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비례대표 후보인 신지예(27) 오늘공작소 대표는 당선 가능성이 가장 희박해 보이는 마지막 5번 후보다. 신 대표가 당선되려면 녹색당은 정당지지율을 적어도 10% 이상을 얻어야 한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이 받은 득표율 0.84%를 생각하면 매우 높은 목표다. 그럼에도 신 대표는 “5번이 돼서 정말 기뻤다”고 말한다. 선거운동을 훨씬 더 잘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다.

신지예 후보는 녹색당 내에서 가지고 있는 타이틀이 많다. 탈학교, 대안교육, 사회적경제, 청년운동, 주거권 등이 그가 가지고 있는 의제다. 신 대표가 살아온 이력을 반영하는 것들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 학교에 다녔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사회적기업에 취업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2년 전 ‘청년들의 플랫폼’이라 불리는 ‘오늘공작소’를 열어 청년들 간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동네 주민과도 함께하는 활동들을 만들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5일 오늘공작소 사무실에서 신지예 후보를 만났다.

- 신지예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3년 전에 문을 연 오늘공작소 대표고 작년 초부터 서울시 청년정책주거위원회 주거분과위원장을 같이 맡고 있다. 오늘공작소는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깨닫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를 위한 세상을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소셜 플랫폼’이다. 많은 걸 했는데 1인가구 반찬 만들기, 망원동 축제인 ‘망원정 축제’, 목공 워크숍, 자전거 제작 워크숍 등을 진행해왔다. 부흥주택 프로젝트라고, 망원동에 낡은 채로 버려진 주택을 ‘스쾃’(예술가들이 주인없는 공간을 무단 점령한 운동)하거나 저렴하게 빌려서 청년들이 사무실이나 집으로 이용하는 활동도 있었다.

보통 우리는 내일을 준비하면서 사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결혼하고 집 사고 애 낳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참으면서 해야 하는데, 그거보다 ‘오늘 당장 우리가 행복한 일들을 찾아보자’는 기조로 설립했다. 같이 하는 동료들이 각자 돈 벌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여기에 돈을 내는 구조고 의사결정도 공동으로 한다.”

▲ 지난 15일 오늘공작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녹색당 20대 총선 비례대표 5번 신지예 후보. 사진=이치열 기자

- ‘중학교 졸업’ 후보다. 고졸, 대졸 이력이 없다. 후보로 나서는데 두려움은 없었나?

“그런 건 없었다. 고등학교 진학 포기하고 대안학교 ‘하자 작업장 학교’로 갔다. 살면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중2 때부터 두발자유화운동을 했었다. 질문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왜 두발자유를 할 수 없는지, 이런 규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학교 안에서는 답을 찾기 어려웠다. 학교에서는 나 혼자 두발자유운동을 했고 광화문 청소년 집회도 나갔다. 당시 집회가 자꾸 많아지니까 교육청에서 각 학교가 두발자유를 할 수 있도록 하달을 내렸다. 나는 학생회도 아니었는데 불구하고 난리치고 다녀서 회의에 들어갔다. 나 빼고 모두 반대입장이었다. ‘학교라는 조직은 내가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 힘들기도 했다. 청소년 운동을 하면서 대안학교를 알게 됐고 내가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은 선택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어떻게 지냈나?

“2009년에 사회적기업 붐이 불고 있었고 나도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대안 학교 졸업프로젝트로 ‘이야기꾼의 책공연’이란 사회적기업 창립멤버로 들어갔다. 동화책 매개로 공연이나 교육을 할 수 있는 워크샵 거리를 만들었다. 연극배우, 어린이 교사, 유아교사 등의 역할을 4년 정도 했다. 공연같은 경우에는 찾아가는 공연 컨셉으로 어린이가 있는 곳에 불러주기만 하면 다 갔었다.

