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학생들이 몰려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 강자로 통하던 외국어고가 최근 10년 새 하향세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12일자 조선일보 1면에는 ‘외고의 몰락’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해당 기사는 외국어고가 수능 상위권 학생 배출에서는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던 과거와 달리 자율형사립고보다 상위권 학생 비율이 적어졌다는 분석을 담았다. 이와 같은 결과에는 ‘외고 옥죄기’ 정책이 한 몫 했다는 비판까지 담았다. 과연 사실일까.

조선일보가 제시한 몇 가지의 근거를 따져보면 ‘외고 옥죄기’는 사실과 다르다. 조선일보가 제시한 근거에는 여러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기사에서는 평가원의 자료에 따라 최근 10년(2005~2015학년도) 수능 성적 원(原) 자료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문·이과 수능 상위 각 5000등 이내에 드는 학생을 많이 내는 고등학교를 상위 10위까지 매겼다. 

조선일보의 분석에 따르면 2005년에는 수능에서 고득점을 거뒀던 학생이 많은 학교로 전체 10개 중 8개교가 외고였다. 그러나 2015년도에는 10개교 중 단 두 군데만 외고였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2005년과 2015년 수능 문·이과 각 5000등 이내에 드는 학생 많은 상위 20개교의 데이터를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해당 데이터의 분석 결과 외고가 상위권에 다수 포진해있는 2005년과는 달리 2015년에는 자사고가 그 자리를 대체한 모습이다.

▲ 조선일보 12일 기사 갈무리.
이번 분석 결과는 지난해 조선일보가 내놓은 분석결과와는 상반된다. 지난해 8월 조선일보는 2015학년도 수능 응시자 전체를 대상으로 평균 1·2등급인 학생이 학교별로 얼마나 많은지 분석한 바 있다. 이 결과 전국에서 점수가 가장 좋은 학교는 대원외고였다. 지난 2013년에도 조선일보는 고교별 성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도하며 전국에서 수능 1·2등급 비율이 높은 상위 30개 고등학교로 용인외고와 대원외고를 순서대로 꼽은 바 있다.

허점은 또 있다. 조선일보가 이번 기사에서 내세운 데이터가 수집된 기간 중에는 하나고와 용인외대부고 등 신설 자립형 사립고(자사고)가 있다는 점이 빠져있다. 외고가 몰락한 결과가 아니라 2005년에는 없었던 자사고가 다수 등장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12일 1면 기사 갈무리.

2009년 이후 교육부는 일반고 등을 대상으로 자사고 전환 신청을 받았다. 이렇게 전환된 학교들이 2015년 데이터 상의 경신고, 외대부고, 하나고, 현대청운고 등이다. 실제로 전국 단위로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한 이 학교들이 수능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이후다.

조선일보는 이러한 결과가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며 정권을 가리지 않고 비판하고 있다. 해당 기사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외고 죽이기 정책’에 시동이 걸린 뒤 이명박 정부 때 외고의 학생 선발권을 축소하는 등의 정책이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외고의 빈자리를 자사고인 상산고와 용인외대부고 등이 차지했다고 짚었다.

조선일보의 지적대로 정책이 '외고 옥죄기'라고 볼 수 있을까. 실제로 이명박정부 시절 나온 ‘고교다양화300플랜’이라는 정책은 일반고와 특목고 정도로만 분리돼 있던 고등학교를 다양한 교육목표를 가진 고등학교로 세분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정책의 결과 자율형사립고와 마이스터고, 영재고 등 외고의 자리를 대체할 다른 고등학교들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이번 조사 결과 상위권 고등학교에 외고 외에도 자사고가 다수 포함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당시 내놓은 정책으로 특목고 입시로 인한 과도한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능 수준의 국영수 중심 입시시험에서 중학교 내신성적과 자기소개서 기반 면접만 보는 입시 전형으로 대폭 바꿨다. 또한 설립 취지에 맞게 학생들을 어문계열 학과로 가도록 유도했던 정책 역시 ‘외고 죽이기’가 아니라 ‘외고 정상화’ 작업”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사에서는 외고 탄압이 지나치다고 한 근거로 서울지역의 한 외고 관계자의 입을 빌어 “훌륭하게 교육한 요람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었는데 학생 수를 줄이고 어문계 학과로만 진학하라는 식으로 각종 규제가 가해졌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왜 지금 시점에서 이런 기사가 나온 것일까. 지금은 외고나 자사고 입시 전형 기간도 아니다. 2015학년도 수능성적 발표와 대학 합격자 발표도 마무리된 시점에서 굳이 외고와 자사고 졸업생 간 수능 성적 비교를 담은 기사가 작성된 것 이다.

현재 조선일보의 자회사인 ‘조선에듀케이션’에서는 2017년 특목·자사고 입시성공 전략에 대한 강좌를 개설 중이다. 해당 강좌에서는 외고와 자사고 관계자를 초청해 입시 결과와 지원 전략 등을 소개한다. 초청 강사진에는 이번 조선일보 기사 중 상위권 학생이 많은 학교 1·2위에 해당하는 학교 관계자들도 포함돼있다.

한 교육 시민단체 관계자는 “실제로 언론사들이 고교 입시 정보 관련 사업을 하고 있으며, 외고 입시 역시 이 사업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번 기사와 관련해서도) 이해관계가 일부 얽혀있는 것 아니냐”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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