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머리기사 제목 모음. 

경향신문 <문희상‧신계륜 등 10명 ‘컷오프’>
국민일보 <문희상‧김현‧임수경 등 10명 공천 배제>
동아일보 <대북주도권 흔들, 국회입법은 마비>
서울신문 <미‧중, 北 벌크캐시‧석탄‧해운 정조준>
세계일보 <“사드는 자위권 차원 우리가 결정할 일”>
조선일보 <의심 가는 北 해외자산 모두 동결>
중앙일보 <중국, 과거 뛰어넘는 대북제재안 동의>
한겨레 <국회밖 번진 ‘시민 필리버스터’… 이것이 정치다>
한국일보 <총선 ‘정권 심판론 < 야당 심판론’>

야당이 직권상정된 대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이틀째 진행하고 있는 필리버스터가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받고 있다.

그러나 25일자 조간들이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사진 편집, 머리기사 제목, 지면의 배치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필리버스터는 분명 보수 언론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조선, 필리버스터 두고 “모처럼 친노 모였네”

조선‧중앙‧동아 가운데 조선일보는 1면에 필리버스터 기사를 실었다. 제목은 “‘필리버스터’로 이틀째 막고 있는 野”였다.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는 6면에서 다시 등장한다. 제목은 “10시간18분, 9시간30분… 기록 경쟁하듯 ‘필리버스터’”였다. 이 ‘익명의 야당 관계자’의 발언과 실린 사진을 주목했다.

조선일보 25일자 6면.
조선일보는 “김광진 의원이 연설을 끝냈던 새벽에도 최재성 의원 등이 본회의장을 지켰다”며 “이 광경을 지켜보던 야당 관계자는 ‘모처럼 친노(親盧) 주류들이 다 모였네’라고 했다”고 전했다.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의원 등을 ‘친노’라고 규정하면서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한 것이다. 실린 사진 역시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을 먼 곳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은 의원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되는 사진이다.

또 사진에는 연설을 하고 있는 은 의원 앞에서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필리버스터 항의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는데, 앞서 SNS상에서 논란이 됐던 그의 발언 “그런다고 공천 못 받아요”가 아닌 “안건과 다른 얘길하면 안 된다”는 멘트를 사진 설명으로 담았다.

<관련기사 : 10시간 발언 은수미에 “그런다고 공천 못 받는다” 막말>

메인기사 옆에 배치된 “문재인 흐뭇 김종인 침묵”도 필리버스터를 둘러싼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와의 온도차를 부각하는 기사였다.

▲ 조선일보 25일자 사설.
조선은 이날 사설을 통해서도 “야당은 아무리 걱정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정치 염증을 키우는 필리버스터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필리버스터가 아무리 합법의 테두리 내에 있다 하더라도 마치 선거운동하듯 필리버스터를 악용하면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을 키울 뿐”이라며 필리버스터의 의미를 폄하했다.

중앙 “타협없는 한국 정치 단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필리버스터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분노’를 2면 메인뉴스로 배치해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정말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사회가 불안하고 어디에서 테러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제가 발전할 수 있겠느냐”며 “이게 따로따로의 일이 아니라 다 경제살리기와 연결되는 일”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 가지 (테러 관련) 신호가 지금 우리나라에 오고 있는데 그것을 가로막아서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인가”라며 “많은 국민이 희생하고 나서 통과를 시키겠다는 얘기인지…”라고 했다.

▲ 중앙일보 25일자 2·3면.
중앙은 이어지는 3면에서 필리버스터와 관련한 기사를 실었다. 제목은 “테러방지법 막겠다더니… 은수미 뜬금없이 ‘세 모녀’ 발언”이었다. 

사진은 어땠을까. 삿대질을 하고 있는 새누리 김용남 의원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더민주 은수미 의원의 사진을 나란히 실었다. 그 결과 은 의원이 마치 잘못을 한 것처럼, 김 의원이 은 의원을 꾸짖는 것처럼 비춰진다.

중앙일보 25일자 3면
해당 기사의 마지막 단락은 다음과 같다. “필리버스터는 25일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에선 발언신청자가 쇄도하고 있다. 준비 안 된 필리버스터로 국회는 이틀째 전면 마비됐다. 타협없는 한국 정치의 단면을 보여주면서.”

동아의 경우도 특징적인 것은 지면 사진이다. 오랜 시간의 연설로 허리를 구부린 은 의원과 졸고 있는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 사진을 나란히 배치했다. 두 사진 가운데 이 대표의 사진 크기가 배가 넘는다. 

같은 당 원내대표조차 졸 수 밖에 없는 필리버스터라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25일자 5면.
동아 역시 사설을 통해 야당을 압박했다. 이 신문은 “더민주당은 선거구 획정까지 막으면서 필리버스터를 계속할 건가”라며 “그럴 자신이 없다면 일찌감치 테러방지법 표결에 협조하는 것이 선거를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유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 ‘필리버스터’ 주목하는 진보 언론

반면 진보 성향의 언론들은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호응하는 ‘시민’에 주목했다. 필리버스터가 끌어내는 장외 여론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는 야당의 노림수이기도 하다. 대테러방지법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켜 법안 수정을 위한 협상을 이끌고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실익을 챙기는 것.

