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과 관련된 국민의당 지도부의 내분이 여전하다. 통합거부론을 주장하는 안철수 대표와 달리 지도부 사이에서는 통합과 통합거부 의견이 갈려 팽팽한 긴장을 낳고 있다. 특히 야권통합론에 대한 호남지역 반응에 민감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9일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통합이 필요한 명분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천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역사적 제1과제이자 우리 당의 최우선 목표”라며 “지난 1월 25일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와 제가 위원장이었던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회가 통합을 선언할 당시 양측의 최고 책임자가 직접 작성한 발표문에도 ‘다가오는 총선에서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통합’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 9일 국민의당 당사에서 천정배 공동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하지만 바로 이어진 다른 지도부의 발언은 이에 반하는 의견이었다. 박주선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중앙당이 우리 야권의 신 지지기반 광주를 비롯한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뿌리를 건강히 내려야 우리 국민의당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런데 핵심지지기반에서 엄청난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 지도부가 과연 통합에 대한 제안에 거기에 제대로 된 응수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최고위원은 “정말로 통합을 하려면 무엇 때문에 새 당을 만들었는가”라며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은 친노청산이 불가능하다. 컷오프로 친노 의원 몇 명 떨어뜨렸다고 해서 친노 청산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의 말을 정리하면 호남지역에서 친노청산이 불가능한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을 반대하고 있고, 이런 통합론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국민의당의 상황 때문에 당의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론 때문에 당의 지지기반이 흔들린다는 의견에 천정배 대표는 “나도 호남의, 광주의 현역 의원이다”고 답했다. 천정배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당내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반복해서 대답했다. 이는 호남의 여론이 박주선 최고위원의 말처럼 통합반대론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의당 지도부 사이의 통합론에 대한 시각차가 발언 중에 계속해서 드러나지만 국민의당 지도부들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의견을 드러내는 것을 조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천정배 대표는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안철수 대표와 계속해서 논의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국민의당 지도부의 결정이 야권통합이 없다고 결정 난 3월4일의 연석회의의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주목된다.

▲ 9일 오전 마포 국민의당 당사에 한 시위자가 '야권통합하라'며 시위를 벌이다 당직자들에 의해 퇴거조치 당했다. 사진=포커스뉴스
한편 국민의당 당사에는 야권통합을 해야 한다는 한 시민이 찾아와 소동이 빚기도 했다. 서울의 택시기사인 전승권(남, 59) 씨는 ‘통합하라’, ‘역사와 국민을 두려워하라’라고 쓴 팻말 들고 “야권 통합”을 계속해서 외쳤다. 이후 선대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온 김한길 선대위원장과 천정배 대표를 향해 “야권통합!”이라며 큰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이후 전 씨는 “당내에서 하지 말고 1층에 내려가서 하라”는 당직자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시위를 하다가 퇴거조치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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