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제신문이 자사가 주최한 행사라는 이유로 고교야구 결승전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실어 지면사유화 논란을 낳았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4일자 1면에 고교야구 경기 우승 헹가래 사진과 함께 “전국 최강, 경남고”라는 머리기사를 실었다. 경제신문에서 간혹 골프 기사가 1면에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고교야구 소식이 1면에 그것도 톱기사로 실리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날 다른 경제 일간지들은 이세돌 승리 또는 경제관련 기획기사들이 1면 머리기사에 실렸다.

파이낸셜뉴스는 기사에서 경남고가 결승전에서 6대 2로 경북고를 이겼다는 소식과 함께 자사가 주최하는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과 출전팀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내용을 잔뜩 담았다. 이 신문은 “전국 명문고야구열전에는 전국에서 엄선된 ‘야구’ ‘명문’ 8개 고등학교가 출전한다”며 결승전을 벌인 경남고와 경북고 출신 야구선수들을 나열했다. 또한 1면 기사엔 전국명문고 야구열전 결승전은 ‘야구중계의 명가’ MBC스포츠플러스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는 얘기까지 담았다.

특히 이 대회장인 전재호 파이낸셜뉴스 회장의 공을 높이는 내용도 실렸다. 이 신문은 28면 “출전선수 전원 특급호텔서 투숙/팀과 더불어 대회 운영도 ‘명문’”에서 “제3회 전국명문고야구열전 대회장인 전재호 파이낸셜뉴스 회장이 10일 개막전을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 이강돈 북일고 감독이 손을 번쩍 들고 ‘너무 좋은 숙소에 선수들을 재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며 “이강돈 감독의 말에 좌중은 폭소를 터뜨렸다”고 썼다. 이밖에도 기사 곳곳에 “좋은 경기를 마련해준 파이낸셜뉴스에 감사드린다”는 대목이 나온다.

▲ 파이낸셜뉴스 3월14일자 1면
이를 두고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1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신문 1면에 가장 중요하게 부각시킬 그날의 뉴스로 이 기사가 진정 필요한 뉴스였는가에 대해 성찰해봐야 한다”며 “사업적 이해 앞세워 지면을 구성하는 것은 잘못된 편집”이라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언론과 기자가 누구를 위해 일하며 누구를 충성으로 대상으로 삼아야 하느냐. 당연히 시민과 시청자, 독자”라며 “그런데도 광고주나 사주이거나 혹은 편집국의 높은 사람 등 사사로운 이익을 충성의 대상으로 잘못 선택하면 (이렇게) 시민을 배신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임정효 파이낸셜뉴스 편집국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리 신문의 행사라서 1면 머리기사로 올린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국장은 “고교 야구가 침체돼 있고, 특히 부산야구의 경우 애정은 큰데 많이 침체돼 있어 우리가 이를 돕자는 취지로 행사를 이어왔다”며 “우리라도 (기사를 써서 알리는 역할을) 해주지 않으면 뭐가 되겠느냐 해서 애정을 갖고 다룬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적 이해 탓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임 국장은 “사업의 경우 (부산지역 업체로부터) 도움받은 것이 없기 때문에 전혀 사업효과가 없다”며 “우리로서는 출혈을 하면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면사유화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임 국장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행사이니 적극적으로 알리고, 꿈나무 성장에 기여하자는 행사”라고 답했다.

특히 ‘경남고 전국 최강’로 1면 머리기사 제목을 뽑은 것이 전재호 파이낸셜뉴스 회장의 모교(경남고)와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임 국장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해마다 우승한 팀을 1면에 사진쓰고 중요하게 다뤄왔다”며 “전 회장 동문이라서는 그런 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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