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공직 유관단체 사무총장이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하고도 현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기관 내부에서는 단체의 공공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처사라며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대표이자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제2차관을 지낸 민동석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신청했다. 그러나 민 총장은 비례 대표 후보로 선정되지 못하고 탈락했다.

민 총장은 공천 신청 이전이나 탈락한 현재까지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직을 사퇴하지 않았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법적으로 교육부에 속한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돼 있다. ‘유네스코 활동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교육부장관이 맡고 있으며, 교육부 차관, 미래창조과학부차관, 외교부장관이 지정하는 외교부차관 1인, 문화체육관광부차관 등이 부위원장이다. 사무처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은 교육부장관(위원장)이 임명한다.

특히 민 총장의 공천 신청 행위가 사무처운영규정의 ‘정치적 중립 및 정치활동 금지’ 조항에 반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노조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며 거취표명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 지난 2008년 민동석 전 농업통상정책관 시절. 사진=이치열 기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처 노동조합은 지난달 21일 내부에 발표한 성명에서 민 총장의 새누리당 공천 신청에 대해 “직원들이 조금 전까지도 사무처 일로 직원들을 다그치던 기관장의 모습이 떠올라 묘한 배신감마저 느꼈다고 한다”며 “우리 위원회는 공직유관단체이고, 소속 직원은 공직자 신분이며, 사무총장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등록의무자이기도 하다. 높은 공공성이 요구되는 기관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위원회 사무처운영규정 제28조 ‘직원은 직무 수행과 관련하여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그 직위를 이용하여 정치 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를 들어 “특정 정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다는 것은 그 정당의 정강정책과 당헌당규를 따르고 정치집단인 그 정당을 위해 정치적으로 헌신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그 자체가 정치적 편향성을 강하게 나타낸다”며 “이런 이유로 많은 공직자가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하며 현직을 사퇴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인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도 비례대표 공천 신청과 함께 교총 회장직에서 물러났다는 점을 들어 노조는 “그동안 본인이 이끌던 조직의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고 불필요한 논란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조는 “지금 우리 조직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기관장의 몸은 ‘한위(한국위원회)’에 있지만, 마음은 ‘정치권’에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우리 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더 이상은 우리가 자신할 수 없게 됐다”며 “기관장의 국회의원 비례대표 신청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가볍게 인식될 수 없기에 우리와 협력하는 기관, 단체뿐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 사업을 후원하고 응원하는 수많은 국민을 실망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무총장의 특정 정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공공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며, 그동안 투철한 공직자의 자세를 수없이 강조해 온 민동석 사무총장님의 ‘용기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장수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처 노동조합 위원장은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법적인 문제는 피해갈 수 있다 해도 국민의 후원금과 국고보조금을 통해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그에 걸맞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직원들에게 항상 투철한 공직자의 자세를 강조해 오신 분이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건 아닌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동석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개인적으로 한 일이고, 민간인 신분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 총장은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비례대표 공천신청을 한 이유에 대해 “비례후보자가 된 사람 얘기를 들어야지 안된 사람 얘기를 들어서 뭣하느냐”고 밝혔다.

▲ 민동석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 2010년 외교통상부 제2차관에 취임했을 때 모습. 사진=연합뉴스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로서 사퇴하고 신청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민 총장은 “(사무총장 자리는) 공직이 아니다. 우리는 민간인 신분”이라며 “(공직자 재산공개 등록 대상의 경우) 재산공개만 그렇지, 우리는 공공기관도 아니고, 준공공기관도, 기타공공기관도 아니다. 특별법에 규정을 받는 공직유관단체이다”라고 답했다.

공천신청을 받기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입당 여부에 대해 민 총장은 “입당은 했다. 절차상 했다. 절차상 입당이 됐는데 (떨어지고 나서 개인 의사로) 탈당했다”며 “조직과는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중립 의무 및 정치활동 금지’ 조항이 들어있는 사무처운영규정 위반 지적에 대해 민 총장은 “직위를 이용해서 한 것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개인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위법한 행위로 보지는 않느냐는 질의에 민 총장은 “그렇게 따지면 투표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것 아니냐. 누구를 지지하거나 더민주, 새누리를 지지한다고 하면 정치적 중립에 위반이냐”고 반문했다.

배신감을 느낀다, (거취를) 결단하라고 촉구한 노조의 성명에 대해 민 총장은 “개인적으로 공천 신청을 한 것이며, 법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조합이나 조직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는 지적에 대해 민 총장은 “왜 나한테 그런 것을 묻느냐”며 “개인자격으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민 총장은 외교통상부 2차관까지 지낸 인물로, 이명박 정부 초기 미국산 쇠고기 협상 대표로서 대중에 더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008년 8월 국회 국정조사에서 ‘쇠고기 협상이 한-미 정상회담용 선물 아니냐’는 지적에 “선물을 줬다면 우리가 미국에게 준 게 아니라 미국이 한국에게 준 것”이라고 발언해 비판을 받았으며,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방송한 MBC PD수첩 제작진을 고소해 무리한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 민동석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외교통상부 제2차관 시절인 2011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부산 세계개발원조 총회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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