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점차 들었다. 이윤적인 부분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거나 직장인처럼 회사에 매이게 되는 식이 싫었다. 그렇게 이윤창출보다 현재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해볼 수 있는 오늘공작소를 친구들과 차리게 됐다.”

- 녹색당은 비례후보들마다 특정 의제를 대변한다. 신지예 후보는 무엇을 대변하나?

“교육 분야, 환경대기오염 분야, 청년정책 이렇게 맡고 있다. 환경대기오염 분야로는 ‘미세먼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의제를 알리는 ‘미세먼지원정대’를 꾸렸고 어린이 천식 환자같은 피해자나 자전거 타는 사람들, 환경미화원 등 외부에 오래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할 예정이다. 미세먼지는 중국발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실제 조사에 따르면 50~70%는 국내에서 생산된다. 노후 자동차 폐차, 석탄화력발전소 줄이기 등의 대안이 있는데 정부는 의지가 없다.

청년 정책의 경우 녹색당은 청년을 시혜집단으로 두고 따로 정책을 만들지 않는다. 청년이 스스로 사회를, 정책을 만들도록 청년을 초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녹색당은 정책 할당을 거치지 않고도 비례대표에서 20대가 2명이나 후보로 선출됐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시장의 청년배당을 굉장히 지지한다. 녹색당의 기본소득도 그런 맥락의 하나다. 약자를 증명해 선별적으로 수혜를 주는 게 아니라, 청년이 힘드니까 청년 지원해주자는 게 아니라 ‘누구든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으로 기본소득을 얘기하고 있다.”

▲ 미세먼지 문제를 환기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구성된 '미세먼지원정대' 포스터. 사진=녹색당 홈페이지

- 신지예 후보를 세 가지 키워드로 소개하자면?

“‘벌새’다. 아프리카 원주민 사이에 전해져오는 벌새 이야기가 있다. 정글에 불이 났는데 다른 코끼리, 사자, 기린 같은 동물들은 불을 피해서 정글을 도망치면서 나왔다. 그런데 벌새 하나가 날개짓을 빨리하며 조그만 부리에다가 물을 실어서 나르고 있는 거다. 사자가 비웃으면서 ‘너는 뭘 하려고 하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아’라고도 했다. 벌새는 사자에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야’ 라고 말했다. 그 얘길 듣고 내 얘기였으면 좋겠다, 저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 녹색당 이미지가 그렇게 그려질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런 녹색당에 대해 일각에서 ‘착할 뿐인 정당’ ‘순진한 정당’이라고 평가를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녹색당은 다른 당이 할 수 없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기본소득, 탈핵, 에너지전환법 등의 이야기를 해내는 정당들이 지금까지 없었다. 로드맵까지 발전시킨 건 녹색당이 처음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허황된 이야기다’ ‘불가능하다’ ‘정치와는 굉장히 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녹색당이 제기하는 것들은 문제의 핵심의 딱 꿰뚫는 정책들이라 생각한다. 사회는 에너지원이나 노동하는 방식들이 바뀌어 갈 것이고 그에 대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일련의 선택들은 다른 거대 정당들은 차마 선택하지 못하는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녹색당 같은 당들이 앞장서서 말하고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 같다.”

- 정당득표율 3%를 얻어야 1석을 얻을 수 있는데 녹색당이 그럴 수 있을까?

“3%라니… 5%가 목표다. 비례후보 3번까지 갈 수 있는 수준이다. 2012년도에 당이 만들어지고 나서 한 달 만에 총선을 치렀다. 사실상 이번이 첫 총선이다. 후보를 정식으로 잘 내고 정책집 만들어낸 게 처음이라 우리도 기대하고 있다. 녹색당 지지도는 과연 몇 프로냐고 고민을 많이 하는데 현재 녹색당 지지율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다. 리서치 회사들이 녹색당은 조사하지 않아서.”