한겨레의 이날 1면 제목은 “국회밖 번진 ‘시민 필리버스터’…이것이 정치다”라고 뽑았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모여 자발적으로 대터러방지법 반대 발언을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조명한 것이다. 참여연대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은 국회 밖에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반대 시민 필리버스터’ 발언대를 설치한 바 있다.

한겨레 25일자 1면 사진.
한겨레는 “때로는 진지한 연설로, 때로는 발랄한 공연과 응원으로 이어진 시민 필리버스터는 시민 스스로 토론하며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의 문제를 알아가는 또다른 정치의 공간이 되고 있다”며 의미부여를 했다.

한겨레는 1면 사진도 은 의원이 울먹이는 사진과 함께 국회 앞에서 1인조 인디밴드 ‘하늘소년’이 국회 앞에서 대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반대 노래를 부르는 사진을 나란히 배치했다.

중도 성향의 한국일보도 사회 12면 “‘몸싸움 없는 정치다운 정치’ ‘실제로 보니 신기하네요’”에서 노래 부르고 있는 하늘소년의 사진을 크게 실으며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현장 반응을 담았다.

한국일보는 “필리버스터가 온‧오프라인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며 “2012년 국회선진화법 입법으로 재도입된 필리버스터 제도가 테러방지법 및 정치 자체에 대한 관심도 환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보수언론이 놓치고 있는 ‘시민의 반응’을 이 신문들은 실은 것.

▲ 한국일보 25일자 12면.
은수미의 눈물 강조하는 한겨레

한겨레와 경향은 4면에서 필리버스터 소식을 자세히 전했다. 

두 신문을 비교해보면, 경향은 제목을 “은수미 ‘테러방지법은 주인인 국민에게 개줄 채우는 것’”으로 뽑으며 테러방지법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약자위한 정치엔 여야 없다’… 10시간18분 연설 ‘은수미의 눈물’”이라는 감정을 자극하는 제목을 뽑았다.

경향은 사설에서 “필리버스터는 의회민주주의가 발전한 미국에서 시작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의회주의의 일부”라며 “그런 점에서 필리버스터로 후진적이고 퇴행적인 몸싸움 사태를 피한 것은 주먹이 아닌 말로 싸우는 국회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직권상정은 처음부터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며 직권상정 철회를 요구했고, 이어 “억지로 비상사태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직권상정이 정당화될 순 없다. 직권상정과 날치기 대신 대화와 타협이 복원되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미중 “중대한 진전 있었다”?

보수 언론이 25일자 1면에서 강조했던 것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23일(현지시각) 만남이었다.

이들은 이날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과 관련해 “중요한 진전(significant progress)이 있었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것은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의 해석이 다르다는 것이다.

조선은 “출처나 사용처가 불분명한 북한의 해외 금융 자산이 전면 동결되고,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의혹이 있는 북한 선박은 유엔 회원국의 모든 항구에 입항이 금지될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은 23일(현지 시각)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합의하고 세부 문안 조정 작업에 들어갔다고 외교소식통들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25일자 1면.
반면 한겨레는 “유엔 사정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다음주 초쯤 채택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재 결의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미-중 간 대북제재 논의는 들어갈 것과 뺄 것을 한 묶음으로 논의하기 때문에 중대한 진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막판까지 완전히 합의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외교 소식통의 발언을 전하면서 “제재 수위는 이전 결의보다는 높고, 한·미가 합의했던 애초 초안보다는 낮은 중간쯤일 것으로 짐작된다”고 예상했다.

한겨레 25일자.
한겨레는 “한·미가 작성했던 초안에는 관련국들에 대북 석유 수출과 북한산 광물자원 수입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석유 수출은 미-중 합의 과정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다만, 중국이 일부 내용에 동의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한겨레는 1면에서 “특히 왕이 부장의 ‘한반도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추진’ 제안에 대해 케리 장관이 명시적으로 거부하기보다는 평화협정의 필요성을 적극 인정한 점이 눈에 띈다”며 “여전히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외치고 있는 한국 정부 분위기와는 또렷하게 구별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美 “사드 배치 아직 결정 안 됐다”

이날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3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한다면 사드 배치가 필요하지 않을 것”, “(사드 배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사드 배치 문제를 비핵화와 연계시킨 것이다.

케리 장관은 “아직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한다는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며 “사드 배치를 막고 주한미군을 줄이려면 북한 핵 문제를 풀고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비핵화에 도달할 수 있다면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밝혀왔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달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한국과 보조를 맞추며 사드 배치를 일사천리로 추진하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중국의 태도 변화를 감안해 사드 배치 여부와 속도에서 유연한 자세를 보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워싱턴 외교가 관측을 전한 뒤, “이는 ‘사드 배치와 대북제재는 별개’라는 기존 한미 양국 정부의 설명과는 결이 다소 다른 것”이라고 했다.

▲ 동아일보 25일자 3면.
그러면서도 “케리 장관의 이날 뉘앙스 변화는 전략적 차원(사드 배치 유보나 포기)이라기보다 전술적 차원(중국의 대북제재 참여 유도)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겨레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중국의 대립과 갈등이 23일 외무장관 회담을 고비로 한반도 정세 관리와 대화‧협상 모색 쪽으로 방향을 틀자,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가 ‘유탄’을 맞아 삐거덕거리고 있다”며 “사태 전개에 따라 사드 배치가 상당 기간 뒤로 미뤄지거나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