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말 경찰이 ‘테러단체 추종자’라 지목했던 인도네시아 출신 미등록이주노동자 A씨(32)에 대해 검찰이 출입국관리법 위반,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애초 공소사실에 포함됐던 사문서위조 혐의는 공소제기가 취하됐다.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박평수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하고 A씨가 소지했던 모의 소총·도검에 대한 몰수처분을 요청했다.

검찰은 A씨가 지난 2007년 비전문취업 비자(E-9)로 한국에 온 후 비자가 만료됐음에도 8년간 불법 체류하면서 취업활동을 했다며 A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 2015년 11월18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경찰이 프랑스 파리 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한 것으로 파악한 인도네시아 국적의 불법체류자로부터 압수했다는 관련 증거품이라며 공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A씨가 2012년 다른 인도네시아인의 명의로 된 국내 은행의 통장과 체크카드를 넘겨받고 사용한 데 대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총포·도검단속법 위반에 대해서 검찰은 A씨가 지난해 6월3일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도검을 구입하고 그해 11월14일까지 주거지에 보관했고, 10월29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M4A1 소총과 비슷한 모의총포를 사서 보관했다고 밝혔다.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에 대한 공소사실은 취소됐다. 검찰은 A씨의 신분증에 있는 이름이 A씨의 본명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문서위조 혐의로 A씨를 기소한 바 있다.

▲ 2015년 11월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귀빈식당에서 열린 '테러방지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등 원내지도부가 참석하고 있다. 이날은 A씨가 체포된 날이다. ⓒ민중의소리

그러나 검찰은 공판 전날인 지난 10일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해 해당 공소사실 취소를 신청했다. 검찰이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신분증 위조 여부 확인을 요청한 결과 대사관은 해당 신분증의 내용이 피고인과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 과거 A씨가 개명을 한 것에 따른 착오로, 대사관은 인도네시아 법원으로부터 개명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의 양형자료라며 인터넷 뱅킹 관련 등록증, A씨의 SNS 게시물, 노트북·외장하드의 출력물 등을 증거자료로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없다는 이유로 증거자료로 채택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2월 검찰이 A씨의 공소사실로 ‘공중 등 협박목적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 검토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4일 다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A씨가) 지하드 자금모집책으로 추정되는 계좌에 11차례에 걸쳐 한화 200만 원 상당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고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당시 현지 조직원과 수시로 연락하며 전선에 참가하는 방법을 문의했다”고 주장했다.

▲ 2015년 11월19일자 동아일보 관련기사. 당시 대다수 언론은 경찰의 주장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A씨를 'IS 추종자'로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14일 검찰의 기소 시점부터 마지막 공판이 열린 11일까지 공소장에는 ‘테러 추종 및 모의’에 관한 내용은 언급된 적이 없다. 지난 2월 언론을 통해 드러난 검찰의 주장도 A씨의 공소사실로 입증되지 못했다.

이날 A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신청한 증거자료의 내용을 묻는 말에 “(체포 당시) 언론에 보도됐던 SNS 사진이나 게시글과 비슷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당시 언론 보도 방향과 비슷한 취지의 것으로 보인다”며 “테러 관련 내용은 공소장에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마지막 변론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체류 자격 없이 한국에 무단으로 거주한 모든 부분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는 처지를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선고는 오는 25일 오전 10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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