- 비례대표 5번은 당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그렇게 높게 보진 않는다. 나는 5번이 돼서 기뻤다. 훨씬 더 활동을 잘할 수 있겠다 싶었다. 1번보다 5번이 정말 이 당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보이기 쉬울 거라 여겼다. 녹색당 후보끼리는 그런 얘길 많이 한다. 내가 국회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8000명 조금 넘은 당원들이 같이 들어가는 것이다. 1번 후보든 5번이든 녹색당은 내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당원이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 지난 15일 오늘공작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녹색당 20대 총선 비례대표 5번 신지예 후보. 사진=이치열 기자

-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 여러모로 기대를 가지겠다. 

“첫 선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하면서 녹색당은 정책을 정리했다. 인물 중심이 아니라 정책 중심으로 선거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면, 녹색당 지지율이 높지 않을까. 녹색당은 11가지 의제를 중심으로 바탕으로 정책도 잘 만들었다.

선거 운동하면서 청년들도 많이 발굴되고 있다. 기존 당원 중 잘 참여하지 않았던 분들도 참여해 서로 유대감을 만들고 있다. 이번 2016년 선거뿐만이 아니라, 2020년 이후까지 바라볼 수 있는 당원분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가고 있다.”

- 당선 가능성이나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가지고 ‘아마추어 정당이다’, ‘현실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본소득의 경우 아직 오지 않은 정책이라, 한 번쯤은 사회 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할 시점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당들은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마치 완전고용이 가능할 것처럼 전제하지만 고성장 시대는 없다는 게 기본적 인식이다. 그렇다면, 복지 정책 사회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여태까지 오지 않은 현실이나 만들어지지 않은 사회제도에 대해 ‘불확실한 거 아닌가’ ‘불가능한 거 아니냐’ 문제제기를 많이 한다.

현실가능성에 대해서도 ‘외국에 그런 사례가 있느냐’고 묻는다. 외국의 사례가 있으면 그게 될 것처럼. 반대로 독일 같은 경우 2020년까지 탈핵국가로 전환할 것을 선포했다. 기본소득도 스웨덴, 스위스 등이 국민투표에 부치려는 상황이다. 논의 과정이 없는 상황에서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판단하는 것 또한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내에 진입한 적이 없으면 아마추어 정당인가. 원내진입한 적이 있으면 프로인가. 그게 맞다면 원내 진입한 사람들이 프로로서 좋은 결과를 내줘야 하는 데, 현재 정치인은 권력욕의 프로인 것 같다. 녹색당은 정책적으로 프로라 생각한다. 기본소득 로드맵은 아마추어들이 만들었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잘 잡혀있다. 녹색당엔 전문가들도 굉장히 많다. 아마추어라 호도하는 것은 소수 정당들이 원내 진입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의도된 움직임이라 생각한다.”

- 녹색당 선거관전 포인트는?

“‘거리의 정치’를 해 나가는 것이다. 비례대표 후보 2번인 이계삼 활동가가 그런 얘길 했다. ‘국회에 가면 녹색당 빼고 다 있는데 밀양에 오니까 녹색당 빼고 다 없더라. 다들 국회에서 말로만 싸운다. 말로도 제대로 못 싸우더라.’ 녹색당은 벌새 같은 움직임을 거리를 찾아가 보이려 한다.

보통은 기자회견 계속하고 보도자료 뿌리고 텔레비전에 나가는 등 언론에 잘 띄우거나 어디 위원장이나 연구자를 영입해 정책적으로 앞세우거나 하면 된다. 녹색당은 ‘거리 정당 연설회’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거리로 나가 시민을 직접 만나는 것이 이번 녹색당의 선거운동이다.

이미 전국을 두 번 돌았다. 비례대표 후보와 녹색당이 발간한 책으로 지역마다 찾아가 북콘서트를 하기도 했다. 이번엔 전국 대학교를 돌 생각이다. 청년녹색당을 중심으로 청년 선본이 꾸려진다. 이분들이 대학교 내에 후보 연설회, 정당연설회 등 일정을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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