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과학적 조사와 분석'이 오히려 과학논쟁을 불러왔으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같은 분석은 천안함 사건 이후 수많은 자료와 증언 등을 토대로 연구해온 현직 과학담당기자에 의해 이뤄졌다.

오철우 한겨레 기자(삶과행복팀 부장·한겨레 사이언스온 운영)는 <천안함 ‘과학 논쟁’의 성격과 구조 -민군 합동조사단(JIG)의 증거와 실행에 대한 논쟁을 중심으로-> 제하의 박사학위 논문을 서울대학교 대학원(협동과정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에 제출했다. 이 논문은 지난달 말 최종 통과됐다.

오 기자는 논문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가장 풍부한 내용과 증거를 갖추고 논쟁을 주도한 합동조사단이 정작 논란을 종식시키지 못한 채 스스로 논쟁의 원인이 된 구조와 배경을 분석했다.

그는 증거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결론에 이른 이들의 ‘비과학적 태도’를 지적했다. 일부 언론과 합조단, 여당 정치인들은 초기부터 이른바 ‘가설적 추론’의 방식으로 수중폭발→어뢰폭발→북한소행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오 기자는 분석했다. 수중 폭발에 의한 버블제트 현상으로 선체가 절단된 그림과 이를 설명하는 구체적 시나리오가 처음 등장한 것이 사고가 난지 불과 나흘 만인 3월 30일이었다(조선일보 보도).

유승민 당시 한나라당 의원도 그해 3월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60년 전에 북한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그 기뢰가 천안함에 충돌했을 가능성과…북한군도 자기 바로 앞바다 같이 안방같이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을 (백령도) 바다에 북한군이 뭔가 테러나 도발을 하기 위해 기뢰를 설치했다든지 어뢰로 공격했다든지 그럴 가능성 중 어느 가능성이 높다고 보느냐”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오 기자는 제시된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던 당시, 여당 의원들의 시나리오가 이처럼 구체화한 것은 (이들이) 이런 가설적 추론을 적극적으로 했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합조단과 공동 조사를 벌인 미국측 조사단 역시 조사결과 보다 일찌감치 수중폭발 결론을 내놓았다. 2010년 7월30일 주한미군합동정보작전센터에서 발표된 것으로 돼 있는 토머스 에클스 미군측 조사단장 명의의 프리젠테이션 자료(발표자는 미상)를 보면 이런 정황이 드러난다. 오 기자는 미군 조사단이 이미 4월30일 무렵에 비접촉 수중폭발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했으며, 침몰을 일으킨 것은 어뢰 또는 기뢰라는 결론을 내려놓았다고 전했다.

합조단이 사용한 과학적 방법이 한계를 드러낸 점도 지적됐다. 합조단은 과학적 기법으로 시뮬레이션을 사용하고 많은 이미지를 보고서에 수록했지만 실제 손상 상태를 구현하지 못했다고 오 기자는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제대로된 시뮬레이션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점이 제시됐다. 미국 조사팀→합조단 폭발유형분과→선체구조분과로 이어지는 시뮬레이션 작업의 흐름이 매우 짧은 시간에 이뤄져야 했던 상황이 있었다는 것.

이와 관련해 합조단 조사위원이었던 황을하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이 지난 2014년 10월13일 법정에 출석해 한 증언이 인용됐다.

“그 당시 시간은 없고, 결과는 빨리 도출하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국소 부위만 시뮬레이션했고, 그것을 전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하는 선체구조분과에 넘겨줘야 했기 때문에 결과를 요약한 것으로 보입니다…국과장님들로부터 선체분과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빨리빨리 분석해서 범위를 축소시켜 선체 분과에 넘겨주라는 얘기가 있었다”.

