유권자 목소리를 들어 봤다.

“의원 자질 없다”는 비판에 “니네들이 뭐라 해도 윤상현이는 될거다”

남구을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용현시장’ 바로 옆에 있는 윤상현 후보 선거사무소의 문은 지지자가 아닌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특히 윤 후보 측은 기자 출입을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등 언론 노출을 지극히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누나’ 발언과 김무성 당대표를 향한 “죽여버려” 발언 등 지난 막말 파문에 대한 방어적 태도와 함께 언론 보도를 통하지 않아도 유권자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읽혔다.

이날 윤 후보 사무소가 있는 빌딩 출입문은 40여 분 넘게 굳게 잠겼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윤 후보의 낙선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 동안이었다. 천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시민 제보와 투표를 통해 총선 출마자들의 자질을 가려낸 뒤 자질 미달자의 낙선운동을 해온 ‘2016총선시민네트워크(이하 2016총선넷)’는 윤상현 후보를 ‘인천 집중 낙선 후보’로 꼽았다. 선정 사유는 △막말·욕설 파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거짓 발언’ △서해 5도 안전에 해를 끼친 해양안전경비본부 이전 방치 등이다.

▲ 7일 오후 인천유권자위원회 회원이 인천남구을 무소속 윤상현 후보 사무실 앞에서 낙선투어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016총선시민네트워크과 인천유권자위원회는 4월7일 오후 윤상현 후보 선거사무소 맞은편 인도에서 ‘2016총선넷, 인천지역 집중심판대상자 낙선투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기자

2016총선넷과 인천유권자위원회는 지난 7일 오후 윤상현 후보 선거사무소 맞은편 인도에서 ‘2016총선넷, 인천지역 집중심판대상자 낙선투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창곤 민주노총인천본부장은 “자기 정당의 대표에게 ‘죽여버려’라고 말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 가진 사람이 일반 국민 유권자에게 어찌 할 것인지 의심스럽다”면서 “막말 정치를 보았을지언정 민생정치는 실종됐다.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다. 최악의 국회 한복판에 있던 사람이다. 준엄한 심판 해달라”고 주장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발언에 나서 “‘누님, 누님’ 누님만 믿고 까부는 사람이 우리의 대표가 될 수 있나. 고용 안정을 해야 할 판에 노동자 쉽게 해고하겠다, 다 비정규직 만들겠다는 사람을 어찌 후보로 인정하냐”면서 “의원 한 사람에 국민 세금 5억이 들어가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중소기업, 중소상공인 정책 모조리 반대하고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고, 노동개악에 앞장서는 저 사람들이 어떻게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윤 후보 사무소에 ‘시민낙선증’을 전달하려 했으나 빌딩 문이 잠겨 전달하지 못했다. ‘지역상인발전회’에서 나온 일부 관계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지역상인발전회는 기자회견이 열리는 장소 바로 옆에서 스피커의 출력을 최대치로 맞춰 라디오를 틀고 “시민들에게 피해간다” “당신들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고 항의했다. 일부 상인들은 회견에 참여한 사람들을 몰아세우며 “너네가 아무리 그래도 윤상현은 된다”고 소리쳤다.

언론 원천봉쇄, 조용한 선거운동… 윤상현, ‘막말 구설수’ 의식했나

윤 후보에 대한 용현시장 상인들의 평가는 우호적이었다. 윤 후보를 지지한 상인들은 “지역 일을 많이 했다” “여기는 새누리당 텃밭이다”라고 지지 이유를 말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우아무개씨(67)는 “어려운 곳에 계단도 설치하고 제물포역에 급행열차도 서게 하고 맞은 편에 보훈병원도 유치하고 일 많이 했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고 순대가게를 운영하는 강아무개씨(46)는 “윤상현이 새누리당 공천은 못 받았지만 다 알아서 찍을 거다. 평상시에 시장을 많이 찾고 밑에 사람들을 시켜서 얘기도 많이 듣는다”면서 “장담하는데 남구을 60% 정도는 (윤 후보에게) 표심이 갈 것”이라 말했다. 이날 만난 상인 5명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비판한 막말 및 허위발언에 대해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현재 ‘조용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윤 후보의 선거사무소 주소와 연락처를 검색해도 포털사이트에 뜨지 않는다.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이날 직접 “우리는 선거운동 일정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게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경쟁후보의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기자들이 윤상현 후보 선거운동 일정을 우리에게 물어보는 상황”이라며 “조용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자신감이 있으니”라고 지적했다. 이날 윤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한 지지자는 “지지자들이 (윤후보에게) ‘가만히 계셔도 꼭 당선시킬 것’이라며 나서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 ‘최다득표’로 당선되는 것을 목표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사무소는 언론의 접근을 원천봉쇄했다.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진행되던 인터뷰를 제지하며 “선거사무소에 기자가 들어올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하지 않는다. 나가달라”면서 “여기서 나눈 얘기, 공식적인 절차를 밟은 게 아니면 쓰지 말라. 분명히 말했다.”며 고압적으로 대응했다. 기자 신분과 취재 취지를 밝히고 안내받은 뒤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말에도 해당 관계자는 “공식적인 절차 없으니 보도하면 안 된다. 나가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민감한 대응에 대해 한 경쟁후보의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막말 등으로) 문제가 된 적이 많아 언론에 오르내려서 좋을 게 없으니”라고 지적했다.

