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국가비상상태’라는 이유로 테러방지법을 직권으로 상정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야당이 이에 ‘필리버스터’로 맞섰다.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오후 7시 경부터 토론에 나서 5시간30분 동안 토론을 진행했다. 테러방지법이 국정원에게 ‘내국인 정치사찰’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한편, 보수지들은 필리버스터 때문에 법안 처리가 막혔다며 테러방지법 필요성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23일 여야가 최종합의한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선거구 획정에 언론은 “말뿐인 정치개혁이었다”고 평가했다. 비례대표제 확대, 선거 연령 하향 조정, 투표시간 연장 등 선거제도 개선안이 모두 무산됐기 때문이다. “현역 의원들이 최대 수혜자이고 ‘깜깜이’ 선거로 선거운동 기회를 잃어 버린 예비후보들이 피해자”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내 안보·핵 전문가 10명 가운데 6명이 핵무장론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는 일반 국민보다 전문가집단이 핵무장론에 보다 신중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24일 아침 주요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선거개혁’ 말뿐…지역구만 늘렸다>
국민일보 <野 ‘필리버스터’에 갇힌 테러방지법>
동아일보 <[단독]中 ‘北에 공군 항공유 수출금지’ 제재 동의>
서울신문 <수도권 선거구 10석 늘어 ‘최대 승부처’>
세계일보 <테러방지법 난항… 야 '시간 끌기' 방어>
조선일보 <中國대사, 한국에 공개 협박>
중앙일보 <필리버스터에 막힌 테러방지법>
한겨레 <‘준전시’라며 테러방지법 강행…필리버스터로 맞선 야당>
한국일보 <52년만의 필리버스터... 여야 극한 대치>

테러방지법 ‘내국인 정치 사찰’ 우려를 불식시키기 역부족

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 대테러방지법안에 대한 심사기일을 오후 1시30분으로 직권상정하자 더민주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을 받아 필리버스터를 요구했고 정 의장은 받아들였다. 필리버스터는 국회 내 다수의 독주를 막기 위한 합법적으로 의사진행 방해로 장시간 연설, 계속된 의사진행발언 등을 통해 법통과를 막는 수단이다.

▲ 한겨레 24일자 1면

테러방지법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제정안으로, 15년 전 최초로 법안이 제출된 바 있다.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출입국·금융거래·통신이용 등 정보수집권을 국정원에 부여하거나 내국인 감청권을 확대하는 것이 본 법안의 골자다. 야당은 이에 반발하여 필리버스터를 동원해 법안 본회의 상정을 막고 있는 것이다.

테러방지법 필요성을 둘러싼 언론사들의 판단은 상이했다. 경향신문, 한겨레 등 일부 언론은 테러방지법이 국정원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준다는 데 우려를 표하며 법 통과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법안은 범정부 차원 대테러센터를 국정원이 아닌 ‘국무총리’ 산하로 했고 여기에 인권보호관을 두고, 권한 남용 시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달았다. 하지만 언론은 정보기관이 권한을 남용했던 지난 전적을 보건대 “‘내국인 정치 사찰’ 우려를 불식시키기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은 “‘테러위험인물’ 규정이 모호하고 정보수집 권한도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법안에 따르면 국정원은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고 이를 위해 거쳐야 할 절차나 제한 규정은 따로 없다.

한겨레는 “국정원은 그동안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대공·방첩 수사를 이유로 해마다 수천건에 이르는 감청을 해왔다”며 “보안을 앞세운 국정원을 상대로 실질적인 감독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는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감독 기능도 실효성이 없는 상황에서 단 1명의 인권보호관은 유명무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비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거론한 ‘국가비상상태’라는 명분에 대해서도 경향은 “비상사태도 아닐뿐더러 그로 인해 정치권의 법안 협의가 불가능한 상황도 아니”라 지적했다.

‘통과돼야 할’ 테러방지법이 필리버스터에 ‘갇혔다’

보수지를 중심으로 한 일부 언론은 테러방지법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필리버스터로 인해 법안이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야당이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 토론, 이른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면서 테러방지법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 중앙일보 24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불가피했다’ 라는 사설을 통해 “지난해 파리 테러에서 보듯 세계적으로 연결되고 기술적으로 첨단화하며 잔혹성이 더해가는 사악한 집단의 조직적 테러를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된 것도 사실”이라면서 “테러방지법안은 테러용의자에 대한 정보수집권을 국가정보원에 부여하는 것과 함께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해 대테러인권보호관을 두는 등의 제동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가 권력이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기에 자기들이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중앙은 필리버스터를 가능케하는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여야 합의 없는 안건의 처리를 극도로 어렵게 하고 있어 19대 국회를 무능·무력한 식물국회로 만든 주범으로 지적돼 왔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도 ‘野, 테러 한번 당해보고서야 테러방지법 통과시킬 건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국제 제재에 몰린 북한은 언제든 공항·항만 등 우리 주요 시설물과 고위 탈북자 등 주요 인사에 대해 테러를 가할 수 있다”며 “야당은 테러 공격으로 국민이 피해를 본 후에야 테러방지법을 처리하자고 할 것인가”가 지적했다.