천안함 선체가 손상된 원인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보고서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한 반면, 함미 우현의 프로펠러가 앞으로 휘어진 원인에 대해서는 시뮬레이션을 해놓고도 간략히만 언급하고 그친 면도 지적됐다. 시뮬레이션을 실행한 노인식 충남대 교수가 급정거에 의한 관성력이라는 분석(스웨덴 조사팀 견해)을 포기하고, ‘프로펠러의 축밀림 현상에 의해 휘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했지만 그나마 프로펠러 날개 5개 중 S자형으로 이중으로 휘어진 2개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을 못했다. 그런데도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스웨덴 조사팀은 이와 같은 변형은 좌초로는 발생할 수 없고, 프로펠러의 급작스런 정지와 추친축의 밀림 등에 따른 관성력에 의해 발생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썼다.

이를 두고 오 기자는 “합조단 조사위원이 수행한 분석과 해석의 결과물을 스웨덴 조사팀의 것으로 잘못 기술했다”며 “‘추진축의 밀림’은 한국 조사위원의 독자적 해석과 추론을 통해 제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가 시뮬레이션했는지조차 부정확하게 기술한 것이다.

증거 논쟁이 가장 활발했던 ‘결정적 증거’ 1번 어뢰에 대해서도 합조단의 설명이 과학적 반박에 휩싸이면서 결정적 증거로서 신뢰를 받지 못했다고 오 기자는 분석했다.

합조단이 1번 어뢰의 증거능력으로 설명한 것은 △1번 어뢰의 형상과 크기가 북한 수출무기 소개 자료에 실린 설계도면과 일치 △1번 글씨 △백색흡착물질 분석 데이터 등이었다.

이에 고열에 1번 글씨가 타지 않을 수 있느냐는 의문과 어뢰의 극심한 부식상태, 가리비의 존재 등 반박에 전개됐다. 특히 1번 글씨가 탈 수 있느냐 여부를 두고는 송태호 카이스트 교수와 이승헌 미 버지니아 대 물리학과 교수가 열역학 계산까지 벌이며 학문적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논쟁은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어뢰 스크루 구멍에서 발견된 가리비 껍데기와 관련해 오 기자는 “가리비에 붙어 있던 백색물질이 어뢰의 수중폭발시 생성된 것이라면, 조개껍질이 먼저 어뢰 스크루 구멍에 들어간 다음 폭발 잔재인 흡착물질이 달라붙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되며, 그 물질은 폭발재가 아닌 부유물질이 가라앉아 생긴 침전물일 것이라는 반박이 나왔다”고 전했다.

또한 1번 어뢰의 결정적 증거능력을 설명해줄 ‘설계도면’의 경우 그 출처와 원본의 성격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논문에서 지적됐다. 실제로 합조단과 국방부는 공개 검증할 여지를 제공하지 않았다.

1번 어뢰와 관련해 오 기자는 “그물코가 5mm인 쌍끌이 그물망으로 수색했으나 어뢰추진체 외에 다른 파편은 왜 전혀 발견되지 못했는지도 의문이 됐다”고 전했다.

과학 논쟁이 가장 활발했던 흡착물질 논쟁은 합조단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한 것으로 분석됐다. 오 기자는 백색 흡착물질은 합조단 조사결과에서 과학적 요소를 가장 풍부하게 드러낸 증거였으나 소수 과학자들의 반박 등 논쟁이 전개되면서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흡착물질의 실체 뿐 아니라 합조단의 폭발실험 설계와 그 실험에서 얻은 시료의 분석방법이 적절했는지의 문제도 논쟁에서 부각됐다. 합조단이 흡착물질의 ‘실체’로 제시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라는 것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선행연구나 보고사례가 제시되지 못했다고 오 기자는 지적했다.

합조단의 흡착물질 분석의 신뢰도는 미 해군 자료에 의해 큰 타격을 받았다. 논문을 보면, 발신자 이름이 가려진 미 해군이 2010년 6월 12일 에클스 미국 조사단장에 보낸 서신을 보면 한국조사팀의 흡착물질 분석에 대한 불신이 담겨있다. 해당 미 해군 관계자는 흡착물질에 대해 “소규모 수중폭발 실험에서 흡착물질을 포집하는 용도로 4장짜리 알루미늄의 2개 층만이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것이 침몰했던 물체의 여러 물질 출처에서 발견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의 출처가 무엇인지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아무런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 미해군 관계자은 “만일 (침몰원인이 수중폭발이 아닌 경우의 선박에서) 그것(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존재한다면 그것과 폭약의 연결고리 가능성은 사라진다”며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증거의 사용은 국제무대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국내 소비용도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다.

