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직원이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과 다음날까지 수차례 청해진해운 직원들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청해진해운 사무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선 국정원 수사관 하아무개씨의 휴대폰 번호가 나왔다. 취재 결과 하씨가 사용한 휴대폰은 011-XXX-6171, 010-XXXX-6171 번이었고 하씨는 16일~17일 총 7차례 청해진해운 직원 3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국정원 직원 하씨가 청해진해운 직원과 최초로 통화한 시점은 4월16일 오전 9시 38분이며, 통화시간은 2분 01초였다.

국정원은 당초 사고 당일 9시44분에 방송뉴스를 보고 사고를 처음 인지했다고 주장하는 등 청해진해운과의 관련성을 애써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미 9시 38분에 국정원 직원 하씨가 직접 청해진해운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2분간 통화했다. 또한 이 국정원 직원은 최초의 통화를 포함해 이틀간 총 7차례 청해진해운 측에 전화를 걸었다.

▲ 국정원 직원 하 모씨 명의의 6171번으로 청해진해운에 발신한 16~17일의 통화내역
국정원은 2014년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의 '해양사고보고계통도'에 국정원이 들어있는 것과 관련해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작성·승인에 전혀 관여한 바 없으며, (청해진해운 측이)선박 테러·피랍사건에 대비하여 포함시켰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바 있다. 또한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도 세월호가 사고시 국정원에 보고하는 이유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며 청해진해운이 해양사고보고계통도를 임의로 작성한 것처럼 주장해왔다.

그러나 국정원이 사고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청해진해운 측에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여러 직원들과 통화를 한 점은, 국정원이 세월호의 관리 주체였다는 유족측 주장의 신빙성을 높인다.

통화 목적도 의문을 더한다.

국정원 직원 하씨가 전화통화를 한 청해진해운 직원들의 담당업무를 보면, 이같은 전화 통화가 단순한 ‘해양사고보고계통도’에 의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정원 하씨는 16일 오전 9시38분(2분 01초)과 10시 23분(14초)에 청해진해운 김재범 기획관리부장과 통화를 했고, 저녁 8시12분경에도 통화를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어 익일 2시 22분경엔 청해진해운 해무팀의 홍아무개 대리와 47초간 통화한 것으로 나온다.

이후 2시36분경 국정원 직원 하 씨는 청해진해운의 김아무개 물류팀 차장과 2분23초간 통화를 하게 된다. 김 차장은 앞선 두 사람과 달리 해양사고 보고나 항만청 관련 업무와 무관한 화물담당자다. 김 차장의 경우 세월호 참사 직후 ‘화물적재전산시스템’에 접속해 화물량을 180톤 축소조작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이 파악한 7차례의 통화는 모두 국정원 수사관 하씨 명의의 휴대폰으로 이뤄진 것이다. 하씨 명의의 두 번호 중 011 국번의 번호는 청해진해운 하드디스크의 ‘비상시보고기관’ 파일의 ‘선박운항상황 중요 보고계통’이라는 문서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외 다른 국정원 직원과 청해진해운 측의 통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문자메시지 및 데이타 통신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국정원 직원 하씨의 2개 휴대폰으로 통화를 시도해봤으나 이미 명의자가 바뀌었거나 결번으로 나타났다. 국정원 대변인실은 직원 하씨가 청해진해운과 통화한 이유를 묻는 미디어오늘의 질문에 “공식 입장을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답변했다. 

▲ 해경123정이 촬영한 참사 당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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