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 7시간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비공개 대상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제11행정부는 녹색당이 청와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행정소송)에 대해 세월호 참사 당일인 지난 2014년 4월16일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대통령에게 서면보고한 자료에 대해 비공개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의 실질적 컨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의 참사 당일 대통령의 숨겨진 7시간에 대해 알 수 있는 핵심자료로 볼 수 있다. 다만 재판부는 녹색당이 청와대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요청했던 나머지 사안인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 목록 △청와대가 사용하고 있는 특수활동비, 해외여비 등 예산 집행내역 △청와대의 전체 정보목록 등 세 가지에 대해서는 공개결정을 내렸다.

해당 소송은 녹색당이 2014년 8월 청와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비공개 해 이에 같은 10월10일 제기한 것이다. 해당 소송은 지난해 9월18일 선고예정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만 비공개로 자료를 열람하겠다고 했지만 청와대가 재판부에 정보를 제출하지 않고, 재판부의 비공개열람·심사에 협조하지 않는 이유도 밝히지 않아 선고가 미뤄져 17개월이나 걸린 것이다.

이번 판결은 청와대를 상대로 첫 정보공개 관련 소송이었고, 1심 판결이 내려진 것도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기억교실. 사진=이치열 기자

판결 직후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서울 종로 후보)은 “소송과정에서 청와대는 (해당 정보들이) 정보공개법의 예외라고 주장했지만 대통령과 청와대도 정보공개 의무가 있는 기관이라고 인정하고 예산집행내역과 정보목록을 공개대상이라고 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그는 참사 당일 날 생산하고 접수했던 기록 목록만 공개되더라도 일정부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일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가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자료를 비공개한 근거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이다. 해당 조항에는 ‘국가안정보장·국방·통일 등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정보가 있는 경우’ 등에 대해 비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녹색당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청와대를 비판했다. 2014년 8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참사 당일 대통령은 청와대에 있었으면 서면과 유선으로 세월호 관련 사실을 21차례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녹색당이 이 보고·지시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자 청와대는 해당 정보 전체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다 지난해 5월 준비서면을 통해 말을 바꿔 구두보고와 구두지시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준비서면에 따르면 조원진 의원이 주장한 것과 달리 대통령이 총 18차례 보고를 받았는데 이 중 11회는 서면보고, 7회는 구두보고였으며 구두보고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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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녹색당은 당시 “세월호 참사 관련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 정보”라며 “비공개사유에 대한 입증 책임은 청와대에게 있는데 재판부의 비공개 열람에 응하지 않는 것은 입장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23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녹색당이 청와대를 상대로 제기한 세월호 참사 당일 정보공개 관련 행정소송 선고에 대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참사 700일이 됐지만 아직도 우리는 그날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났고 책임져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재판부가 안타까운 판결을 내렸지만 녹색당은 진실을 위한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은 재판부가 청와대의 손을 들어준 부분에 대해 항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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