오철우 기자는 “흡착물질에 대한 합조단의 조사활동의 과정과 추론은 과학적 데이터와 그래프를 통해 나타난 것과는 달리 명료하지 않았다”며 “합조단 내에서도 고민과 논의가 있었고, 심지어 미국 조사팀조차 이견을 보였다. (이 논쟁으로) 오히려 쟁점이 구체화됐다”고 평가했다.

비접촉 수중폭발이 1.1초 간격으로 두 차례 이뤄졌다는 이른바 ‘버블주기’의 실체도 과학논쟁의 대상이 됐다. 1.1초 버블주기가 지진파가 아닌 공중음파에서 나온 것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공중음파 기록을 보고 1.1초를 상부에 보고한 것은 이희일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이 한 것이다. 이희일 센터장은 오철우 기자와 논문 속 대면 인터뷰에서 “매우 복잡한 지진의 매질을 통해 전해지는 지진파에 비해 공중음파는 균일한 매질인 대기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더 정확하다고 판단했다”며 “두개의 피크의 시간 간격인 1.1초를 버블주기로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기자는 수중폭발 사건의 경우 공중음파 기록에서 버블주기를 도출한 선행연구 사례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소구 지진연구소장은 논문 속 인터뷰에서 “수중폭발 에너지의 53%가 충격파로 소진되며, 나머지 47%가 버블로 가는데, 그 47%도 버블의 팽창과 수축에 대부분 소진되기 때문에 공중음파에서 버블주기를 찾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며 선례도 없다”고 비판했다. 오 기자는 “공중음파에서 버블주기를 찾는 방법론은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서 과학이론으로 검증되고 증명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중음파가 아닌 지진파로는 당시 버블주기가 0.990초로 도출된 연구가 있다. 지진파 버블주기로는 폭발량이 더 작다. 김소구 소장과 기터만 박사가 공동 발표한 논문에서 지진파의 파형 분석을 통해 버블주기가 0.990초가 먼저 도출됐으며 이에 따른 폭발규모는 TNT 136kg이며 수심은 8m였다고 분석했다. 김소구 소장은 “이는 이 지역에 존재했던 육상조정기뢰의 폭약량과 조화를 이룬다”며 “이에 반해 북한산 어뢰 CHT-02D의 폭약량 250kg은 진동시간 1.1초를 훨씬 넘어서기 때문에 분석적 규명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오 기자는 논문에서 “합조단 조사결과가 논쟁의 종결이 아닌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논쟁을 해소할 수 있는 지점을 드러낸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오 기자는 천안함 과학논쟁의 과정에서 합조단 뿐만 아니라 합조단을 비판하는 쪽에서도 갈등을 빚은 점도 지적했다.

오 기자는 “천안함 과학논쟁은 합조단의 결론을 지지하는 쪽과 비판하는 쪽으로 나뉘었으며, 이와 함께 합조단의 보고서를 비판하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다시 폭발설을 지지하는 쪽과 비폭발설을 지지하는 쪽으로 나뉘었다”며 “폭발설과 비폭발설 간에는 교류없이 상대의 논증을 비판하는 갈등의 관계도 형성됐다”고 썼다.

그는 “지진파 하나의 증거를 둘러싸고 합조단은 어뢰 폭발설, 김소구는 기뢰 폭발설, 김황수는 잠수함 충돌설이라는 서로 확연히 다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며 “과학활동이 언제나 동일한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에 따라 다른 답을 낼 수도 있는 것으로 비쳐졌다”고 덧붙였다.

오철우 기자는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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