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4개 제품의 폐손상 유발을 확인한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정부의 1, 2차 조사를 받았던 이들 중 3명이 추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 최예용)는 최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며 3명의 사망자를 확인했다고 4일 발표했다. 이들 피해자들은 정부의 1·2차 조사 당시 피해개연성이 낮다는 3, 4단계 판정을 받았던 사람들이다.

▲ 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144번째 사망자인 대전 거주 남성 이모씨는 2002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옥시싹싹 가습기살균제를 장기간 사용했고 정부의 1차조사(2014년 4월) 당시 3단계(관련성 낮음)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 씨는 재심판정을 신청했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6월15일 사망했다. 이씨의 사망 후에 나온 재심판정 결과 역시 1차 조사와 같은 3단계였다. 이 씨의 부인은 “아산병원에 진료 다닐 때 의사에게 몇 번이나 물었지만 살균제 때문이 아닐 거라는 이야기만 하더라”며 “제조사들이 죄값을 꼭 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145번째 사망자인 경기 의왕시 거주 여성 김모씨는 2009년 5월경 감기로 병원에 10일간 입원하며 병실 가습기를 통해 옥시싹싹에 노출됐고, 퇴원 후 한 달 가량 집에서도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이후 폐섬유화가 나타났지만, 2015년 정부의 2차 조사에서 4단계(관련성 거의 없음) 판정을 받았다. 판정 5개월 후에 김 씨는 사망했다.

146번째 사망자인 부산 거주 여성 강모씨는 2000년부터 옥시싹싹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고 2003년 기침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미만성 간질성 폐질환” 진단을 받았다. 2011년 폐섬유화가 진행되어 산소튜브를 착용하기에 이르렀고 2015년 11월25일 사망했다. 이 피해자 역시 질병관리본부 1차 판정에서는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를 통보받았다. 사용한 살균제품은 옥시싹싹을 비롯한 3개 제품이다.

강모씨 아들은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은 10년 이상을 투병 생활하면서 모든 의사들이 원인도 모르고 치료방법도 없다고 했는데, 정부 판정결과는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원인이 아니라고 한 것”이라며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 아니라고만 하고 다른 원인이 뭔지 알지 못한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번에 검찰이 폐손상을 유발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4개 제품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세퓨 가습기살균제 등이다.

특히 검찰은 옥시싹싹의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가 서울대 수의대 등을 통해 자사에 유리하게 실험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와 인체 폐손상 사이엔 인과관계가 없다”고 제출한 반박자료를 검증하기 위해 서울대 수의대 연구진을 소환조사했다고 3일 밝혔다.

이 회사의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은 사망자 가운데 70%가량이 사용한 제품이다. 제조사 측의 이 실험은 서울대 수의대 실험실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됐고 김앤장의 법률 자문을 거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달 중순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세퓨 등 살균제 제조·유통업체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2014년 3월과 2015년 4월 두차례에 거쳐 피해 의심사례 530명(사망140명)에 대한 조사결과를 통해 221명(사망 92명)의 피해자를 인정한 바 있다. 1, 2차 조사에 포함됐던 피해자들 중엔 이번에 파악된 3명을 포함해 6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3차 조사에 대한 구제 신청자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피해 의심사례 1282명 중 사망자는 22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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