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창당 한 달을 맞았지만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등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대표의 ‘양비론’ 화법은 여전하고 당 지도부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오랜만에 ‘야당’의 모습을 보여준 필리버스터 국면에서도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점점 내림세다. 한국갤럽에서 집계한 정당지지도에 따르면 창당 전 새해에 실시한 안철수 신당의 정당 지지도는 21%를 기록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 응답률 23%) 더불어민주당보다 2%p가 앞설 정도였다. 하지만 창당 이후 리얼미터 2월 1주차에서는 지지율이 15%로 나오며 27%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에 크게 뒤졌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 응답률은 5.4%) 심지어 지난 26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국민의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인 8%로 떨어지면서 조사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지율 하락을 의식한 듯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창당 한 달째인 3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모습 약속드렸는데 새롭지 않다는 비판 앞에 너무 아프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담대한 변화는 국민의당에서부터, 저 안철수의 변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기자회견에서조차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의 고질적 문제를 드러냈다.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하락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문제를 꼽자면 △안철수 대표의 ‘양비론’으로 대표되는 추상적 행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필리버스터 정국 △창당 과정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당내 잡음을 들 수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 대표는 “저는 이제부터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다시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며 ‘국민 속으로’라는 민생투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는 말을 반복할 뿐 구체적인 정책이나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은 “그래서 정확히 뭘 하자는 겁니까?”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기자회견 이후 질문을 받지 않고나간 안철수 대표에게 한 기자가 “‘국민 속으로’라는 캠페인이 정확이 어떤 일을 하는 건지 말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안 대표는 “내일부터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하며 떠났다. 새정치연합에서부터 안철수 대표에게 따라다니는 ‘추상적 어법’에서 한발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또한 국민의당은 47년 만에 시작된 필리버스터 국면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몇몇 의원이 활약하며 ‘오랜만에 야당의 모습을 보여 준다’고 평가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필리버스터 국면에서 국민의당은 존재감보다 당내의 분열된 모습만 보여줬다. 국민의당에서 문병호 의원과 권은희 의원이 필리버스터에 참여했지만 안철수 대표는 필리버스터에 “여도 야도 잘못”이라며 양비론을 펼쳤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여기서 한술 더 떠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 자체가 국회법 위반”이라며 “국민의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에 참여하려는 의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회의장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엇박자를 냈다.

▲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를 마친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이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국민의당은 핵심정책이 되어야할 대북정책에서까지 엇박자를 내며 내분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상돈 선대위원장은 국민의당에 영입된 첫날부터 “역대 정권의 대북정책은 모두 실패했다”며 햇볕정책 역시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당은 바로 연달아 햇볕정책 기조를 잇는 정동영 전 의원을 영입하며 핵심정책의 기조에 혼란이 온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반복해서 제기됐다.

당내 기조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채 영입한 인사들은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정동영 전 의원이 처음 인사를 하러 서울 당사로 올라온 첫날에는 안철수‧천정배‧김한길‧이상돈‧정동영이 3석밖에 없는 당사의 가운데 자리에 누가 앉을지 우왕좌왕하는 우스운 모습까지 연출됐다.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선대위원장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최고위원회 vs 선거대책위원회’라는 갈등구조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 인사를 하러 온 정동영 전 의원이 천정배 공동대표에게 자리를 안내받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국민의당은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줄 상징적 인물을 영입하지도, 뚜렷한 정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더민주당이 상징적 인물을 영입하며 국민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면 국민의당은 그러지 못했고, 공천 잡음까지 여전하다”며 “게다가 국민의당은 눈에 띄는 핵심정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호남당’이라는 지역 이점을 누리고 한 창당이 아니냐는 지적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선이 40일 남은 지금 국민의당은 다시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윤철 교수는 “더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중단 이후 경제민주화·심판론 방향으로 갈 때 국민의당이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며 “국민의당이 핵심정책을 강화하고 상징성 있는 인물을 영입한다면 다시 주목을 받을 기미가 보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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