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영입을 두고 당 안팎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과 다양한 층위의 인물들을 끌어들어야 한다는 반론이 맞선다. 장하나 더민주 의원은 이에 대해 “당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에 나오면 안 되는 분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더민주는 지난 18일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FTA의 주역이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영입했다. 더민주는 “우물 안 개구리에게 경제와 외교안보를 맡기겠나”라며 김 전 본부장을 ‘경제와 외교안보 2.0 시대의 전략가’로 소개했다.

하지만 한미FTA가 추진 당시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불공정, 불평등 해소와 더불어성장을 내세우는 더민주의 입장과 맞지 않는 인재영입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또한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당이 2011년 야당 시절 한미FTA 발효를 앞둔 상황에서 반대 입장에 섰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 김현종 전 UN대사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장하나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아직 용서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 대해, 당이 용서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무엇보다 용서할 수 있는 사안인지도 의문이다. 당 지도부는 영입을 철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의 발언으로 다시 한 번 김현종 전 본부장 영입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장 의원은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FTA 교섭을 했다고 문제제기하는 건 아니다. 그런 논리라면 우리 당 의원들 중에도 탈당할 사람이 많다”며 “2011년 위키리크스에는 김현종 전 본부장은 한국의 교섭대표임에도 국익을 성실히 대변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말했다.

장 의원이 언급한 위키리크스 문건은 2011년 9월 2일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의 외교전문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초국적 제약회사에 불리한 '약가 적정화 방안'이 시행되지 않도록 노력했고 이 정책이 청와대에서 논의 중이라는 사실을 미국 대사관에 미리 귀띔까지 해줬다는 점이 적시돼 있다.

김 전 본부장이 2006년 7월 24일 버시바우 미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 정부가 '약가 적정화 방안'을 담은 건강보험법 개정을 입법 예고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싸웠다(fighting like hell)”고 말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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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은 “(김 전 본부장은) 이 외교문서에 대해 진위여부를 밝히고 아니면 아니라고 답을 해야한다. 이에 대한 해명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라며 “당 정체성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에 나오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새누리당으로도 나오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취지의 문제제기”라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또한 “김 전 본부장 스스로 (문건내용이) 사실이 아니면 아니라고, 아니라면 왜 그렇게 보고됐는지 이해할 만한 설명을 해준다면 (내 발언에 대해) 철회하고 사과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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