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용(77) 대림산업 명예회장은 왜 전 재산 2000억을 조선일보 통일나눔펀드에 기부한다고 했을까.

이준용 명예회장은 지난해 8월18일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이사장 안병훈)에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자신의 개인 재산이 “대림산업과 관련한 비공개 주식 등 2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 회장의 기부 사실을 이날 1면 톱기사로 다뤘다. 당시 업계에선 이 회장의 기부 배경을 놓고 온갖 추측이 쏟아졌다. 이준용 명예회장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일반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통일나눔펀드에 작은 정성을 보태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며 평소 사회 공헌에 관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2015년 8월18일자 1면.
이준용 명예회장의 기부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나와 눈길을 끈다. 올해 초 출간된 <신문인 방우영>(김대중 외 지음, 21세기북스)에서 이준용 회장은 방우영 전 조선일보 회장의 미수(88세)를 축하하며 다음과 같이 적었다. “지난 8월 통일과 나눔 재단에 재산을 기부하기로 한 것이 조선일보를 통해 알려지면서 분에 넘치는 관심과 칭찬을 들었다. 기부를 적극적으로 실행하게 된 것은 작년(2014년) 12월 아내와의 사별이 계기가 됐다. 내가 5남매를 모아놓고 말했다.”

이준용 명예회장은 5남매에게 “엄마가 남긴 재산은 유산이라기보다 내가 맡겨놓은 건데, 이걸 다시 상속받으면 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럴 바엔 차라리 좋은 곳에 쓰도록 하자”고 말했다는 것. 이 명예회장은 “처음엔 대림이 하는 문화재단이나 장학재단에 기부하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았다. 심지어 종교 계통의 나눔재단에 일부를 기부하려고 하니, 나를 포함한 상속인 전원의 동의서를 받아서 기부해야 한다고 해서 놀랐다. 그래서 상속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법 자체가 너무 잘못돼 있음을 알았다”고 밝혔다.

결국 자녀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상당수를 세금으로 내는 것보다 조선일보와 연관된 재단에 기부하는 방식이 본인과 기업이미지 제고에 도움도 되고 언론사와 관계에서도 실리를 얻는 길이라 판단했던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언론계에선 이 명예회장의 기부를 워렌 버핏과 비교하는 식의 미담기사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준용 명예회장은 “기부 사실이 알려지고서 우리 아이들 표정이 더 밝아진 것 같다. 직원들도 국가와 민족의 미래 비전을 위해 기부를 한다는 소식에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이 명예회장은 이 글에서 “1등 신문 조선일보의 힘을 잘 알고 있지만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방우영 회장님한테 문제 해결을 부탁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최근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관련기사=대림 운전기사 “부회장님, 사과 꼭 받고 싶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번 갑질 논란과 관련해 기사를 한 건도 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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