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로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한지 만 6년을 맞는다. 침몰원인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이 6년에 이르는 법정 진실공방을 벌인 것과 다른 한편으로 천안함 사건의 군사적·정치적 의미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군사전문가이자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2번 공천을 받은 김종대 국방개혁기획단장을 만나 천안함 사건의 의미를 되짚어봤다.

김종대 단장은 발생한지 6년이 흘러온 천안함 사건에 대해 보수정권의 가장 아픈 상처이자 우리 정치사회의 급소라고 진단했다. 김 단장은 “그날의 아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희생된 사건 △너무나 뜻밖이고 의외였던 사건 △진실규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건 △지나치게 정치화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한국 안보의 급소이자 뇌관이라고 평가했다.

진실규명이 어려운 것은 종교화됐기 때문이라는 것. 김 단장은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로 변했다”며 “정부 발표를 믿느냐 여부로 굳어졌다. 과학적으로 규명하기엔 국내 정치상황이 매우 척박했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도발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인 침몰 양상과 원인을 따지고 규명하기 보다는 종교화된 문제가 된 것”이라며 “사건이라기 보단 신화에 가깝다”고 말했다.

보수안보 진영 역시 스스로 진실규명을 금기시한 점도 언급했다. 김 단장은 “북한 소행이라고 처음부터 단정했던 보수안보 진영 역시 지난 6년간 그 흔한 학술대회, 세미나, 연구논문 발표 한 번 한 적 있느냐”며 “북한 소행이라면 전술과 무기체계의 획기적 변화, 대담한 작전수행의 정치군사적 이유 등에 대해 수십편의 연구가 이뤄졌을 법 하지만 전혀 없었다”고 분석했다. 김 단장은 “군 내부에서도 연구는커녕 질문도 하지 않는다”며 “과학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 자신은 군 발표를 존중하지만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군 발표를 존중한다”며 “군에서 여러 실수를 했다는 것을 파악했으나 (의도적인-기자 주)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는 아직 못 찾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합리적 의심의 여지는 남아있다”며 “이런 역사적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소행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이른바 1번어뢰를 쐈다는 잠수함장이 국가의 명운을 건 도발의 결정을 어떻게 결심하고 실행했는지 연구해야 하지만 누가 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단장은 ‘사악한 북한이 존재했다’, ‘서해가 위험한 지역이다’, ‘밤에 천안함이 그곳으로 갔다’, ‘맞았다’라는 것이 군 설명의 전부라며 북한이 어떤 전술과 무기체계로 도발했는지는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단장은 경계실패의 책임을 묻지 않은 것도 비판했다. 경계실패 면책을 받은 이유는 천안함 소나(sonar·음파탐지기)가 구형이라 도발징후를 탐지할 수 없었다는 점이 참작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합조단 주장대로 구형 소나여서 몰랐다고 한다면 ‘방산비리’에 해당할 뿐 아니라 무기도 안 갖추고 접적지역에 보낸 것은 명백한 작전실패라고 주장했다. 백령도 서북방에 대해 북한 군함과 해안포, 지대함 미사일, 잠수정 등이 모여있는 곳인데, 초계함이 음탐기능도 안된다는 것을 모르고 이곳에 올라갔다가 장시간 눌러있었다는 것도 의문이라고 김 단장은 전했다.

천안함 사고 직후 청와대와 국정원이 앞장서 북한소행이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 북한 어뢰라고 말을 바꾼 과정도 문제였다. 김 단장은 “사고 이틀 후 국정원에서 ‘북한 소행이 아닌 쪽으로 정리되고 있으니 기사 쓰는 데 참고하라’고 내게 전화가 왔다”며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4월1일 한나라당 특사단과 만난 자리에서 배가 파도에도 두 동강 난다고 했으며, 김태효 비서관은 ‘일부 예비역 장성이 북소행으로 몰고 가는데 큰 일 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 아니라고 앞장서 떠는 것이 MB 정권 자신들이면서, 나중에 북한 소행이 맞다고 말을 바꾸려다 보니 당시 지방선거에서 망했다는 분석이다.

천안함 침몰원인 관련 증거와 증언이 제시된 신상철 전 합조단 조사위원의 명예훼손 재판에 대해 김 단장은 “진실규명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문과 논쟁, 토론조차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군사전문가로서 천안함 진실에 대한 질문을 접할 때마다 난처함을 겪는다고 털어놨다.

“충분한 논의도 못했는데 사람들은 진실을 달라고 한다. ‘천안함 진실이 뭐냐’는 질문만 한 1000번은 들어봤다. 그 때마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논쟁도 못한 채 답을 해야하니 군사전문가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하지만, (진실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오래 기다릴 자신은 있다”.

그는 “모든 정치적 선입견을 벗고 진실앞에 고개 숙이겠다는 자세로 논쟁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야권과 진보 진영의 경우 천안함 문제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는 것. 김 단장은 “문재인 손학규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야권 지도급 인사들이 ‘천안함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안 한 적이 없다. 그러다 새누리당이 물고 늘어지니 큰 선거에선 다 당했다”고 전했다. 야권이 이처럼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패배주의와 안보이슈로 둔갑시킨 천안함 문제에 완전히 자신감을 잃었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그 피해의식과 패배주의가 심각한 지경에 있다고 진단했다.

▲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단장은 이럴 때 ‘당신들 말대로라면 왜 제대로 대비 안했느냐, 방산비리 아니냐, 군피아 아니냐’며 상대방 논리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실을 모른다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야권이 해야 할 일을 안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김 단장은 강조했다.

천안함 사건이 해결되기 위해 김 단장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진보도 희생된 사람 추모하는 데에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고, 유가족과 희생자 위로에 소홀히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김종대 단장은 지난 5년 간의 이명박 정부와 3년여의 박근혜 정부의 국방정책에 대해서도 총체적인 비판을 했다. 김 단장은 현 정부 국방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4년 4월 발생한 무인기 소동을 들었다. 그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방공망이 뚤렸다’고 했고, 조선일보는 청와대 상공에서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이 실렸다”며 “그 시기 국정원장이 서울시 간첩조작사건에 대해 대국민사과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그렇게 떠들다 군에서 최근 분석해보니 수류탄 하나 달 정도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많던 안보사기꾼들은 다 어디갔느냐, 이것이 ‘이명박근혜’ 정부 안보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김 단장은 “겁주고 방산비리 저지르는 것”이라며 “이들은 처음부터 진실에 관심이 없었다. 그 못된 버릇을 고쳐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2010년 4월24일 해상크레인이 천안함 함수를 인양한 직후 바지선 위에 싣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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