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이 전달되는 매개자로 예측돼온 중력파의 존재가 직접적인 탐지와 관측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연구진이 12일 밝혔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했던 예측이 확인했을 뿐 아니라 우주기원의 열쇠를 풀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과학재단(NSF)과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The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연구팀은 12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D.C.외신기자클럽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두 곳의 라이고 관측소에서 탐지한 중력파 신호를 탐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에 발표한 자료에서 “라이고 소속 과학자들이 먼 우주에서 벌어진 격변하는 사건(두 블랙홀이 하나로 합쳐진 사건)으로부터 지구에 도달한 중력파로 불리는 시공간 구조의 진동 현상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의 주요 예측을 확인한 것일 뿐 아니라, 우주를 보는 전례없는 창을 연 것”이라며 “중력파는 다른 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는 중력의 기원과 원천에 대한 정보를 가져다준다”고 평가했다.

▲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연구진이 12일 물리학 저널 '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한 논문
이들이 탐지한 것은 두 개의 블랙홀이 하나로 합쳐지는 마지막 순간에 생성된 중력파였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 중력파는 지난해 9월14일 오전 5시51분 루이지애나의 리빙스톤과 워싱턴의 핸포트에 있는 한쌍의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 탐지기에 탐지됐다. 이 같은 중력파 신호를 방출한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약 29배와 36배인 두 개의 쌍성블랙홀로 서로의 주위를 서서히 돌다 점차 가까워지면서 빨라져 마지막엔 하나로 합쳐지는 대충돌을 일으킨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또한 거리로 볼 때 이 같은 사건은 13억 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도 추정됐다. 측정기에 측정될 만큼의 중력파가 생성된 이유는 두 블랙홀이 합쳐지면서 질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두 관측소로 도달한 중력파는 남반구의 천체를 통해 왔다고 이들은 발표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론에 따르면, 서로의 주위를 돌고 있는 한쌍의 블랙홀이 중력파의 방출을 통해 에너지를 잃고, 그로인해 수십억년 이상 동안 점차 서로에게 접근하다가 마지막 순간에는 엄청나게 빠르게 접근한다. 하나로 합쳐지는 마지막 순간엔 두 블랙홀이 빛의 속도로 서로 충돌해 훨씬 거대한 하나의 블랙홀이 되며, 아인슈타인의 ‘E=mc² 공식’에 따라 합쳐진 블랙홀 질량의 일부는 에너지로 바뀐다. 그것이 라이고가 관측한 중력파들이라고 이날 연구팀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라이고 연구팀은 자신들이 탐지한 신호가 중력파임을 논문에 상세하게 수록했다. 라이고 과학 공동연구진(Collabolation)과 버고(Virgo) 공동연구진이 이날 ‘PHYSICAL REVIEW LETTERS’라는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는 최초의 중력파 직접 탐지이며, 쌍성 블랙홀 결합의 첫 관측”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중력파가 지구를 관통하는 동안 시공간에 만들어진 아주 작은 요동을 짧은 순간에 탐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미국의 핸포트와 리빙스톤에 각각 설치된 관측소가 탐지한 신호의 주파수와 공간축소(압축) 정도의 변화량 데이터를 보면, 약 0.2초 동안 공간압축 정도(strain)가 0.25초엔 0이었으나 0.40~0.43초에 이르렀을 땐 1과 -1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파형을 나타냈다. 이는 이렇게 짧은 순간에 공간이 줄어들었다 늘었다를 반복했음을 뜻한다. 그 크기는 ‘4×10의 마이너스 21승 km’로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수준이다.

▲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연구진이 12일 물리학 저널 '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한 논문

▲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가 설치해놓은 탐지 장치. 사진=LIGO 기자회견 동영상 캡처

이 같은 신호의 이름은 발견된 날을 기념해 ‘GW(중력파)150914’로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중력파의 발견은 100년 전 아인슈타인의 예언을 확인한 것 외에도 직접 블랙홀에서 방출된 파형을 탐지 관측했다는 데에 있다. 중력파의 발견으로 우리 우주가 138억 년 전에 어떻게 생성됐는지도 관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도 있다. 빛(광파, 전자기파)은 장애물이 있으면 전달되지 못하지만, 중력파는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뚫고 지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구리 히로시 도쿄대 수리물리 제휴우주연구소 주임연구원은 그의 저서 ‘중력, 우주를 지배하는 힘’에서 “빛은 ‘플라즈마의 구름’에 가로막히지만 중력파는 그것을 넘어 전달될 수 있다”며 “아무 것도 가로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는 “지금까지 천문학에서 사용해온 전자기파로 볼 수 있었던 것은 우주 탄생 40만 년 후의 세계”라며 “하지만 중력파는 모든 것을 관통하고 한 번 발생하면 감쇠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우주 탄생의 10억×10억×10억×10억분의 1초 후의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 두 블랙홀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주변으로 퍼져가는 중력파 개념도. 이미지=LIGO 기자회견 동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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