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당사에 야권통합을 주장하는 한 시민이 난입해 시위를 하다가 쫓겨나는 일이 발생했다. 오전 10시경 서울 마포역 주변에 위치한 국민의당 당사에 찾아온 이 중년남성은 약 1시간 가량 당사에서 머물다가 퇴거조치를 당했다.

서울에서 택시를 모는 택시기사 전승권 (남, 59) 씨는 마포역 3번출구 일신빌딩 16층 국민의당 당사 로비에 10시경 나타났다. 그는 ‘통합하라’, ‘역사와 국민을 두려워하라’고 적힌 손팻말과 ‘바람앞의 촛불’이라는 글이 써진 종이를 들고 있었다. ‘바람 앞의 촛불’이라는 종이에는 “절망이로다. 다 죽어라. 폭삭 썩어서 거름이 되어 4년 후엔 희망의 새싹을 틔워라”는 글이 쓰여져 있었다. 그는 택시를 당사 앞에 세워두고 당사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 9일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 택시기사 전승권 씨가 야권통합을 주장하며 1인시위를 벌였다. 사진=정민경기자
전 씨는 팻말을 들고 계속해서 “통합하라”고 외쳤다. 기자가 다가가자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전 씨는 미디어오늘과의 대화에서 “야권이 지금 서로 비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렇게 해서는 민주국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 씨는 “야권이 지금 지긋지긋한 야당 분열에 마침표를 찍어야한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야당 통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씨가 큰 소리를 내자 당의 당직자들이 나와 “당사 안에서 말고 건물 밖에서 해라”라며 “1인 시위는 건물 안에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집회는 외교기관의 100미터 이내에서 할 수 없고 집회는 2인 이상을 말한다”고 돼있다. 법률상 1인시위는 집회에 해당되지 않아 사실상 공간의 제약은 없다.

전 씨가 계속해서 “통합하라”고 외치자 황종우 국민의당 민원국장은 “들어와서 정식으로 이야기하시라”며 전 씨를 민원실로 데려와 이야기를 하게했다. 이후 미디어오늘과의 대화에서 황 민원국장은 전 씨에 대해 “계속해서 통합하라는 이야기를 반복했다”며 “안철수 의원을 사랑하니까 통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 민원국장은 “하지만 이런 일들은 당사에서 부지기수다”며 “이후에는 ‘통합을 하면 안된다’는 민원인이 찾아와 이야기하고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민원을 등록하고나서도 전 씨의 1인시위는 계속됐다. 그는 국민의당 당사에 머무르며 선거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에서 나온 김한길 선거대택위원장과 천정배 공동대표 앞에서 “통합하라”고 고성을 내기도 했다.

▲ 국민의당에서 1인시위를 하던 전 씨는 결국 당직자들에 의해 퇴거조치를 당했다. 사진=정민경기자
이에 당직자들은 “퇴거조치 하겠다”고 경고했고 전 씨가 계속해서 고성을 지르자 5~6명의 당직자가 나와 전씨의 팔을 잡고 끌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당직자가 전씨의 손팻말과 글귀를 빼앗자 전 씨는 돌려달라며 항의를 하기도 했다. 전 씨는 엘리베이터에 강제로 태워지면서도 “야권통합이 안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라며 소리를 지르며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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