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의 계약서가 공개된 가운데 ‘출연료 0원’ 조항 등 ‘노예 계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개된 계약서에는 일명 악마의 편집을 당해도 민형사상 법적 청구를 제기할 수 없고, 출연료가 0원 조항이 포함돼있다. 계약서의 갑인 CJE&M 측은 이러한 계약 사항이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된다는 입장이다.

일간스포츠가 입수한 Mnet ‘프로듀스101’의 계약서에 따르면 계약의 주체는 갑(CJE&M 주식회사), 을(가요 기획사), 병(연습생)으로 이뤄져 있다. 계약서의 내용 중 제7조13항은 가요 기획사와 연습생은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편집 등에 대해 CJE&M에게 민형사상 법적 청구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고, 제5조에는 ‘출연료 0원’이라는 조항이 있다. 이외에도 프로그램 우승자는 엠넷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10개월간 참여할 것(제2조), 방송 출연자의 가족, 지인들까지 프로그램 내용 등을 외부에 누설하지 말 것(제7조 10항)이라는 조항도 있다. (관련기사: 일간스포츠 ‘[단독입수] '프로듀스101' 계약서, 악마의편집 법책임無 출연료無’)

▲ 프로듀스 101. 사진=Mnet 홈페이지
이에 CJE&M 측은 이러한 계약 내용이 업계에서 일반적이라는 입장이다. CJE&M 미디어 홍보팀 측은 “먼저 당사자 간의 계약 내용이 유출된 점은 유감스럽다”며 “해당 내용은 일반적, 범용적인 표준 출연 계약에 관한 내용”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어 CJE&M 측은 “7조 13항과 10항의 내용은 방송사가 보호받아야 할 편집권과 대외비인 방송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앞으로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걱정하시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일 예정이다“고 전했다.

출연료가 0원인 조항에 대해서 CJE&M 측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이고 오디션 프로그램은 프로듀스 101 외의 프로그램도 원래 출연료가 없이 출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답했다. 또한 일반적 표준 출연 계약의 뜻을 물으니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프로듀스 101. 사진=Mnet 홈페이지
하지만 업계에서 통용된다고 해서 불공정한 계약에 면죄부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공개된 계약서에서 눈에 띄는 불공정한 조항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계약서 제7조 13항이다. 이 조항은 “'을' 및 '병'은 프로그램의 제작 및 방송을 위하여 본인의 초상 및 음성 등이 포함된 촬영 분을 편집(중략)한 내용 및 방송 이후 결과에 대해서 법적 청구를 제기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주 논란이 됐던 ‘악마의 편집’에 대한 문제 제기를 차단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11월 방영됐던 Mnet ‘슈퍼스타K7’에서 한 출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슈퍼스타K7’의 전반적 과정에서 제작진의 조작이 이루어져 있으며 자신이 ‘악마의 편집’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적 있다.

우선 일명 ‘악마의 편집’을 당해도 법적 청구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은 법적으로 무효다. 법무법인 (유)원 엔터테인먼트 노동팀 강윤희 변호사는 “부제소합의(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것)는 쌍방의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유효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프로그램 특성상 표준계약서를 적용해야 하는지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표준계약서 취지 자체를 반영하려는 노력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권고하는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출연 표준계약서 제12조는 계약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제작사와 가수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되,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분쟁해결기구 및 민사소송법에 따라 해결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 프로듀스 101 방송 화면.
두 번째 불공정 조항은 “출연료 0원”을 명시한 제5조다. 고정적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인데 연습생이라고 해서 출연료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것은 연습생의 열정을 이용한 ‘갑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경석 노무사는 “연예인의 지위 자체가 근로자로 인정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이러한 계약이 나오는 것”이라며 “방송사들은 프로그램으로 인해 돈을 벌지만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 등 연습생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서 갑질을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계약서 2조 ‘인큐베이팅 시스템 참여’ 조항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계약서에는 “연습생이 프로그램의 최종 멤버로 선정될 경우, 10개월간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참여한다”고 돼 있다. 이미 최종 멤버로 선정될 정도의 실력을 갖추어도 기획사와 가수로서 계약을 맺지 못하고 10개월간 ‘인큐베이팅’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에 최종한 세명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인큐베이팅이라는 말이 미숙아들이 그 안에 들어가 건강하게 살려낸다는 말인데 최종 오디션에 선발돼 이미 상품가치가 보장된 아이돌들을 염가에 데리고 가는 것을 과연 인큐베이팅이라고 할 수 있나”고 지적했다. 이어 최종한 교수는 “종합적으로 연습생의 잠재가치 등을 무시한 노예 계약”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권고하고 있는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출연 표준계약서를 권고안이 아닌 법률로 만들어 강제성을 부과하는 것도 해결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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