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대해 국민의당 지도부가 “스스로 국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국회법 요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무효인데,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것은 직권상정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필리버스터 자체가 위법이라는 말이다. 논리 자체는 틀리지 않지만 이미 직권상정이 이뤄진 상태에서 이러한 비판은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다가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이미 23일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점을 고려하면 당내 의견이 조율되지 않았다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는 발언이다.

▲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 사진=포커스뉴스
24일 오전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국회는 대테러방지법 둘러싸고 다시 어떤 해결능력과 방법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여당과 막아서는 야당은 19대 국회 내내 국민을 실망시킨 모습”이라고 여당은 물론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는 야당까지 모두 비판했다.

이어 안철수 대표는 “테러방지법은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의 인권과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가 충분히 법안에 반영돼야한다”며 “국회의장과 각 당 대표들이 합의를 도출 할 때까지 끝장 토론을 해야 하고, 국민의당이 적극 참여해서 중재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테러방지법의 제정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하는 지금 국회의 상황을 비판하고 더 나아가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이 위법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의 요건도 안 되는 것을 상정했다”며 “그런데 이 상정을 기정사실화하고 필리버스터 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국회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최고위원은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은 국민들이 볼 때는 재미도 있고, 대테러방지법관련 국민의사를 결집하는데 도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법적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법이 만들어질 수 없다”며 “문병호 의원께서도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고생을 하셨지만 제대로 상정이 안 된 상태에서 필리버스터 하는 것은 상정을 인정하는 꼴이다. 여기 계신 의원님들도 참여하려는 의사 있는지 모르겠지만 직권상정 자체가 안됐기 때문에 본회의장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박주선 의원의 발언은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국회법이 명시한 직권상정 요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무효라는 주장이다.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될 당시에 직권상정에 대한 제한이 걸렸기 때문이다. 개정된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천재지변이나 국가적 비상상황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버린 상태에서 그저 이것이 무효라고만 말하는 것은 아무소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2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물론 국회의장이 상정요건에 맞지 않은 법안을 상정한 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당에서 이미 많은 지적을 했다”며 “알고는 있지만, 이미 법안을 상정을 했으니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2일 더민주 김광진 의원에 이어 두 번째 주자로 필리버스터 토론에 참석한 문병헌 국민의당 의원은 “국회에서 조정하고 토론하면 합의할 수 있다”며 “직권 상정 취소하시고 3자 협의 테이블 만들어서 보다 더 심도 있는 토론 합의안 만들 것을 촉구한다”고 발언했다.

24일 현재까지 국민의당에서 추가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의원은 없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필리버스터를 아예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김재두 대변인은 “필리버스터와 관련된 박주선 최고위원의 발언은 이 상황을 정치적으로 해결해야한다는 안철수 대표의 말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대안에 대해) 이미 합의돼서 진행 되는 게 있다. 우리의 안이 있으니까 그 안을 가지고 중재해서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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