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가족이 삼성전자 상무 출신의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광주 서구을 후보에게 삼성 반도체·LCD 공장 직업병 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을 공개 질의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지난 5일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 가족 황상기, 김시녀 등 반올림 일동’의 이름으로 보낸 공개질의서에서 “삼성전자 반도체·LCD 생산라인에서 일했던 220여 명의 노동자가 백혈병, 뇌종양, 유방암 등으로 고통받고 사망할 때, 후보님은 그 회사 메모리사업부에서 책임연구원과 수석연구원을 거쳐 임원에까지 올랐다. 더욱이 지금은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제1야당 후보가 되셨다”며 질의 취지를 밝혔다.

▲ 반올림이 4월5일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발송한 공개질의서. 사진=보도자료 캡쳐

양향자 후보는 1985년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하여 1993년 책임연구원, 2007년 수석연구원을 거친 뒤 2014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설계팀 상무를 역임했다. 양 후보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이자 천정배 국민의당 후보가 출마한 광주 서구을 의원 후보다.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의 안전보건 실태를 다룬 보고서 등 각종 문건을 공개하지 않는 문제와 관련해 삼성반도체 공장의 안전보건 상황에 관한 문제점에 대해 알고 있는지, 안전보건 관리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보고서를 은폐하는 삼성전자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을 질의했다.

2013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하 산보연)이 작성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안전보건 진단 보고서>를 보면 “안전보건상의 조치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실질적인 안전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유해가스를 실외로 배출시키는 설비가 없다”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 기관은 2008년 반도체 공장 근로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반도체 여성노동자의 악성림프종 발병 위험이 일반 국민에 비해 2.03배에서 5.16배까지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공장의 내부 상황을 진단한 보고서를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의 직업병 산재인정 방해 의혹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사업장의 안전보건 실태에 대한 진단 보고서, 사업장 유독가스 누출기록, 엔지니어에게 배포했던 환경수첩 등 산재심사 과정에 필요한 자료들을 ‘영업비밀’ 혹은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은폐해왔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복수의 언론 보도를 근거로 삼성전자가 산재소송을 포기할 조건으로 산재신청자에게 합의금을 제안하는 등 피해자들을 회유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반올림은 양향자 후보에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산재 심사 과정에서 사업주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을 어떻게 보나” “위와 같은 삼성전자의 행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등을 물었다.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지난 2013년 3월 서울 곳곳에서 전자산업 피해자 추모주간 행사를 열었다. 사진=반올림 제공

공개질의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교섭 약속을 어긴 뒤 사과, 보상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양 후보의 입장도 요구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2013년 12월부터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을 합의하는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교섭’을 시작했고 지난해 7월 이들의 교섭을 중재하는 조정위원회의 조정권고안이 발표됐으나 삼성전자는 한 달여 뒤 조정권고안의 보상 의제 부분을 임의로 수정한 뒤 보상절차를 자체적으로 강행하며 교섭 약속을 파기했다.

사과와 보상 교섭에 다시 나서라며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반올림은 양 후보에게 삼성전자의 일방적인 사과·보상 강행에 대한 평가와 삼성전자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이 밖에 이 단체는 백수하 삼성전자 상무가 지난 2월 한 토론회에서 왜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만 유독 직업병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답으로 “한국이 삼성에서 갖는 독특한 지위, 한국의 문화적 배경과 관련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삼성은 어떠한 잘못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태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양 후보에게 질의했다.

또한, 반올림은 양 후보가 지난 1월27일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와 했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백혈병 문제에 대해) 노력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도대체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질의서에는 지난 2월 알려진 메탄올 급성중독 산업재해 사고와 관련해 원청인 삼성전자의 책임을 묻는 질문도 포함됐다. 메탄올 급성중독 사고는 삼성전자 3차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삼성전자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메탄올 급성중독으로 실명 위기에 처한 재해사고다. 반올림은 원청기업으로서의 삼성전자의 책임 여부와 재발방지대책을 양 후보에게 질의했다.

이와 관련해 정용상 양향자 후보 선거사무소 공보담당은 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후보의 입장에서 30년 근무했던 공장이고, 공장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과 이런 것을 고려한 옳은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답변 시점을 정확히 밝힐 수 없지만 이 선거 끝나기 전에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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