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2차 청문회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여러 중요한 사실들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고 또한 새로운 의혹들을 제기하며 향후 진상규명의 과제를 남겼다.

사건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승객들을 버리고 자신들만 탈출했던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은 그동안 선사의 지시가 있었는지, 조타실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준석 선장과 강원식 1항사 등은 ‘퇴선지시를 했지만 전달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조타실에 있던 다른 선원들은 이준석 선장이 어떤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 등 진술이 엇갈려왔다. 재판과정에서도 승객들에 대한 선내 대기 명령의 고의성이 드러나지 않아, 이준석 선장에 대해서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이 이뤄지는 데 그쳤다.

▲ 세월호 2차 청문회 2일차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번 청문회에선 해경 도착시까지 승객들을 탈출시키지 말고 대기시키라는 청해진해운 본사의 지시가 있었으며 참사 당일인 16일 9시25분경, 간부 선원들이 협의를 통해 선내 대기로 결론을 내린 사실이 드러났다.

조타수 조준기는 퇴선여부를 빠르게 판단하라는 진도vts와의 교신(9시25분-26분) 직후 “박한결을 제외한 세명의 사관들(1항사, 2항사, 견습 1항사)들이 한참동안 교신내용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었고 “그 결과 대기시키자는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진술했다. 또한 이같은 결정은 “둘라에이스 뿐만 아니라 다른 어선들이 있을 때 승객들을 내보내면 세월호 선원들의 문제가 되기 때문으로 해경에 인수인계 해주면 세월호 선원들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우니 그랬다”는 것이다.

여객부 직원 강혜성은 앞서 청해진해운이 세월호 선원들에게 선내 대기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강씨는 참사 당일인 9시26분경 양대홍(배에서 사망) 사무장으로부터 “나는 지금 조타실인데 10분 후에 해경이 올거야. 구명조끼 입혀. 선사 쪽에서 대기 지시가 왔어.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구명조끼 입히고 기다려”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조타실의 간부선원들 역시 선내 대기 결정이 있기 전 청해진해운 본사와의 유선 연락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청문회에서 승객들을 대기시키기로 한 세월호 선사의 지시와 선원들간의 의견교환이 확인됨에 따라 이들 선원들과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에 대한 재수사와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이같은 결정이 세월호 선원들과 교신하고 있던 해경 관계자들과 관련이 있는지도 조사가 이뤄져야 할 상황이다.

2014년 7월 복원된 세월호 선내 노트북에 남아있던 '국정원지적사항' 문건이 발견된 이후 각종 의혹과 추정에 머물던 국정원과 청해진해운의 관계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청해진해운과 국정원은 실제 참사 발생 수년전부터 잦은 접촉을 해왔고, 청해진해운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 사진=이치열 기자
청해진해운 임원들은 세월호 도입 당시 입항 사실을 미리 보고하지 않아 국정원의 눈밖에 났고, 이로 인해 한달간 보복성 '대기점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무팀의 홍○○ 대리는 “국정원에 (세월호가 일본에서 입항한다는)보고를 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인사를 갔더니 국정원이 불쾌하게 생각하는 모양새였다”고 했고, 김재범 기획관리부장도 “보도자료를 냈는데, 보도를 본 국정원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는데 이런 보도가 먼저 나가면 되느냐’고 굉장히 불쾌히 생각했다는 얘기를 듣고 국정원에 찾아가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진술했다. 청해진해운측은 이 대기점검을 위한 엔진 가동과 승선 등으로 매 항차당(주3회) 5백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었고, 국정원의 요구에 따라 인천항 카페리부두에 7천여만원을 들여 CCTV를 설치하고 월 500만~600만원 가량의 보안경비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이 참사 당시 문자보고만 받았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청해진해운 직원들에게 7차례 전화를 걸었고, 국정원이 포함된 해양사고보고계통도 역시 관계기관과 협의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국정원과 청해진해운 간에 유착관계가 만들어진 이유와 그 성격에 대해선 이후 진상규명의 과제로 남겨졌다.

청문회를 통해 새로 제기된 의혹들도 있다.

특조위가 2014년 10월29일 수중촬영된 영상을 확인한 결과 세월호의 평형수 게이지는 ‘0’이었다. 박종운 특조위원이  “0으로 돼 있다는 건 촬영할 당시 평형수가 하나도 없다는 의미냐?”고 묻자 강원식 1항사는 “눈금상은 없는 걸로 나온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답변했다. 그는 “세월호를 운항하는 과정에서 평형수를 더 뺀 것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서 “그런 일은 없다”며 “이유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침몰 이후 평형수가 유출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이같은 평형수 배출이 일어났다면 그 시점과 원인에 대한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같은 시기 해경이 촬영한 영상에서 조타기의 시스템 전원이 ‘OFF’로 맞춰져 있는 점도 지적됐다. 세월호는 인천-제주를 오갈시 목적지 방향에 따라 조타기를 인천행과 제주행으로 선택하도록 돼 있다. “침몰과정에서 저절로 오프로 갈 수 있느냐?”는 김서중 특조위원의 질의에 조준기 조타수는 “그런 일은 거의 없는 걸로 안다”고 답변했다. 김서중 위원은  “진술이 엇갈리고 선체가 해저에 있어 지금 살펴본 전원모드나 수동모드, 실제 조타기로부터 러더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연결기관들이 과연 어떤 상태인가를 확인하는 것은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며  “정부가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는 못하고 너무 일찍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