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각종 촛불집회 및 시위 등에 적극 나섰던 안티2MB(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의 수석부대표였던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에 대해 대법원이 횡령 혐의 등을 무죄 판결함에 따라 언론에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백 대표는 6년 전 당시 자신이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2부(재판장 박상옥·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지난 1월14일 횡령 및 정치자금법,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백은종 대표를 비롯한 당시 안티2MB 운영진에 대해 일부 무죄, 일부 파기환송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2009년 안티2MB가 회원 상대로 후원금, 광고비, 연행자 영치금, 부상자 치료비 등을 모금(모집)한 것과 △백은종 대표의 50만 원 횡령 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른바 ‘회칼 테러 사건 모금’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재판하라고 파기환송했다. ‘회칼테러사건’이란 백 대표가 6년 전 조계사에 피신해있던 중 일부 회원이 회칼로 테러를 당한 사건이다. 재판부는 이 때 일부 인사(회원 여부를 두고 다투고 있음)가 부상자 치료를 위해 한 달 여 간 조계사 앞에서 모금함을 놓고 거둔 1200만 원에 대해 불법(기부금법 위반) 여부를 따져보라고 명령했다.

특히 백은종 대표의 횡령 건과 관련해 6년 전 언론은 당사자에 일절 확인하지 않은 채 수천만원 횡령 혐의 등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010년 6월18일 온라인판 ‘[단독] 검찰, 안티MB카페 백은종 대표에 구속영장 청구’에서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백씨는 2008~2009년 다음 아고라 등에서 안티MB카페 후원금과 촛불집회 등에 참가했다가 다친 회원들의 치료비 명목으로 약 2억6000만원을 불법모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백씨는 이외에도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안티MB카페 회원 C씨가 출마하자 ‘C씨의 선거빚을 갚아주자’며 약 4000만원을 불법모금한 후, C씨에게는 1400만원만 건네주고 나머지 2600만원은 개인적 용도로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 지난 2010년 6월18일 조선닷컴 기사.
이밖에 중앙일보도 그해 5월27일 자 ‘네티즌 성금, 술값·생활비로 쓴 안티MB 카페지기들’에서 “백모(57)씨 등 7명…이들은 부상자 치료비 외에도 네티즌들로부터 1억8000여만원을 모금해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백씨는 2009년 4월 경주 지역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선거운동 자금조로 1000여만원을 모금해 그중 200만원가량을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고 썼다.

헤럴드경제는 아예 사설에서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6월16일자 사설에서 “지난 2008년 9월 광우병 촛불시위 때 발생한 몇몇 부상자의 병원비 성금을 호소, 거둔 7500만원을 술값 등 유흥비로 탕진하고 허위 영수증으로 처리한 것”이라며 “다른 7명의 안티MB 카페 운영진은 1억8000만원의 공금을 생활비로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그해 5월28일자에 김현성 대한변협 이사의 칼럼을 통해 “안티MB 카페 운영진이 당시 후원금과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네티즌들로부터 모은 성금을 술값, 채무변제, 자녀 유학비, 생활비 등 엉뚱한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썼다.

이 같은 보도와 관련해 대법원은 백은종 대표의 횡령 무죄, 안티2MB의 후원금 등 모집을 모두 무죄 확정 판결한 것이다. 

백 대표의 횡령 혐의의 경우 ‘안티2MB는 후원금으로 구입한 카메라를 신대식씨에게 150만 원에 팔기로 결정한 뒤 백은종 대표가 2009년 1월 신씨한테서 50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 사실관계이다. 검찰은 이를 개인용도로 썼다고 기소했으나 재판부는 미리 총무에게 알린 뒤 활동비로 쓰겠다고 통보한 후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지난 2012년 9월7일 첫 판결에서 카메라 판매대금 중 일부인 50만 원을 받아 이를 총무에게 알리고 현장활동비로 사용하겠다고 통보한 후 영수증을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라고 판결했다. 항소심과 대법원 재판부 모두 이를 수용했다.

안티2MB의 후원금, 광고비 등 모집에 대해서도 1심 재판부는 “안티2MB가 정치사회적 의견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정한 조직체를 이룬 것으로 볼 수 있거나 최소한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한 조직체로서의 실체를 갖췄다고 평가된다”며 “회원 대상 모금이 불법적인 기부금품 모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 2010년 5월 동아일보 앞에서 열린 광우병 촛불집회에서 참가자가 이명박 탄핵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에 따라 백은종 대표는 자신이 횡령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등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신청과 함께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지난달 말 중재위에 출석한 조선일보 편집국 간부(이명수 사회부 차장)을 상대로 추후보도 및 손해배상 신청을 요구했으나 결렬됐다(조정 불성립).

백은종 대표는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언론중재위 조정을 거친 뒤 민형사 고소를 할 것”이라며 “언론이 이렇게 사실과 다른 보도를 내면서 내게 전화 한통 하지 않고 어떻게 수천만원, 수억원을 횡령했다고 쓸 수 있느냐. 검찰 공소내용과도 너무 차이가 난다. 대체 무슨 근거로 이렇게 썼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백 대표는 “대법원까지 재판하느라 3년여가 흘러가버렸다”며 “허위 왜곡보도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참석했던 이명수 조선일보 사회부 차장(데스크)은 4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 1월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 이미 관련 보도를 했으나 횡령부분이 빠져 있어서 이번에 빠진 나머지 부분(횡령)에 대해 추후보도를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며 “그러나 (백 대표가) 사과보도와 손해배상소송을 요구해서 납득하기 어려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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