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은주씨는 1993년 4월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이던 만17세에 충남 아산시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 입사해 1999년 6월까지 근무했다. 이은주씨는 6년2개월간 1급 발암물질인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에 장기간 노출됐다.

결국 건강 이상으로 퇴직했고 이후 난소 낭종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수술 이후에 난소암이 진단됐고 뼈를 비롯한 다른 장기로 암세포가 전이되는 등 증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월28일, 고 이은주씨의 유족이 지난 2013년 5월14일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월18일, 근로복지공단은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은주 님이 세상을 떠난 이후 세상을 등지고 산속에서 살고 계신 은주 님 아버님께서 3월 1일 반올림 사무실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은주 님은 어떤 딸이었나요? 꿈이 무엇이었나요?

“은주는 우리 집 막내딸이었어요. 딸이 대학교를 무척 가고 싶어 했어요. 호서대에 시험을 쳤는데, 경제 사정이 안 좋아 못 보냈어요.

은주는 자립하겠다고 삼성에 들어갔어요. 내가 먼저 돈 내놔라 한 적 없어요. 고생하면서 번 돈이라 자기가 쓰게 했어요. 삼성에 다니면서 번 돈, 병원에서 숨 떨어질 때까지 자기가 번 돈을 부모에게 주더라구요... 착한 딸이었어요.

나도 초등학교도 못 갔는데, 부모의 가난을 물려줘서 딸이 고생을 많이 해 미안해요. 부모 위해서 모든 걸 다했어요. 효자였죠. 항시 가슴이 메여요.”

▲ 1993년부터 1999년까지 6년 여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서 근무한 뒤 난소암 진단을 받고 지난 2012년 숨을 거둔 故 이은주 님. 사진=반올림 제공

- 은주 님이 세상을 떠났을 때 많이 힘드셨죠?

“딸 죽었다고 두건을 몇 달 동안 쓰고 다녔어요. 눈물만 났고요. 딸이 세상을 떠나고 난 산에 들어가서 (세상을 등지고) 살아요. 병원에서 나오면 따뜻한 방에서 지내라고 집을 지었는데, 그거 한다고 딸을 자주 못 보러 간 게 너무 후회가 돼요. 딸이 세상을 떠난 지금 나 혼자 따뜻한 방에서 가만히 살 수가 없어요.”

- 은주 님 병이 산재라는 걸 인정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반도체에서 일하긴 했지만, 산재 생각도 안 하고 살다가 반올림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줘서 산재로 인정까지 받았다니 반올림에 고마웠어요. 우리 같은 사람이 삼성에 대응한다는 거 생각도 못 하는데. 난소암 산재인정 뉴스가 방송에 나오는 거 사람들이 보고, ‘당신이 어찌 저 뉴스에 나오냐’고 묻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술 담배도 안 하고, 헛돈 안 쓰고 살았는데, 돈이 다 인생이 아닌데, 노력하신 분들께 내가 죽기 전, 생전에 보답하고 싶어요. 자주 못 와서 죄송하네요.”

- 삼성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법원에서 산재로 인정받기 3일 전에 전화가 왔어요. 제 전화번호는 어찌 알았나 몰라요. '왜 전화했냐?' 물어보니 보상 얘길 하더라고요. 보상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난 생각도 없으니, 아들한테 얘기하라‘라고 전화를 끊어버렸어요.

산재 인정에 협조는커녕 방해하던 삼성이 갑자기 보상하겠다고 나오니 이상했겠어요. 사람이 죽었는데, 그간 나 몰라라 하던 데서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무슨... 애 엄마가 산재신청 한다고 모든 걸 제쳐 놓고 서류를 엄청 준비했었어요. 딸 수혈도 엄청 하고, 암이 온몸으로 번졌다고 하니. 24시간 간병하면서 귀한 딸 돌보느라 고생 많이 했어요.”

- 삼성이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요?

“삼성은 환자가 많이 나오는데, 환자들 금전적으로만 시늉하지 말고 마음을 다해 사과하고 보상 좋겠어요.”

▲ 지난 1일 서울 동작구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사무실에서 임자운 변호사, 고 이은주님 아버지, 권영은 반올림 활동가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반올림 제공

- 은주 님의 산재소송을 맡은 임자운 변호사께 물을게요. 은주님 난소암 산재인정 판결로 윤주님의 보상 내용이 달라지게 될 텐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삼성이 일방적으로 정한 보상기준에 따르면 ‘난소암’은 ‘3군’ 질환에 해당하여 보상 대상 중 가장 낮은 수준의 보상금이 지급되요. 요양비와 소정의 위로금 만으로요. 이제까지 난소암에 대하여 산재 인정된 사례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죠. 이번에 산재인정 판결이 나왔으니 그 기준도 달라져야 할 거예요.

애초부터 그렇게 산재인정 여부에 따라 보상 수준을 나누고 3군 질환 피해자들에게는 요양비만 지급하겠다는 발상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산재가 인정되는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온갖 방해를 받은 피해자들이 다시 그 산재인정여부에 따라 보상 수준에서 차별을 받는다면, 2중의 피해를 겪게 된다 생각해요. 또 보상의 취지를 ‘사회적 부조’라 한 만큼, 모든 피해자에게 최소한의 치료비·생계비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고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삼성의 보상기준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지는 것이 옳아요.

결국 삼성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돈’의 문제로 보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해요. 피해당사자나 그 유족들에게 산재인정이 되느냐는 결코 돈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죠.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이고 본인이나 가족의 명예를 찾는 문제이죠. 따라서 보상액만큼이나 그 과정이 중요해요. 공정한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보상이 이루어져야 해요. 그런데 지금 삼성의 보상은 일방적으로 산정한 액수의 돈을 받느냐 마느냐로 귀결되고 있어요. 그런 삼성의 방식으로는 결코 피해자들을 위로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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