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를 위해 투입됐던 ‘다이빙벨’ 논란과 관련해 우리 해군도 최근 북한 로켓 잔해 인양에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 판 다이빙벨로 평가받는 이 장비에 대해 해군은 ‘웻벨(WetBell)’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웻벨'은 지난 11일 북한 로켓 추진체 잔해물을 언론에 최초 공개했던 해군이, 이날 함께 공개한 수중무인탐사기(ROV)옆에 비치돼 있었다. 웻벨의 형태는 세월호 구조 때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사용했던 ‘다이빙벨’과 유사했다.

해군은 당시 브리핑에서 ‘웻벨’이라는 명칭은커녕 이 장비의 사용자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ROV와 함께 비치된 다이빙벨과 유사한 장비를 본 미디어오늘이 15일 질의하자 이를 로켓 잔해 인양에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오세성 해군본부 공보실 장교(중령)는 1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웻벨을 사용한 것이 맞다”며 “일반 잠수사가 내려갈 때 감압을 하면서 사용하는 장비”라고 밝혔다.

오 장교는 이 장비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잠수사가 내려가는 것 보다 웻벨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필요에 따라 이 같은 장비를 과거에도 써왔다고 오 장교는 전했다.

▲ 지난 11일 해군이 공개한 수중무인탐사기(MOV·오른쪽) 옆에 있 잠수용 '웻벨'(WetBell·왼쪽 붉은색)이 보인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나 지난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당시 이 장비 사용에 대해 해경을 포함해 박근혜 정부는 범정부적으로 이 장비 사용을 비난하는 등 ‘다이빙벨’ 자체가 논쟁의 대상이 됐다. 조류가 강하면 전혀 쓰지 못하는 장비로, 세월호 침몰해역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논리였다.

해군은 세월호 침몰 해역과 달리 이번 북한 로켓 잔해 수거 해역은 조류가 약했기 때문에 이 웻벨을 투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장교는 “세월호 때 이 장비를 못 쓴 이유는 작전환경에 안맞아서였다”며 “조류가 1.5노트, 2노트 이상이 올라가면 쓰기가 어렵다. 당시 맹골수도에서는 조류 속도가 4노트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오 장교는 “또 세월호 때는 바지선에서 4개의 튜브(줄)을 연결해 잠수할 수 있었으나 벨을 쓰게 되면 바지선을 치워야 했기 때문에 비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지난 11일 제병렬 해군 55전대장(대령)이 브리핑한 내용을 보면, 작전중 애로사항으로 ‘강한 조류’를 직접 제시하기도 했다. 제 전대장은 당시 조류에 대해 약할 때는 0.5노트에서 강할 때는 1.7노트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잔해 수거 해역은 어청도(군산) 서남방 65마일 해저였다. 이번 잠수의 인양절차는 혼합기체(HeO₂)를 통해 30분 잠수시 수중에서 212분의 감압을 해야 하는 환경(‘280피트/30분 감압표’를 적용)에서 작업을 했다고 제 대령은 설명했다.

조류가 강하면 벨은 별 쓸모도 없는데 왜 썼느냐는 질의에 오세성 장교는 “그런 평가는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다만 맹골수도에서는 4노트까지 나오는 조류와 달리 이번에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통영함에서 북한로켓 수거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제병렬 해군55전대장(대령).  이 작전도 중앙 하단에도 노랑색 웻벨이 작전에 투입되었음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11일 통영함에서 북한로켓 수거과정 브리핑에서 제병렬 해군55전대장(대령)은 애로사항으로 강한 조류를 언급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연합뉴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구조 때와 달리 이중적인 태도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오 장교는 “이중적이지 않다”며 “벨은 4~5노트 넘으면 못쓰는 장비이다. 어떤 것이 효율적이고 안전한 장비인지 그때그때 판단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세월호 구조 때 직접 자신의 다이빙벨을 갖고 침몰 해역에서 작업을 했던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1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필요하면 쓰는 장비를 쓴 것인데, 당시엔 자신들이 처음부터 이를 쓰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날까봐 다이빙벨을 부정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작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장비를 쓰고 있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며 “사람의 생명을 구조하는데 써야 할 장비를 일개 개인이 써서 구조하는 것이 싫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그때 그때 다른 논리를 갖다 대는 그런 태도가 정치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이빙벨이 ‘조류가 거센 바다에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빈 깡통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조선일보 주장이나 해경, 해군의 주장에 대해 이 대표는 “벨은 조류가 센 곳에서 조류를 피할 수 있도록 한 장비인데, 어떻게 조류가 센 곳에서 못쓴다고 하느냐”며 “우리가 세월호 구조 때 4노트가 됐을 때도 2시간 가까이 작업을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벨을 타보기는커녕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하는 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이빙벨 투입 현장에서 취재한 기록을 토대로 영화 ‘다이빙벨’을 제작하기도 했던 이상호 MBC 기자는 15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다이빙벨은 특별한 장비도 아니고, 심해 잠수작업을 할 때 기본적으로 쓰는 기초 장비”라며 “해군이나 해경이 더 잘 안다. 그것을 알면서도 왜 지난 세월호 구조 작업 때 다이빙벨을 내쫓았는지 지금도 깊은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고 밝혔다.

▲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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