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지난 9일 지면에서 래핑(Wrapping) 광고 형식으로 고가 브랜드 구찌(Gucci) 화보를 내놨다. 래핑 광고는 기존의 광고판 등 광고개체 대신 벽, 기둥 등에 랩을 씌우듯 광고물을 덧씌워 광고하는 기법이다. 

한국 언론사 중에서 래핑 광고를 본격적으로 선보인 건 중앙일보가 처음이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9월 50주년 창간기념호 1면에는 50년전 중앙일보 창간호 1면을, 마지막 면에는 삼성전자 광고가 들어간 래핑 형식을 선보인 바 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먼저 1면이 갖는 상징성 훼손에 대한 우려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1면은 그 언론사의 얼굴”이라며 “그날 가장 중요한 내용,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데 광고로 둘러싸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 3월9일 중앙일보 래핑 광고.
정 교수는 “세계적으로 정론지라 불리는 많은 언론사들은 이런 래핑 광고를 지양한다”며 “한때 경향신문도 1면에 아예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언론이 광고시장에 휘둘린 건 이미 오래됐지만 이번 래핑 광고는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호 밑에 전면 광고가 실림으로 인해 언론사가 갖는 ‘신뢰’ ‘공정’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고 결국 언론사에 좋지 않은 이미지로 돌아온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업은 언론이 가지고 있는 신뢰, 공정의 이미지를 갖고 싶어하는데 쉽게 내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왜 르몽드 디플로마티끄가 광고를 하지 않겠나”라며 “경제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늘 있어왔고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여기서 독립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그래야 비판적인 입장에서 볼 수 있다. 이런 광고가 확대되면 언론사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가지가 신뢰를 잃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같은 래핑 광고가 해외 일부 언론에서는 도입한 지 오래됐고 기사와 광고가 이처럼 분리된 형식의 광고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평가도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와 독일 디벨트 등은 이미 래핑 광고를 해왔고 미국 언론사들도 책 띠지와 비슷한 ‘절반 래핑’ 광고를 한다.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은 “경제권력 앞에 신문이 무너진 것은 이미 오래”라며 “이런 광고가 언론의 신뢰도,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많지만 신문은 이제 권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심 위원은 “저널리즘의 원칙으로 따지자면 무엇이 기사고 무엇이 협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협찬형 광고가 더 문제”라며 “새로운 형태의 광고의 등장이 파격적이긴 하지만 이같은 래핑 광고는 오히려 기사와 분리돼 있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몰락이라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 광고사업본부의 한 간부는 “이번 래핑 광고는 종이신문 본연의 콘텐츠를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파격적인 지면을 선보인 것이다. 중앙일보가 지금까지 해왔던 다양한 시도 중에 하나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광고 이후 광고업계에서는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간부는 래핑 광고가 1면의 상징성이나 저널리즘 가치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저널리즘의 가치라는 것이 래핑 광고라는 ‘형식’으로 인해 침해되거나 위배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광고가 1면을 침해했다면 광고를 넘겼을 때 바로 3면이 나오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