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내부 공천갈등에 골몰하며 여당 견제 및 비판 역할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원외정당 녹색당이 거침없는 논평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녹색당은 지난 22일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급여 차압당해야”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5대 공약 발표를 정면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21일 일자리 규제 개혁, 4050자유학기제, 청년독립, 마더센터 정책, 갑을개혁 등 5대 공약을 발표하고 1년 후까지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국회의원 세비 1년 치를 국가에 기부형태로 반납한다는 취지의 서명운동에 돌입한 바 있다.

▲ 3월22일 녹색당 논평. 사진=녹색당 홈페이지

이에 대해 녹색당은 “새누리당이 내건 5대 정책은 일단 이름만 들으면 그럴싸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숙성되지도 제대로 전파되지도 않았다”며 “해고와 불안정노동의 남발을 ‘노동개혁’이라 떠들었던 새누리당의 전력을 생각하면 다시 한 번 긴장해야 할 판”이라 비판했다.

공약이행을 조건으로 한 ‘세비 반납 서약’에 대해서도 이 당은 “공약 미이행으로 치자면 새누리당 자신과 박근혜 대통령부터 규탄 운동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반값 등록금, 고교무상교육, 취업스펙 타파 등 거짓 약속을 길거리 현수막으로 내건 바 있다”며 “대통령 급여부터 차압해야 할 판”이라고 강도 높게 규탄했다. 이들은 환경파괴를 낳아 ‘실정’이라 평가받는 4대강 사업을 예로 들며 “사실 새누리당이 공약을 너무 많이 지킬까봐 우려스럽기도 하다”며 “차라리 세비를 보장해줄 테니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픈 사람도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천갈등에 매진하는 새누리당을 향해 녹색당은 “더이상 선거를 희화화하지 말라. 공천 아귀다툼에 넌더리가 난 국민들께 사죄하는 심정으로, 지금부터라도 정책선거에 임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날, ‘물의 날’을 맞이해 4대강 사업을 비판한 논평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영화 ‘매드맥스’를 차용한 신선함으로 눈길을 끌었다.

▲ 3월22일 녹색당 논평. 사진=녹색당 홈페이지

녹색당은 “우리는 3월22일 세계 물의 날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맞이한다. 4대강은 녹조 호수가 되었다”며 “이 사태의 주범 이명박 씨는 인기 없는 대통령이 되었고 그 원인으로는 단연 4대강 파괴공사가 꼽히지만, 그는 한국 역사상 가장 안락하게 퇴임 이후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깨끗한 물의 지속적 이용’이라는 물의 날 기치에 비추어 “물의 지속적 이용을 훼손하는 물 사유화 세력도 절대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당은 “우리는 ‘깨끗한 물’을 앗아간 자들을 물리쳐야 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단죄’야말로 올해 물의 날에 가장 걸맞은 구호”라고 강도 높게 규탄했다.

이들은 녹색성장을 되찾으려는 녹색당의 이번 총선을 ‘녹색 땅을 향해 질주하는 분노의 도로’에 비유했다. 국내 관객 380만여 명을 모았던 영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의 주인공들은 물이 특권층에 의해 독점된 독재 사회를 벗어나 물이 있는 ‘녹색 땅’을 향해 전투트럭을 타고 질주한다. 녹색당은 “매드맥스에서처럼 노골적인 물 독점이 이뤄지지는 않았으되, ‘임모탄’도 하지 못한 일을 벌여 물 자체를 먹을 수 없는 녹색 물로 만들어버린 것이 한국사회의 현주소”라면서 “방향을 꺾어야 한다. 녹색 땅과 맑은 물을 되찾아야 한다. 이번 총선이 바로 분노의 도로이다”라고 밝혔다.

▲ 녹색당이 3월4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동성결혼 법제화’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녹색당 보도자료

한편 야당이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성소수자 의제에 대한 논평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9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이 “동성애법은 자연과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나는 법”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며 성소수자 혐오 문제가 이슈화됐던 가운데, 녹색당은 지난 1일 “새누리와 더민주, ‘소수자 차별’로 일치단결하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 “표를 구걸하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소수 종교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두 정당의 행태에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는 새누리당의 구호나,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테러방지법을 반대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구호가, 한순간에 거짓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당은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당 논평 작성을 맡고 있는 김수민 녹색당 대변인은 “녹색당은 색깔이 확실하니까 눈에 띄는 게 있을 것 같다”며 “다른 정당은 내부 경쟁이 심한 상태인데 녹색당은 작년에 비례후보 선출을 끝내고 총선에 빨리 뛰어들었기 때문에 홀가분하게 여당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게 함께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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