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테러방지법에 대한 중재안을 발표한지 이틀이 지났지만 여야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은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려는 여당과 이를 저지하는 야당까지 비판하면서 ‘양비론’을 펼친다는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비판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오늘도 선거구 획정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싸움 때문에 경계획정 자체를 못하고 있어 본회의도 어려울 것 같다. 정말 이러다가 413총선 연기가 될지도 모르겠다”며 “출구를 찾아야 할 거대 양당은 서로의 입장만 반복한 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양당을 비판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에 대해 국민의당이 펼친 ‘양비론’의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하는 수위를 높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당은 대통령의 지시에만 충성하며 원안 통과만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만 밀어붙인다면 야당은 막아설 수밖에 없다”며 “필리버스터 정국의 가장 큰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눈치와 심기만 살피는 새누리당의 책임도 무겁다”고 말했다.

▲ 26일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국민의당 지도부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앞서 국민의당은 24일 테러방지법 중재안을 발표했다. 중재안에는 테러방지법의 감청 조건을 강화하고 테러방지법을 한시법으로 지정해 1~2년 후 재개정하는 안이 포함됐다. 또한 2013년 국회 정보위원회를 겸임상임위에서 전임상임위로 전환하는 것을 법제화하기로 한 합의도 포함돼있다. 정보위가 상임위화되면 국정원을 감시하는 국회의 기능이 강화되는 셈이다. 여야는 2013년 12월 정보위를 상임위화하기로 합의했으나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이런 중재안을 내놓으며 25일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만약 수정안에 국민의당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는데도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를 받지 않으면 필리버스터를 종결하는데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국민의당의 중재안 가운데 국정원 권한 범위를 조정하는 제안은 이미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사항과 같은 내용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민의당에서 내놓은 중재안은 현재 사실상 거부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26일 현재까지 여야에서 국민의당 중재안을 받아들인다는 의사표현은 없다. 주 원내대표는 2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나 더민주당이나 어디에서도 중재안을 수용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23일 국회의 수정안 자체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에) 상당히 약하다. 그래서 3당이 합의하고 검토하자는 건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중재안을 향한 지적에 대해서 주 원내대표는 “더민주당과 비슷한 안이라는 이야기는 전혀 관계없다”며 “국회 정보위의 전임 상임위화 역시 2013년 여야가 함께 합의한 사항이나 지금은 이야기되지 않으니 다시 합의하자는 말”이라고 말했다.

한편 2월23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필리버스터는 여야가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기로 한 26일이 첫 번째 중단 위기다. 하지만 현재 오후 3시 경까지 필리버스터는 이어지고 있고, 본회의가 열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만약 필리버스터가 29일까지 진행된다면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 합의가 되지 않아 총선이 연기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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