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위기다. 언론은 이런 상황에서 냉정하게 사안을 판단하고, 사실을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이 ‘카터라’식 주장을 받아 쓰는가하면 자극적인 표현을 쏟아내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있지도 않은 자살폭탄테러를 만들어내는 ‘창조도발’까지 선보였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13일 지난 일주일 동안의 ‘북한관련 방송보도’를 분석한 ‘북풍 보고서’를 발표하며 “방송이 북풍몰이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성’알면서도 ‘미사일’ 용어 압도적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로켓’이라는 표현을 쓴 방송은 JTBC가 유일하다. KBS, MBC, 채널A, TV조선, MBN, 연합뉴스TV, YTN 모두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썼다. SBS의 경우 이례적으로 로켓발사 당일에는 ‘장거리 로켓’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8일부터는 ‘장거리 미사일’로 용어를 바꿨다.
 
대부분의 언론이 쓰는 ‘미사일’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을뿐더러 다소 악의적이다. 미사일은 인공위성 대신 탄두를 탑재해야 하는데 북한의 경우 인공위성을 실었고 위성이 궤도에 올랐다. 탄두가 실리지 않은 걸 확인하고서도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모순이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심지어 국방부도 2007년 발행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이해’에서 “운반체를 이용해 날려 보내려는 것이 폭약이나 핵무기 등과 같은 ‘군사용 탄두’면 미사일이고 인공위성이면 로켓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싸우자 싸워” 북조선TV같은 TV조선
한미양국의 연합훈련소식을 다루며 TV조선은 전쟁불사 의지를 드러내는 자극적인 표현을 썼다. TV조선 뉴스쇼판은 10일 “김정은 제거 사상최대훈련”리포트에서 “무엇보다 북한의 수뇌부, 즉 김정은 제거를 목표로 한 참수 작전 훈련도 대대적으로 치러진다” “북한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는 F-22 스텔스 전투기와 B-2 스텔스 폭격기가 한반도에 출격해 무력시위를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서울 불바다’를 운운했던 북한의 조선중앙TV와 별 다를 것 없는 보도 태도”라고 지적했다.
 
▲ 지난 10일 TV조선 '뉴스쇼판' 보도화면 갈무리.
MBN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설치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1개 포대’로 부족하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지난 8일 MBN 뉴스8 “1개 포대로 가능?”리포트에서 김주하 앵커는 “슬프게도 그나마 미국에서 들여오는 사드도 국방부에 따르면 1개 포대로는 남한 전체를 방어할 수 없다”면서 “후방 방어가 쉽지 않은데다, 북한의 미사일 전력이 만만치 않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MBN은 비용 문제 등 산적한 쟁점과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라는 외교적 난맥상까지 겹쳐있는 사드 논란을 모조리 무시한 채, 2개 포대 이상이 필요하다는 식의 여론 몰이를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자살폭탄테러’? 창조도발 선보여

북한의 로켓발사 실험이 임박하자 언론은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일반적으로 언론은 로켓발사의 성공가능성에 집중했지만 종합편성채널은 있지도 않은 테러까지 만들어 내 예측했다. TV조선은 지난 6일 “‘북 도발은 봄에도 계속”’리포트에서 “북한 도발은 이번 미사일 발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5월 당 대회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면서 “사이버 공격, 다중시설 테러, 전방 포격 등 다양한 도발 형태들이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7일 TV조선에서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윈 부원장은 “소프트 타겟, 대중 시설들 같은데 자폭 폭탄을 터뜨리거나 폭탄을 놔서 한꺼번에 200명∼300명 터지는 폭탄”을 언급하며 자살테러상황도 가정했다.
 
▲ 지난 6일 TV조선 '뉴스쇼판' 보도화면 갈무리.
11일 개성공단 폐쇄가 이뤄지자 채널A 종합뉴스는 “군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인질 구출작전까지 준비” “인민군 6사단과 62포병여단의 대공망을 무력화시키고 특수작전 헬기로 특전사를 투입해 국민을 구출한다는 것” 등 ‘인질구출작전’이 필요한 상황처럼 언급하기도 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합리적인 언론이라면 북한 발사체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우리 군과 외교 당국의 대응 태세,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북한 제재를 먼저 점검해야한다”면서 “그러나 TV조선은 총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이 벌어지자 전쟁 공포를 자극하며 전형적인 ‘안보 장사’ ‘북풍 공작’을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더라’ 남발하는 정부와 받아쓰는 언론들

최근 정국에서 언론이 반드시 해야 할 사실확인, 검증, 견제와 비판 보도는 방송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표적인 게 개성공단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결국 북핵과 미사일 개발로 이어졌다는 정부 논리를 그대로 받아 쓴 보도다.

KBS 뉴스9은 11일 “이 돈은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상당액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쓰였을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보도했다. TV조선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심지어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의 명품 핸드백 구입비용으로 쓰일 수도 있다는 얘기”라며 근거 없는 주장까지 사실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은 개성공단에서 나와 무기개발에 흘러든 자금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가 말한 금액으로 어느정도의 무기개발이 가능한지 검증할 필요성도 있다.
 
▲ 지난 12일 TV조선 '뉴스쇼판' 보도화면 갈무리.
MBC, YTN, 채널A, TV조선이 다룬 “북한 영변에 서울을 본뜬 핵무기 시설이 있다”는 내용의 보도 역시 문제가 있다. YTN은 “북한이 2년 전 영변 핵시설 주변에 서울의 모습을 본떠 가상 군사훈련장을 만든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보도했고 다른 언론 역시 대동소이한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훈련시설이 핵실험장 인근임을 강조해 핵문제와 결부시킨 것도 문제지만 정작 보도를 봐도 서울의 어디를 본뜬 훈련시설인지 나오지 않는다.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쓴 것인데 자유아시아방송을 보면 “서울을 본뜬 훈련시설”이라고 지칭하기는 하지만 “서울의 어느지역인지는 알 수 없다”고 언급하는 등 모순적이다. 인용보도를 할 때는 이를 감안해야 하는데, 자극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 써 당장 핵전쟁에 이어 재래식무기를 통한 남침가능성까지 큰 것처럼 불안을 부추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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