김성진 단일후보 “2040 투표율 대폭 끌어올려… 야권단일화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9일 TNS KOREA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3.4%를 기록하는 등 지역표심이 윤상현 후보에게 쏠려있다. 그럼에도 20~40대 청년·중년층 유권자의 표심은 온도차를 보였다. 학익동 신동아아파트에서 만난 홍아무개씨(30)는 “정권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새누리당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데다 윤상현 후보 ‘죽여버려’ 말처럼 상스럽고 열심히 하는지도 모르겠다”며 “김성진 후보를 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아무개씨(30)는 “최악보다 차악이라 생각해 더불어민주당 쪽을 뽑으려 한다”면서 “여기서 30년을 지냈지만, 우리 동네는 바뀐 게 없고 윤상현 후보도 본 적이 없다. 지역 일을 했다고 문자가 많이 오는데, 그거 다 시나 구에서 하는 일인데 거기다 숟가락얻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유치원을 보낸 딸아이를 기다리던 김아무개씨는 “3년 넘게 애를 키우다 보니 (새누리당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 때문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기도 했다”면서 “당 보고 뽑을 거다. 정의당 후보를 뽑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4월7일 인하대학교 후문에서 김성진 정의당·더불어민주당 단일후보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심상정 대표(왼쪽)와 김성진 후보(오른쪽)가 맞잡은 손을 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성진 정의당·더불어민주당 단일 후보는 이날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인하대학교 후문과 주안역 인근에서 전·현직 의원들과 함께 한 ‘집중 유세’를 진행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오후 12시 인하대학교 후문에서 김성진 후보 지지 연설을,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김광진 의원은 주안역을 찾아 김성진 후보의 선거유세를 지원했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송영길 전 인천시장, 정의당 소속 배진교 전 남동구청장과 문영미 현 남구의원 등도 가세해 선거운동을 도왔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지지세를 모았음에도 김성진 후보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남구을은 실질적으로 더민주당이 ‘버린 지역구’로 분류되는 데다 야권연대를 위해 사퇴를 약속했던 안귀옥 국민의당 후보가 윤 후보의 ‘죽여버려’ 막말 파동 후 후보로 등록하면서 전체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성진 후보 선거운동본부의 공석환 공보담당은 “인천지역 야권단일화 논의가 이뤄지면서 시민사회단체, 지역원로가 ‘남구을로 가라’고 간곡히 말해왔다. (김 후보는) 계양구에서 지역활동을 해왔지만 (청을 받아들이고) 남구을로 이동했다”며 “(여기는) 새누리당 당세가 강하고,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남구을에 공천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 4월7일 인하대학교 후문에서 집중 유세에 나선 김성진 후보 선거운동원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윤 후보와 차이가 큰 지지율에 대해서 공 공보담당은 “65세 이상 인구가 17%나 되는 노령화된 지역이라 윤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젊은 층은 지지성향이 다르더라. 온라인 매체 보도나 팟캐스트 출연 등을 통해 20~30대 표심을 긁어오는 게 마지막 전략이다. 이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권단일화 효과에 대해서도 “최근 국민의당의 조사에 따르면 김성진 후보 지지율이 20.2%고 윤상현 후보가 34.8%로 나왔다. 김 후보는 10%가량 올랐고 윤 후보는 15%가량 떨어진 것”이라면서 “(윤 후보가) 막말 사태 등으로 정당 민주주의를 후퇴시켰고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것을 유권자에게 잘 표현하면 표심을 움직일 수 있다. 마지막까지 가면 승산이 있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후보는 나다” 당의 외면에 답답해하는 김정심 후보

“탈당한 무소속후보는 새누리당 입당이 불가능하다. 새누리당 남구을 국회의원 후보 김정심 캠프”

김정심 새누리당 후보는 ‘새누리당 1번 후보는 김정심’임을 내세우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용현동 윤상현 선거사무소 인근 교차로에 걸린 현수막의 ‘새누리당 후보는 저 김정심입니다. 제가 기호 1번입니다’ 문구는 김 후보의 처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문구다. 익명을 요청한 김 후보 선거사무소의 핵심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얌전한 선거운동을 했다. ‘새누리당 공천은 김정심’이란 프레임을 유지했다”면서 “앞으로는 프레임을 바꿔 윤상현 후보의 사퇴 촉구로 나설 것”이라 지적했다.

▲ 용현동 윤상현 선거사무소 인근 교차로에 ‘새누리당 후보는 저 김정심입니다. 제가 기호 1번입니다’ 문구가 적힌 김정심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 후보 선거사무소는 ‘진박’인 윤상현 무소속 후보에 밀려 당으로부터 적극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답답해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일 남구을만 빼고 인천 전 지역 지원유세를 했고 새누리당의 유세지원단 ‘알파1 유세단’도 남구을을 방문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선거사무소 핵심관계자는 “중앙당에 항의했으나 ‘일정이 그렇다’는 답만 들었다. 비겁한 대답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다”면서 “윤상현 후보가 당선되면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나. 정의가 살아있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나. 패륜적인 언행을 보인 것에 대해 자숙하고 백의종군하라며 윤상현 후보에게 사퇴를 촉구할 것”이라 밝혔다.

김 후보는 현재 유권자를 최대한 만나기 위해 “새벽, 아침, 점심, 저녁 골목골목을 다니며 명함을 돌리고 있다.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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