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의 과잉의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발 부산행 KTX를 탈려고 했던 직장인 ㄱ씨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기차 출발 시간에 맞춰 탑승객들이 플랫폼으로 뛰어들어왔는데 플랫품에 검은 승용차가 들어서고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탑승객을 막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검은 승용차에서 내린 남성이 유유히 KTX 특실 2호차로 걸어 들어갔다.

한겨레는 해당 제보를 받고 확인한 끝에 "황 총리가 공식 일정이 없는 날 열차를 이용하면서 플랫폼까지 관용차를 타고 들어가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일 황 총리는 충복 오송역에 도착하는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기차 시간이 다가올 때쯤 서울역을 통과해 플랫폼까지 관용차가 들어온 것. 광경을 지켜본 시민은 과잉 의전 문제를 제기했고, 관련 보도가 나오자 논란이 확산 중이다. 

국무총리실과 코레일 측은 사실관계를 시인하면서도 보안 및 의전상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적절성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사실에 대해 과잉 의전이라며 분노하고 있는 본질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서 봤을만한 행태로 인식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코레일 측은 '이전 정부 혹은 다른 총리급 인사도 서울역 플랫품 관용차 통과가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보안 실무상 밝힐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서울역 플랫폼 관용차 통과가 특별한 상황 때문에 이뤄진 의전이라고 한다면 수긍할 수 있지만 과거 전례도 찾을 수 없고, 과잉 의전으로 해석될 수 있는 케이스라고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와 관련해 국무총리실 측은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 말 세종시 청사 이전으로 그 당시와 오고가는 빈도수를 비교할 수 없지만 이후 전직 총리들도 서울역 플랫폼에 관용차 통과를 이용했다"면서 "공식 입장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고 잘못됐으면 적절성 여부를 검토해 잘못을 시정하겠다는 것인데 이전 총리들도 이용했기 때문에 이용했다고 말하는 것은 대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리실 측은 "관련 논란을 인지해 모니터링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총리실 측은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당시 광경을 목격한 시민에 따르면 오히려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황교안 총리였다. 

황 총리는 과거에도 과잉 의전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진이 찍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7월 황 총리가 서울 구로구 구로노인종합복지관 방문을 앞두고 해당 직원이 엘리베이트를 잡고 있는 사진이 뉴시스 보도로 알려졌는데 사진상에는 엘리베이트를 놔두고 어르신들이 계단을 이용하는 모습이 담기면서 공분을 자아냈다.

▲ 황교안 국무총리. ⓒ 연합뉴스


황 총리의 과잉 의전 논란이 일면서 국무총리 의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대독총리'라 불리며 존재감이 없는 자리로 통하지만 대통령이 귈위하거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시 대통령 업무를 대행하는 자리이면서 국회 국정현안 보고와 각료 임명 제청권과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총리 보좌 기관으로 총리비서실과 국무조정실이 있고 400여명이 관련 기관에서 일을 하고 있다. 업무추진비만 해도 8억여원에 달한다. 의전서열은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에 이어 다섯번째로 관용차량과 별정 5급의 운전기사가 지원되고, 신변보호를 위한 경호팀이 따라붙게 된다. 총리가 된 인물들은 하나같이 대통령의 행사를 대신가는 ‘의전총리’나, 대통령을 말을 읽는 ‘대독총리’가 되지 않겠다면서 국무총리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공안 검사 출신인 황 총리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하고 법무부 장관 최초로 국무총리에 오르면서 대통령의 신임을 한몸에 받은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5월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애국가 4절까지 불러야 애국자라며 질타하는 등 애국심과 법치주의를 강조해왔다. 그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중 공직가치 조항에 애국심을 넣을 것을 검토 지시하면서 공무원 시험에서 애국심을 핵심 평가기준으로 활용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인사 관리 통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황 총리가 유독 애국심과 법치주의를 강조해왔던터라 이번 과잉 의전 논란을 접한 사람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황 총리가 지난 2월 강원도 철원 백골부대를 방문해 설 명절을 앞둔 장병들을 격려한 모습이 담긴 영상도 회자되고 있다. 황 총리는 부대식당에서 장병들과 오찬을 하면서 식판을 이용해 밥과 국을 담았는데 반대로 오른쪽에 밥을 담은 모습이 나왔다. 군대 미필자인 황 총리가 꼬집은 영상이다. 황 총리는 총리 후보자 청문회 당시 만성담 마진 판정으로 병역 면제된 것에 대해 판정 이전부터 면제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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