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보도 감시활동으로 징계를 받은 KBS 기자의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이 KBS 사내게시판에 줄줄이 등록된 가운데 KBS 사측이 한 기수의 성명을 삭제했다. KBS 사측은 성명서의 일부내용이 ‘게시금지 사항’에 해당돼 삭제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25일 KBS 보도본부 39기 기자들이 올린 기수 성명이 26일 사측에 의해 삭제됐다. 이들이 성명을 낸 이유는24일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였던 정홍규 기자와 KBS 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인 김준범 기자가 자사 보도 문제점을 지적하자 사측이 24일 각각 감봉 6개월, 견책 이라는 징계를 했기 때문이다. KBS 사측은 정홍규 기자와 김준범 기자의 행위를 ‘부당한 개입 행위’ 등으로 규정했다. (관련기사: 자사 보도 감시 KBS 기자, 감봉6개월)

▲ KBS 사측이 정홍규 전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와 김준범 KBS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을 징계위에 회부하자 17일 KBS본부 조합원들이 항의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현재까지 기수 성명을 통해 징계 철회를 요구한 기수는 모두 10개 기수다. KBS 보도본부 27기, 28기, 29기, 30기, 33기, 34기, 35기, 37기, 38기, 39기가 성명을 발표했다. 현재 삭제된 39기 성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믿을 수 없습니다. 선배 기자의 전화 한통이 징계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부끄럽습니다. 부당한 징계 앞에 무기력한 우리가.

절망합니다. 앞으로 논쟁이 사라질 회사의 미래에.

분노합니다. 징계의 칼날을 휘두르며 입을 막으려는 치졸함에.“

삭제된 39기의 성명 외에 다른 9개 기수의 성명 역시 부당한 징계를 철회 하라는 요구와 징계를 내린 사측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37기는 성명을 통해 “좋은 보도, 공정한 보도는 건전한 토론과 합리적 의견개진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한 선배들의 이중성에 실망을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라며 “이번 징계로 선후배 간의 치열한 토론과 고민이 사라질 것이다. 그것을 바란다면 성공했다”고 밝혔다.

38기 역시 성명을 통해 “김준범 기자가 동료 기자로서 건 전화는 외압이 아니다. 이를 외압으로 해석하는 것이야말로 외압이다”라며 “논쟁이 사라진, 그리고 평기자들의 자율성과 자존심을 너무나 가볍게 여기는 보도본부의 분위기야말로 진짜 ‘외압’이다”라고 비판했다.

KBS 사측 관계자는 “성명서의 일부내용이 ‘전자게시 관리지침’의 ‘게시금지 사항’에 해당돼 삭제 조치했다”며 “건전한 비판을 넘어 비방 수준이라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KBS 사측이 언급한 ‘게시금지 사항’의 제3조 제3항 제5호와 제4조 제2항은 ‘특정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고 중상하는 내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른 기수의 성명들은 여전히 게시돼 있고 39기의 성명만 게시금지 사항에 해당돼 삭제한 것”이라며 “게시자에게 삭제 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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