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을 앞두고 집권여당이 이전투구에 매몰됐다. 경선 여론조사 결과 유출 의혹에 이어 노골적인 ‘비박 찍어내기’ 등으로 새누리당이 사분오열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언론은 “국정을 맡은 여당으로서의 책임감은 일절 보이지 않는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한반도 내 사드배치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를 협의할 한·미 공동실무단이 지난 4일 공식 출범했다. 한·중 불신 및 한국 외교 주권 침해 등의 문제로 반대 목소리가 제기되는 한 편, 일부 보수 언론은 “한반도 위기는 실제상황”이라며 사드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테러방지법 통과에 대한 불안이 또 다시 ‘사이버 망명’을 부추기고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은 일반 시민부터 여야 국회의원의 보좌진, 총선 예비후보 캠프 실무자, 기업 홍보담당자까지 보안 수준이 높은 메신저 ‘텔레그램’에 대거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아침에 발행하는 종합일간지 5일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국가 위기’라면서…집안싸움 날새는 여권>
국민일보 <친박 3선 김태환 의원 탈락 TK發 공천 칼바람… 새누리, 9명 공천 확정>
동아일보 <한반도 이슈 논의 틀이 급변한다>
서울신문 <친박 3선 김태환 ‘탈락’ 당적 옮긴 조경태 ‘확정’>
세계일보 <친박 김태환 탈락… 비박 물갈이 예고>
조선일보 <국민의黨 "야권통합 안한다">
중앙일보 <친박 3선 김태환 탈락…TK 물갈이 신호탄>
한겨레 <중국 반발에도…한·미, 사드배치 협의 본격 착수>
한국일보 <"넘사男" 알파걸의 눈물>

새누리 불과 이틀 전까지 ‘국가비상사태’라 해놓고… “눈만 뜨면 공천 싸움”

새누리당은 청와대발 ‘현역 의원 40명 살생부’ 파문이 인 지 몇 일 지나지 않아 경선 여론조사 결과 유출 의혹에 휩싸였다. ‘비박’ 유승민 의원의 공천 탈락을 가정한 출처불명의 여론조사가 나돌고 친박 의원들이 지난 1월 말 ‘유승민 의원 계’ 인사의 공천 낙마를 공언사실이 지난 4일 밝혀지는 등 음모론과 밥그릇 싸움이 판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언론들은 새누리당 내 이전투구에 대해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감을 방기하는 것이라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경향신문은 “불과 이틀 전까지 ‘국가비상사태’ ‘안보·경제 동시위기’라며 테러방지법을 밀어붙이고 국민 단합을 호소하던 것과는 딴판”이라고 지적했다.

▲ 5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집권당의 공천 과정이 선관위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정당사에 보기 드문 부끄럽고 딱한 일”이라며 “국민들의 정치 혐오감이 깊어지고 한숨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선 여론조사 결과 유출경위 조사의뢰서를 제출했고, 중앙선관위는 문건 작성 및 유출 여부를 조사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한겨레는 특히 대통령에게 이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공천의 투명한 원칙과 기준 대신 ‘진박’이니 ‘배신자 축출’이니 하는 시대착오적 단어들을 공천의 키워드로 만들어버린 것이 막장 권력투쟁의 출발점”이라며 “새누리당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책임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내분과 관련해 ‘친박 중진’이자 경북 구미을 3선 의원인 김태환 의원의 공천 탈락에 대해서도 “살생부가 현실화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살생부 파문 당시 “친박 중진부터 ‘물갈이’가 시작될 것”이란 의혹이 끊이없이 나왔다.

▲ 5일자 한겨레 7면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4일 1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해 전국 23개 경선 실시 지역과 단수추천지역 9곳을 확정했고 청년과 여성 대표를 내세울 4곳의 우선추천지역을 선정했다. 김 의원의 탈락에 대해 “TK 물갈이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제기되는 동시에, 김의원이 살생부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는 점에서 친북 중진을 물갈이하는 살생부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사드배치 기정사실화 “얻을 것 없는 미·중 파워게임 말릴 뿐” vs “한국 위기상태, 사드배치 해야”

국방부는 지난 4일 “대한민국 국방부와 미 국방부를 대표하는 주한미군사령부는 오늘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협의하기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 구성 관련 약정을 체결하고 실무단 첫 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한·미 양국이 사드배치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힌지 한 달여 만이다.

