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만에 부활한 국회의 필리버스터가 온라인을 넘어 국회 방청석까지 붐비게 만들고 있다. 이날 오후 3시께 40~50여명이 국회 방청석에서 역사적인 필리버스터 현장을 지켜봤다. 정갑윤 부의장은 “이석현 부의장 등이 소개한 방청객 24명이 방청하고 계시다”며 “방청 태도가 아주 좋다”고 환영 뜻을 보였다.

교복을 입고 방청석에 앉은 장은지(안양외고 2), 김윤선(경기글로벌통상고 2) 학생도 “직접 현장을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3시께 국회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크다”, “너무 엄숙해서 없던 죄도 말할 것 같다”며 규모에 놀란 이들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생각은 또렷했다.

장은지 양은 “지난 수요일 은수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의 10시간 필리버스터를 제일 감명 깊게 봐서 직접 보고 싶어서 왔다”며 “사람들이 더 많으면 응원이 될 것 같아서 국회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 국회 본회의장 필리버스터 방청을 한 장은지, 김윤선(왼쪽부터) 학생이 26일 국회 본회의장 일반 방청객 출입구 앞에 서있다.  


“친구가 먼저 가자고 해서 왔다”는 김윤선 양 역시 “오늘 새벽에 온라인 카페에서 인기 글을 봤는데 필리버스터 관련 글이 많이 나와서 알고 있었다”며 “정말 심각한 거라고 생각해서 친구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두 학생에게 남은 ‘인상 깊은 의원’은 확연히 갈렸다. 장은지 양은 “은수미 의원 다음으로 9시간30분 정도 발언하고 단상에서 내려온 박원석 의원(정의당)의 말이 인상 깊었다”며 “과거 국가보안법으로 안 좋은 일을 당한 은수미 의원의 ‘기록’을 지켜주려고 했다는 마음이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김윤선 양은 “어떤 의원인지 모르겠는데 단상 앞으로 와서 ‘의원이 의제와 상관없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하고 의장으로부터 ‘나가라’는 말을 들은 의원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관련 캡쳐 화면과 영상 링크도 모두 봤다. 좋게 보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다. 조원진 의원은 김경협 더민주 의원이 ‘국민스토킹법’ ‘빅브라더법’ ‘유신부활법’ ‘아빠 따라하기법’ 등 온라인상 테러방지법을 비꼰 단어들을 나열하자 의장에게 무례하게 발언 중단을 요청했다가 이석현 부의장에게 주의를 받았다.

김윤선 학생은 또 “비판적인 생각은 어쩔 수 없이 갖게 되지만 야당에 숨겨진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양은지 양도 “맞아”라고 응수했다.

필리버스터에 대해서도 분명한 자기 입장을 밝혔다. 장은지 양은 “필리버스터를 새누리당이 적극 도입해서 된 건데 지금 아주 안 좋게 언론에도 이야기하고 있어서 모순됐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뉴스에서도 클로징 멘트로는 정치적 쇼라고만 말한다”고 말했다.

▲ 국회 필리버스터 사진=포커스뉴스


이들은 보통 야간자율학습 때문에 뉴스를 생방송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다만 의미있는 뉴스나 이슈들은 캡쳐된 화면을 온라인 카페나 트위터 등에서 접하고 있다. 김윤선 양은 “집에서는 엄마가 항상 라디오를 듣는다”며 “팟빵인가를 항상 틀어놓고 계시고 예전에는 김어준 이런거도 많이 듣는 거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 주요 언론은 야당이 국민을 ‘거짓말로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이 국회의원의 선동만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두 학생은 ‘학생들도 선동당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선동? 선동이요.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테러방지법에 대해서 저희가 선동당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정치에 관심이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은 기회인거 같아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언급하고 있는데 과연 부정적으로 선동당해서만 그렇다고 볼 수 있을까요?” 양은지 양의 말이다.

국회 방청을 알리는 카페나 트윗 글에서 “학생들은 단정한 교복을 입는 게 좋겠다”는 글을 보고 봄방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교복을 꺼내 입고 국회로 발걸음을 옮긴 양은지 양은 “극단적이긴 하지만 ‘다시 70년대로 돌아가는 법’”이라고 테러방지법에 한 줄로 정리했다. 김윤선 학생은 “이미 만들어진 법을 활용해 테러를 방지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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