헌재 강조한 표 등가성·비례성 전혀 반영 안 돼… 동아, “의원 수 더 줄었어야 해”

여야가 합의한 선거법에 따라 20대 총선 지역구 의석은 현재보다 7석 많은 253석,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을 결정됐다. 광역시·도별로 경기도 의석이 지금보다 8석 늘어나고 서울·인천·대전·충남이 1석씩 증가하는 등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총 12석이 늘어나게 된다. 경북은 2석이 줄고, 강원·전남·전북이 1석씩 감소하게 된다. 부산·대구·광주·울산·충북·경남·제주·세종은 현행 의석수를 유지한다.

▲ 경향신문 24일자 1면

이는 지난 헌법재판소가 2014년 10월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편차가 ‘2 대 1’을 넘지 않아야 한다”며 기존 선거구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시작됐고 총선이 50일을 남긴 시점에 이르러서야 선거법이 통과된 것이다.

헌재가 강조한 표의 등가성은 전혀 보완되지 않았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양당은 소선거구제에서 발생하는 사표와 낮은 비례성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하기는커녕 지역구 의석을 늘리며 비례대표 의석을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 선거법 개정을 맡긴 것에 대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특히 중앙일보는 ‘새누리·더민주 3.5석씩 늘어…미리 짠 듯 득실 나눴다’는 기사에서 “새누리와 더민주가 각각 한 명씩 현역 의원인 곳이 3개로 늘면 0.5석으로 계산했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여야 다수당 현역 의원들이 최대 수혜자이고 ‘깜깜이’ 선거로 선거운동 기회를 잃어 버린 예비후보들이 피해자”라며 “현행처럼 의원들이 게임의 룰을 만드는 상황에선 나눠 먹기식 선거구 획정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 중앙일보 24일자 5면

선거구 획정이 늦어진 데 대한 책임 추궁도 보였다. 한겨레는 “막판 공전 주범은 청와대”라며 “청와대가 노동관계법과 테러방지법 등 여야 쟁점법안 처리를 선거구 획정안 처리와 연계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며 “여야 대치가 길어지면서 선거구 획정안 입법시한인 12월31일을 넘겼고, 기존 선거구가 모두 무효화되는 초유의 상황이 2개월 가까이 지속됐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 피해는 “출마를 준비해온 정치 신인과 유권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상이한 평가를 내렸다. 동아는 다른 언론과 마찬가지로 ‘기득권 정치’라 비판하면서도 오히려 비례대표 규모가 줄어줄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사설 ‘총선 D-50 여야 기득권 수호로 끝낸 선거구획정’에서 동아는 “역대 최악이라는 비판을 받는 19대 국회가 정원을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299명으로 환원키로 한 당초 약속마저 어긴 것은 후안무치”라 비판했다.

세계일보 단독 설문조사, “안보 전문가 10명 중 6명 핵무장론 반대”

세계일보는 23일 국내 외교안보·핵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핵무장론(독자 핵개발+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64%(32명)가 핵무장론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34%(17명)였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의견을 밝힐 수 없다는 답변이 1명이었다.

▲ 세계일보 24일자 8면

이는 지난 14일 연합뉴스·KBS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전문가집단이 일반 국민에 비해 신중한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4일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2.5%가 핵무장에 찬성했고, 핵 대응 자제 주문은 41.4%에 그쳤다.

전 외교통상부 장관인 송민순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독자 핵개발은 추진하면서 북한에 핵을 포기하라고 할 수 없고, 동북아에서 핵무장 경쟁이 가속화하면 북한의 핵 위협보다 더 위험해진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독자 핵 개발에 반대한 전문가들은 △한·미동맹 와해 △일본·대만의 핵무장을 야기하는 핵 도미노 △NPT 탈퇴에 따른 국제제재 △사실상 북한 비핵화 목표 포기 등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세계일보는 핵무장론에 반대한 32명 중 11명은 핵옵션(Nuclear Option)에는 찬성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핵 옵션은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과 같은 기술 확보 후 핵 공격 위험에 직면했을 경우 핵으로 대응할 여지를 남긴다는 정책이고 이를 확보했을 경우 핵무기 개발 결단을 내린 시점에서 18개월∼2년 안팎의 기간에 핵무기 개발이 가능할 수 있다. 노태우정부 시절 핵옵션을 갖자는 평화적 핵주권론을 주장했다가 국방연구원에서 강제해직됐다는 김태우 동국대 행정대학원 석좌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핵무장을 안 해도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가장 빠르게 핵무장을 할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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