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보협 기자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1년에 세금 300억 원 가량을 지원받는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이 어제 저녁 8시, 오늘 새벽 5시 이후 47년 만에 벌어지는 국회 내의 진풍경을 전혀 다루고 있지 않는 것을 보면, 박근혜 정부가 무지 신경 쓰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찾아봤다. 이 말이 사실인지. 실제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 은수미 의원,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23일부터 이틀 동안 대테러방지법의 직권상정에 맞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하는 동안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에서는 관련 뉴스를 한동안 찾기 어려웠다.

▲ 김보협 한겨레 기자 페이스북.
연합뉴스는 23일 오후 7시14분 “더민주 김광진, 1호 필리버스터…與의원 상당수 퇴장”이라는 제하의 속보를 썼다. 7시45분에는 “1973년 폐지됐다 2012년 재도입 후 첫 ‘필리버스터'”라는 해설 기사를 냈다.

그러나 23일 오후 8시12분 “정의장, 테러방지법 직권상정…더민주 '필리버스터'로 맞불”을 끝으로 24일 오전 4시51분까지 필리버스터와 관련한 뉴스는 없었다. 23일 오후 8시43분에 “‘저승사자' 통보앞둔 더민주…현역 물갈이 공포감 ‘덜덜'(종합)”에서 필리버스터 단어가 한 차례 나오지만 더민주의 공천 관련 기사였다. 이하 집계는 모두 텍스트 기사 기준이다.

결국 8시간 40여 분간 뉴스는 공급되지 않았던 것. 연합뉴스 홈페이지에 소개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촘촘히 구축돼 있는 연합뉴스 취재망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된다”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장점이 발휘되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민영뉴스통신사들과 대조된다는 것이다.

뉴시스는 이 무렵 “[종합]테러방지법, 무제한 토론 돌입…김광진 첫 타자”(23일 오후 8시6분), “與 ‘野, 테러방지법 처리 방해 중단하라’ 규탄” (23일 오후 9시3분), “더민주 ‘끝까지 간다…필리버스터 쉽게 안 끝날 것’”(23일 오후 9시41분), “테러방지법에 꽉 막힌 국회…선거구획정까지 ‘불투명'”(23일 오후 11시4분), “與 ‘선거구획정 앞두고 필리버스터 하는 野, 정상 아니다’”(23일 11시46분), “‘날짜 바뀐' 국회 본회의… 野 필리버스터 계속”(24일 0시52분), “김광진, 333분간 필리버스터…‘전설의 DJ' 기록 갱신”(24일 오전 1시11분), “문병호, 1시간49분 발언…다음 은수미”(24일 오전 3시1분) 등 기사 8개를 쏟아냈다.

뉴스1은 “더민주,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돌입…47년 만의 부활”(23일 오후 7시50분), “與, 野 필리버스터에 긴급 의총…‘테러방지법 저지 규탄’”(23일 오후 9시56분), “더민주 ‘필리버스터, 다음달 10일까지 이어갈 수도’”(23일 오후 10시22분), “직권상정에 필리버스터로 맞대응…2월 국회 끝장 대치”(23일 오후 11시14분), “5시간35분…필리버스터 나선 김광진, DJ 기록 넘어서(종합)”(24일 오전 1시2분), “김광진 ‘필리버스터'…더민주 의원·네티즌 ‘응원 메시지'”(24일 오전 1시44분), “DJ 필리버스터 기록 넘어선 김광진 ‘발이 아팠다’”(24일 오전 1시45분), “이틀째 '필리버스터' 더민주, 수정 협상 가능성 제시”(24일 오전 3시6분) 등을 썼다.

지난해 창간한 민영뉴스통신사 포커스뉴스는 23일 “정의화, 테러방지법 직권상정…더민주, 필리버스터로 맞대응”(23일 오후 8시4분), “국민의당·정의당,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에 더민주와 ‘공조'”(23일 오후 9시12분), “與 ‘더민주, 필리버스터 악용해 법안 발목 잡아’”(23일 오후 9시35분),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후폭풍…野 필리버스터 vs 與 규탄대회”(23일 오후 11시37분) 등의 기사를 썼다. 

연합뉴스는 앞서 언급했듯 국가기간뉴스통신사다. 정부로부터 매년 350억 가량의 지원금을 받는 언론사다. 2016년 지원금을 고려하면 2003년부터 구독료를 포함한 정부의 각종 지원금 총액이 4500억 원을 상회한다. 때문에 한겨레 김보협 기자가 주장한 것과 같은 의혹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은 권력의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하는 ‘연합뉴스 기사’뿐이다. 

<관련기사 : 연합뉴스에 들어간 혈세 4300억원, 잘 쓰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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