실무단 활동 시한과 사드배치 시일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실무단은 앞으로 사드가 배치될 위치, 안전 및 환경, 비용, 협의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 5일자 경향신문 5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즉각 반발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국들이 신중하게 행동하고 중국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훼손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고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지역에 새 갈등을 불러올 무기 경쟁을 자극하려는 시도와 긴장 고조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언론은 사드배치가 대한민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판단에서 입장을 달리했다. 한겨레는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사드는 대북 견제 무기를 넘어서 미국의 군사 패권 강화를 뒷받침할 동아시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 부분이고 중국이 대북 설득 등 해법 모색에 적극 나서려 하지 않는 상황도 예상된다”면서 “이런 움직임 자체가 한반도·동북아 정세를 악화시키고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 게 뻔하다. 두 나라는 즉각 사드 관련 협의를 중단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한국으로선 얻을 게 없는 미·중 사드 파워게임 속으로 점점 발을 담그게 될 상황인 셈”이라 지적했다. 중국의 불신을 자극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나 북한 급변 사태 에 대한 대응에서 중국의 협력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경향은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된 지 2일 후 사드 배치 약정을 체결한 것을 보면 사드를 지렛대로 중국과 러시아의 실질적 제재 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하며 “사드는 미국이 언제든 원하는 시기와 방식으로 배치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5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드배치 필요성을 주장했다. 동아는 사설을 통해 “2020년대로 예정된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 구축을 최대한 앞당기고 미국의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 부근에 상시 배치해 핵 억제력을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동아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핵무기 실전배치와 선제공격 언급에 대해 “북이 먼저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우리에게는 마땅한 방어 수단이 없는 상태”라며 “지금 전개되는 한반도 위기는 실제상황”임을 근거로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사드 배치 논의가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있는 점에 보도의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국방부가 사드 배치 ‘가능성에’에 관해 협의해 나갈 것이라 밝힌 점과 한·미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강조해 온 '조속한 시일 내에'라는 표현이 삭제된 것을 볼 때 논의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대중 협상카드로 사드배치를 꺼내는 것에 대해 협의 자체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사드 외교, 안보와 국익 위한 최적의 전략 모색을’이란 사설에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의 토대가 되는 국제관계 변화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2차 사이버 망명’ 시작됐다, 여권인사들 까지 텔레그램 대거 이동 확인돼

‘카카오톡 사찰’ 파문 당시 일어났던 ‘텔레그램 사이버 망명’이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지금 2년 만에 다시 포착되고 있다. 특히 이 흐름에 여권 핵심부 인사가 포함돼 테러방지법을 향한 불안감이 더 고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향신문은 “취재 결과 여야 국회의원의 보좌진, 총선 예비후보 캠프 실무자, 기업 홍보담당자와 대관업무 담당자 등이 대거 텔레그램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2차 사이버 망명에는 친박계 실무자와 일부 당직자들이 동참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 5일자 경향신문 2면

경향신문은 “테러방지법 제정 직후 지인들이 텔레그램에 가입했다는 텔레그램 알람이 하루 종일 울렸다” “소위 진박·친박으로 꼽히는 보좌관들이나 실무자 상당수가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날 텔레그램에 가입해 놀랐다” 등의 여권 관계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관련 정황을 드러냈다.

한겨레도 “3일 하루에만 지인들이 텔레그램에 가입했다는 알림이 10번 이상 울렸다” “나 같은 시민의 사생활은 안전하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는데 이젠 뭔들 못할까 싶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텔레그램 메신저를 설치한 시민들을 보도하며 “‘사찰 공포’는 일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경향신문은 “스마트폰을 안드로이드폰보다 보안수준이 높은 아이폰으로 교체했다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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