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삼성전자 3차 하청 제조업체에서 메탄올 급성 중독으로 노동자 3명이 실명위기에 처한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추가 피해자가 발생해 전자산업 내 하청 제조업체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 감독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추가 피해자 또한 불법 파견 노동자일 가능성이 농후해 전 메탄올 사용업체의 불법 파견 노동에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추가 피해자가 입원한 부천 소재 병원이 지난 22일 메틸알코올 중독의심 사례를 통보하면서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인천 남동구 소재 한 휴대전화 부품가공업체의 절삭공정에 배치됐던 피해자 ㄱ(28·여)씨는 지난 17일 시력장애 및 의식혼미 증상을 느끼고 응급후송돼 현재 입원 치료 중이며 현재 뇌 손상 및 시력 이상 증상을 보이고 있다. 해당 업체는 지난 1월까지 삼성전자에 핸드폰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였으나 2월부터는 LG전자에 부품을 납품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탄올은 법적으로 엄격한 안전조치가 요구되는 ‘관리대상유해화학물질’로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널리 알려진 독성물질이다. 중추신경계, 소화기계, 시신경에 손상을 일으킨다고 알려져있다. 제조공정에서 메탄올 대신 쓰일 수 있는 물질로 에탄올, 이소프로필알콜 등이 있지만, 지난 1월 메탄올 중독 사고가 일어난 업체들은 가장 저렴하다는 이유로 메탄올을 쓴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메탄올은 에탄올에 비해 3배가량 값이 싸다.

이번 사건은 지난 메탄올 중독 사고 발생 이후 진행된 휴대전화 부품업체 긴급 일제점검 과정에서 일어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점검 과정에서 사업주가 메탄올의 위험성을 주지받고 보다 안전한 용매인 에탄올 사용을 권고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메탄올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관리 감독을 벗어난 사업장이 추가적으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메탄올 급성중독 사고 발생과 관련해 노동건강연대가 제작한 카드뉴스 중 일부. 사진=노동건강연대 제공

고용노동부는 “사고 발생 사업장은 지난 3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지도 점검한 바 있는데, 당시 사업주는 ‘지난해 말부터 절삭용제를 에틸알코올로 교체했고 앞으로도 메틸알코올을 취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허위로 감독관에게 진술했다”면서 “죄질이 여느 사고보다 불량한 점을 감안해 매우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필수인 국소배기장치 설치 및 보호장비 지급은 지켜지지 않았다. 고동우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과장은 “해당업체에 국소배기장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방독마스크 등 적절한 ‘호흡용 보호구’는 지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견노동자였던 ㄱ씨는 기존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불법 파견 노동자’로 추정된다. 해당 사업장을 지도·점검한 바 있는 김선철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산재예방지도과장은 “피해자는 해당 업체에서 일주일 정도 일한 파견노동자”라면서 “업체엔 정규직 6여 명, 파견노동자 25여 명 정도가 일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현행 파견법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엔 파견노동을 금지하며 정규직원의 출산, 질병 등 ‘일시적·간헐적 필요’에 한해 파견을 허용한다. 그러나 정규직원에 비해 월등히 많은 파견노동자의 비율을 고려하면 일시적·간헐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이번 사건은 추가 피해자의 존재를 확인한 것으로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관련 정부기관 및 업계 관계자의 전면적인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추가 피해자 및 잠재적 피해자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지난 5일 메탄올 급성 중독 피해 사실이 최초로 밝혀진 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이전 피해자들의 산업재해보험 신청을 지원한 노동건강연대의 박혜영 노무사는 “유사 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조치 및 불법파견 노동 실태에 대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노동부가 과거 제조업 불법 파견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를 제대로 안 해서 일어난 일인데 반성의 차원, 그리고 정부기관으로서의 당연히 책임질 구제의 차원으로써 메탄올 사용업체 전부에 대해 불법파견 목록을 확보하고 연락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노무사는 “사업주 거짓말로 사건이 벌어진 것을 볼 때, 고용노동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노동부도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나섰다”면서 “(원청인) 삼성이 ‘메탄올 프리 사업장’에서만 받겠다고 하면 끝나는 문제다. 삼성이 해결에 나서지 않는 한 추가 피해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삼성 자체적으로도 하청업체의 노동자 안전·인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으니 사회적 책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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